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정 경기도 교육감은 8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9월 학기제 도입은 필연적인 과정”이라고 단언했다.
지난 5월 20일 고3의 등교 수업을 시작으로 4차 등교까지 이뤄지면서 학교 현장이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는 조심스러운 전망이 나온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9월에 새 학년을 시작하는 ‘9월 학기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동시에 힘을 얻고 있다.
9월 학기제 도입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는 경기도 교육의 수장 이재정 교육감의 생각은 확고했다. 이 교육감은 “올해는 여유 있는 학사과정을 운영하면서 자연스럽게 9월 학기제로의 전환을 생각할 시기”라며 “코로나19의 확산이 오히려 우리 교육을 바꿀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올해 말까지 1학기, 내년 상반기 2학기··· 9월 학기제 무리 없다“
지난 5월 20일 고3 학생들을 시작으로 4차까지 진행된 등교 수업은 아직은 큰 무리 없이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불안감이 없는 건 아니다. 학교 현장에서 학생과 교직원 확진자가 발생하는 것은 물론 학원가도 대표적인 감염 요주의 장소로 부상하고 있다.
밀집 공간에 다수 인원이 모여 있는 교실의 특성상 감염이 발생하면 지역사회의 무차별 파급으로 비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는 계속되고 있다. 최근엔 수도권을 중심으로 확진자 증가세가 수그러들지 않고 있어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9월 학기제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이 때문에 코로나19의 확산세가 지속하면서 3월부터 5월 말까지 개학이 연기되자 9월 학기제를 논의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4차 등교까지 이뤄졌지만, 오히려 등교 시행을 통해 완벽하지 못한 학교 현장 방역과 교육시스템의 허점이 드러났다는 논리도 깔려 있다.
이 교육감은 “현재 원격수업이 이뤄지고 있지만, 대면수업만큼 교육효과와 학습 공백을 채운다고 장담하기 힘들다”며 “등교와 대입 연기, 밀집도를 낮추는 학사 운영 등은 충분한 해결책이 될 수 없는 데다가 이런 시기에 학생들이 집중해 공부하기는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9월 학기제가 가진 장점 등을 고려하면 오히려 이 기회에 교육체계를 완전히 바꾸는 것이 장기적으로 유리하다는 점을 들었다. 이 교육감은 코로나19 이전부터 9월 학기제 도입의 장점을 부각하며 도입을 꾸준히 주장해 왔다. 세계 주요 나라가 대부분 9월 학기제를 하고 있다. 실제로 OECD 국가 중 9월 학기제를 시행하고 있지 않은 나라는 우리나라와 일본, 뉴질랜드 정도다.
이 교육감은 “국제 표준에 맞춰 국내 학생 유학 확대와 외국 학생 유입, 긴 여름방학을 이용한 체험 활동을 장려할 수 있다”고 9월 학기제의 장점을 강조한다.
그는 학교 수업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못하는 상황이 오히려 전환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모든 학생, 학년, 학기를 코로나19로 다 같이 한꺼번에 그리고 자연스럽게 바꿀 수 있기 때문”이라고 그는 말했다.
이 교육감 제안의 핵심은 올해 말까지 느슨한 학사 운영을 통해 1학기를 마치고 내년 상반기를 2학기로 구성하는 것이다. 9월 학기제 반대 측의 대표적 논리는 두 번에 걸친 학생 선발과 이에 따른 비용, 교사들의 부담 증가, 그리고 학교 현장의 혼란이다.
이 교육감은 올해 말까지 원격수업을 병행하며 학습 손실이 없도록 ‘천천히’ 학기를 운영하면 내년 하반기부터는 9월 학기제로 자연스럽게 바뀔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내년 9월에 신학년을 시작하면 감염병으로부터 학생을 보호하고 휴식을 보장할 수 있다”며 “학사 운영 불확실성에 따른 현장의 혼란을 해소할 수 있다”고도 했다.
