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40대 중반에 들어섰다. 회사에서는 관리자급에 올라 책임이 더 많아졌다. 가정에서도 두 살 터울 초등학생 두 아이의 아버지로서 어깨가 무거워졌다. 그곳에서 주는 책임감과 편안함이 중요하게 됐다. 삶의 방향은 자연스럽게 ‘도전’보다는 ‘안정’에 방점을 찍게 됐다. 자동차의 선택 기준도 마찬가지였다.
고민 많은 아저씨의 구구절절한 사연을 들은 지인들의 추천을 압축하고, 이를 기준으로 최종 후보를 골랐다. 볼보자동차의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XC90 T8 EXC(이하 XC90)'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했다. 업계가 한목소리로 꼽는 안정성, 중후함, 일관성 등이 큰 매력이었다. 가족과 함께할 때도, 사회생활에서 나의 색깔을 보여주기에도 딱 맞아 보였다.
특히 북유럽 신화에 등장하는 ‘토르의 망치’라는 애칭으로 유명한 전면부의 발광다이오드(LED) 헤드램프는 우아하면서 강인함을 전해줬다. 세로 모양의 그릴 중심에 도드라진 아이언마크의 화살표는 전체적인 디자인에 완성미를 더해줬다.
측면은 사람을 강조한다던 볼보차 디자인의 특징을 손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사이드 미러가 대표적인 예다. A필러가 아닌 1열 문에 장착해 운전자의 좌우측방 시야 확보를 더욱 용의하게 했다. 후면부는 크롬장식 등이 과하지 않아 간결미를 돋보이게 했다.
실내도 외부와 통일성 있게 단순미를 극대화해 고급스러움을 배가시켰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나무 소재를 활용해서 그런지 스웨덴의 어느 조용한 숲에 들어와 있는 느낌을 들게 했다.
하지만 센터패시아(앞 좌석 중앙)의 9인치형 센터 콘솔 디스플레이 등 운전을 돕는 각종 장치들만큼은 첨단 그 자체였다. 스마트폰 화면전환 방식을 그대로 채택해 직관적으로 조작할 수 있었다. 햇빛이 자동차 내에 많이 들었지만 난반사방지코팅 처리 덕분인지 방해받지 않고 디스플레이 정보를 읽을 수 있었다.
자동차 공간은 4인 가족에게는 지나치게 넓다고 표현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했다. 아이들이 탄 2열 석의 경우 앞뒤로 따로 넓히지 않아도, 비행기 1등석을 떠올릴 정도로 공간이 넓어 장거리 여행도 불편하지 않을 듯했다.
필요할 경우 캠핑카로 활용할 수 있다고 하니 아이들이 누구보다 좋아했다. 트렁크만 사용하면 1007L, 2열을 눕히면 최대 1856L까지 확장된다. 커다란 차체 덕분이다. XC90은 전장 4950mm, 전폭 1960mm, 전고 1730mm, 휠베이스 2984mm다.
이날 시승은 서울에서 충북 청주 외곽까지 왕복 약 300km 코스에서 했다. 일반, 고속, 험로 주행을 모두 포함했다. 초반의 정숙함과는 달리 힘을 내야 할 곳에서는 확실히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4기통 2.0리터 가솔린 엔진과 전기 모터가 결합해 최고출력 405마력(가솔린 엔진 318마력+모터 87마력)을 내는 저력 덕분이다. 낮은 엔진 회전 구간에서는(0~3000rpm, 최대 토크 24.5kg·m) 전기 모터로, 높은 엔진 회전 구간(2200~5000rpm, 최대 토크 40.8kg·m)는 가솔린 엔진으로 구동된다고 한다. 다만 아쉬운 점은 엔진으로 전환 시 소음도 커졌다는 것이다.
교차로에서 다른 차량이나 동물과의 추돌 위험성을 감지하는 업그레이드된 긴급 제동 시스템 등 첨단 주행 보조 기능도 탑재됐지만 아쉽게도 큰 위협이 없어 체험하지는 못했다. 대신 안마기능, 실내공기청정 시스템 등을 아이들과 연신 눌러대며, 프리미엄 자동차의 매력을 만끽했다.
대형 SUV이지만 PHEV 모델인 만큼 연비도 준수했다. 복합 연비는 휘발유 기준 10.0km/L(도심 9.4km/L, 고속도로 10.8km/L)다. 또한 순수 전기차 모드로 주행하면 1회 충전 뒤 최대 주행 가능한 거리는 30km다. 복합 연비는 2.8km/Kwh(도심 2.8km/Kwh, 고속도로 주행 2.7km/Kwh)다. 연비주행을 해서인지 실제는 이보다 10% 정도 높았다.
짧은 시승이었지만, 안정된 내 삶을 지켜줄 딱 알맞은 자동차란 판단이 들었다. 1억3637만원(개별소비세 1.5% 적용)라는 가격이 조금 부담이 되긴 했지만, 그만한 가치를 보여줄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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