사설 인증서 주도권 다툼 싱겁게 끝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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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은영 기자
입력 2020-06-0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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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융ㆍ핀테크ㆍ이통사 등 경쟁 시작됐지만

  • 사용 빈도 높은 금융사 자체 개발 가능성

  • 인증서 민간 경쟁력 예상보다 크지 않을 듯

공인인증서가 ‘공인’의 지위를 잃게 되면서 사설 인증서 시장의 경쟁이 시작됐다. 금융사는 물론 핀테크 회사, 이동통신사 등 다양한 업체가 인증서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하지만 인증서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금융사가 자체적으로 인증서를 운영할 것으로 예상돼 인증서 시장의 경쟁은 생각보다 치열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공인인증서 폐지를 앞두고 시중은행들은 새로운 인증 방식을 고민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지난해 7월부터 이미 자체 인증서 ‘KB모바일인증서’를 운영하고 있다. KB모바일인증서를 발급받으면 공인인증서 없이 KB금융 전 계열사 모바일 앱에서 금융 거래가 가능하다. 암호 대신 패턴, 지문, 페이스 아이디 등으로 간편하게 로그인할 수 있다.

IBK기업은행도 6자리 비밀번호만으로 금융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모바일뱅킹 앱인 ‘아이원 뱅킹 2.0’을 출시했다.

이 밖에 신한·하나은행도 공인인증서를 대신할 자체 인증서 등을 포함해 다양한 인증 방식을 고려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금융결제원 API를 활용해 금융권에서 범용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인증서 시스템을 검토하고 있다. 

앞서 공인증서와 사설인증서의 구별을 없애는 내용의 전자서명법 개정안이 지난달 20일 국회를 통과하면서 오는 11월부터 공인인증서의 독점 기능이 사라진다.

그동안 정부는 한국정보인증·코스콤·금융결제원·한국전자인증·한국무역정보통신 5개 기관에서 발급한 인증서만 ‘공인’으로 인정했다.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준으로 공인인증서는 4000만건이 발급됐다.

앞으로는 사설 인증서도 기존 공인인증서의 역할을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이동통신회사와 핀테크 업계 등이 사설인증서 시장을 주도하기 위해 각종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 

이동통신사는 지난 2019년 휴대폰 기반 인증서 패스(PASS)를 출시해 현재 이용자 수는 2800만명이다. 다만 이통사의 패스는 앱을 따로 설치해야 하고, 유료 부가서비스 가입 유도 등 고객 불편이 제기되고 있다.

토스도 지난 2018년 11월 수협은행에 인증서를 발급하기 시작해 삼성화재·더케이손보·KB생명과 제휴를 맺었다. 지난달에는 한국전자인증과 인증서 총판 계약을 체결하면서 본격적으로 인증서 시장 진출 의지를 보였다.

하지만 이들 사설 인증서의 경쟁력은 크지 않다는 관측이다. 인증서 이용이 금융사에서 빈번한 가운데 금융사가 자체 인증서를 운영하면 굳이 다른 인증서 업체와 제휴할 필요성이 없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인터넷·모바일뱅킹 등록 고객 수는 1억5922만명이다. 이 가운데 모바일뱅킹 고객이 1억2094만명이고, 모바일뱅킹을 이용건수는 9700만건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고객이 사용하기 편리한 인증 방식을 제공하기 위해 여러 가지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아직 생체 인증이 안 되는 휴대폰을 사용하는 경우 등을 고려해 활용성이 높은 방식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인인증기관, 공인인증서 및 공인전자서명 제도의 폐지를 골자로 하는 전자서명법 개정안이 2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로써 1999년 전자서명법 제정과 함께 등장한 공인인증서의 시대는 완전히 막을 내리게 됐다. 사진은 20일 한 은행 온라인 사이트 공인인증서 페이지 모습. 2020.5.20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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