이 교육감은 “특히 고3 학생은 충분히 대입 준비를 할 수 있고 코로나19의 일상화에 대비한 원격수업과 등교수업의 혼합 수업 등 새로운 교육 방식을 안정시킬 시간과 방역 인프라 조성 준비 기간도 가질 수 있다”며 “신 학기제 전환에 따른 사회적 합의와 새로운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비용도 최소, 시기도 적절··· 이 교육감 “정부와 국회 진지한 논의 해야”
우리나라가 3월 학기제를 채택한 것은 일본의 교육시스템을 도입했기 때문이다. 역대 정부에서 9월 학기제를 검토한 것은 크게 3차례다. 우리나라의 3월 신학기가 대다수 선진국과 비교해 시기가 일치하지 않는 점, 2월 중 봄방학을 하느라 수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점을 주요 이유로 9월 학기제 도입에 대한 정책 제안이 여러 차례 제시됐다.
하지만 1997년과 2007년, 2015년에 9월 학기제 시행을 검토했지만 모두 무산됐다. 최대 1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는 비용이 문제가 됐다. 최근 국회 예산처도 9월 학기제를 도입하려면 3조9098억원이 들 수 있다는 내용의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내년에 입학할 학생들의 입학 시기를 반년씩 앞당겨 그 학생들이 고3이 되는 2033년에 9월 학기제를 완성하는 스케줄로 할 때 필요한 비용이다.
이 교육감은 현재 상황은 비용 부담 없이 9월 학기제로의 전환이 가능한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지금 상황에선 오히려 입학을 반년 늦추면 비용 부담 없이 9월 학기제로 전환할 수 있다”며 “비용보다는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전체가 등교할 수 없는 상황이 오히려 여유 있게 사안을 검토할 좋은 기회라고도 했다. 현재 초중등교육법상 수업일수는 연간 190일 이상으로 명시하고 있지만, 최대 수업일수는 제한이 없다. 올해 말까지 올해 1학기를 운영해도 된다는 것이다.
필요한 관련 법 개정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 교육감은 “초중등교육법상의 ‘학년의 학년도 시작과 끝나는 일자’를 9월 학기제에 맞게 변경하면 된다”며 “내년 2월 말까지 21대 국회가 법률을 개정할 시간적 여유가 충분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과거 정권에서부터 9월 학기제 논의를 30년 넘게 줄기차게 했지만, 당시는 교육개혁의 명분과 서둘러 바꿔야 할 이유가 없었다”며 “학제 개편, 교육자치, 학교 개혁을 최소한의 비용으로 진행할 수 있는 이번 기회를 살려 법을 바꾸고 9월 학기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 이후의 세계에 대비하기 위해 교육의 형태가 바뀌어야 한다고도 제안했다. 이 교육감은 “위기상황에선 교육의 혁신을 통해 희망을 만들어야 하고 교육은 4차 산업혁명을 이끌어 가는 원동력”이라며 “비대면의 확산 등 삶의 형태, 고용의 방식, 소유의 개념이 변하는 이때, 교육의 근본을 바꾸지 못하면 미래를 만들어가기 어렵다”고 했다.
이를 위해 결정권을 가진 교육부와 지속적인 협의를 해 나가겠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그는 “온라인 개학 직후 교육부는 코로나19 방역에 집중해야 했기에 9월 학기제와 관련해 깊이 있는 논의를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며 “정부와 국회가 논의해 나간다면 충분히 풀어갈 수 있기에 적절한 방안을 찾아 각계와 소통하며 의논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교육감은 “그동안 경험하지 않은 방식으로 가르치는 방법을 열심히 배우고 도전하며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는 등의 성과도 거뒀지만, 여전히 코로나19 장기화와 감염병 재확산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어 긴장을 늦출 수 없다”며 “학생 건강이 최우선이고 함께 힘을 모아 아이들을 지켜내고 학교를 제대로 끌어가는 일은 우리 사회에 희망을 주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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