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부천 물류센터 확진자 급증으로 촉발된 이커머스 '배송 공포'가 현실화하고 있다. 업체 측은 물론 전문가들조차 코로나19로 인한 배송 제품의 바이러스 전파 가능성이 없다고 수차례 강조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이 '학습효과' 및 '낙인효과'에서 기인한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이미 앞서 발생한 신천지, 이태원 등 코로나 집단 감염사태로 인해 학습화된 공포감을 갖게 됐고, 이번 쿠팡 및 마켓컬리에 대해서도 강한 낙인을 찍었다는 해석이다.
1일 엄중식 가천대 감염내과 교수는 "코로나19가 배송 상품이나 상자를 통해 전달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배송 과정에서 바이러스가 사멸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총괄조정관(보건복지부 차관) 역시 최근 "전 세계적으로도 중·장거리 택배를 통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전파된 사례는 보고되고 있지 않다"며 사실상 택배 상자를 통해 코로나 전파 가능성이 없음을 강조했다.
하지만 업계는 이 같은 배송 과정에서의 코로나 감염 가능성 여부가 핵심이 아니라고 입을 모았다. 이보다는 그간 이커머스 배송이 코로나 사태에도 안전하다는 굳건한 믿음이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된 올해 초 이후 쿠팡, 마켓컬리 등 이커머스 업체들은 오히려 더욱 많은 수요층을 끌어들이며 성장세를 이어왔다. 대면을 기본으로 하는 오프라인 유통 업체는 코로나로 고객이 떨어져 나가는 등 심각한 타격을 입었지만, 이커머스만큼은 예외였다. 이커머스 상품 전달은 기본적으로 언택트(Untact·비대면) 소비를 토대로 한 탓이다.
직장인 하모씨(42·남)는 "언론 보도대로 코로나에 따른 전파 가능성은 당연히 낮을 것이라 생각한다. 중요한 점은 이커머스도 방역에 구멍이 뚫릴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라며 "이번 이커머스 시장에서 불거진 코로나 문제가 완벽히 해결될 때까지는 배송 물건을 사지 않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주부 유모씨(39·여)도 "아파트 단지 내에 쿠팡 직원들의 진입을 막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며 "물론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코로나 문제가 워낙 민감한 사안이다 보니 이 같은 이야기를 하는 입주민들의 입장도 이해는 간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영학과 교수는 "올해 상반기 이커머스 시장이 급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특유의 편리성도 있지만, 코로나 시국에 언택트를 기반으로 한 소비가 이뤄져 어느 유통 채널보다도 안전하다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소비자들이 단순히 쿠팡, 마켓컬리의 문제를 넘어 '이커머스의 배반'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는 것이 더 문제다. 무엇보다 코로나 문제가 신천지, 이태원 등과 엮이며 집단 감염으로 발전했다는 점에서 소비자들의 심리적 충격은 더 크다"고 분석했다.
현재 쿠팡, 마켓컬리 등은 확진자 확산 방지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들 업체는 물류센터 폐쇄는 물론 강도 높은 전면 방역 작업에 나선 상태다. 이 가운데 이번 이커머스 코로나 사태에 대한 기우가 꺾일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됐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번 이커머스 코로나 사태는 쿠팡, 마켓컬리 등의 조치가 미흡한 탓도 있지만, 이에 대한 낙인효과와 함께 공포감이 걷잡을 수없이 확산되는 것이 더 큰 문제다. 사실 소비자들이 감정적으로 반응할 수밖에 없는 시기이기도 하다"라며 "이커머스 시장의 영향력 강화는 변하지 않는 대세 흐름이다. 쿠팡, 마켓컬리 등이 방역에 만전을 기하고 더 이상의 추가적 확진자도 발생하지 않는다면, 시일은 걸릴지언정 이 같은 공포 심리는 수그러들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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