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전단 살포를 명분으로 한 북한의 도발 수위가 높아지면서 남북 간 우발적 군사 충돌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20일 대남전단(삐라) 살포가 임박했다며 전단을 제작 중인 주민들 모습을 공개했다. 이에 통일부는 즉각 유감을 표명,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대남전단 살포가 현실화할 경우 우리 군의 대응이 난처해질 것이라는 일부 관측도 제기된다. 북한군이 주민으로 위장해 전단을 살포하는 등의 경우다.
이런 가운데 북한군이 비무장지대(DMZ) 잠복초소에 소대규모 이하 병력을 지속해 투입 중이란 보도가 나와 우려를 더한다.
대북 대응 전략을 논의하기 위해 17~20일(현지시간) 방미한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출장 성과를 묻는 취재진의 물음에 끝내 묵묵부답했다.
◆대남전단살포 예고...한반도 군사적 긴장감↑
북한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은 21일 '우리의 징벌'이라는 제목의 논설에서 "지금 각급 대학의 청년학생들이 해당한 절차에 따라 북남접경지대 개방과 진출이 승인되면 대규모의 삐라살포투쟁을 전개할 만단의 태세를 갖추고 있다"며 대남전단 살포를 거듭 암시했다.
앞서 북한 인민군 총참모부 대변인은 17일 입장문을 내고 전 전선에서 대남전단 살포에 유리한 구역을 개방하고, 북한 인민들의 대남전단살포 투쟁을 군사적으로 철저히 보장해 빈틈없는 안전대책을 세울 것이라고 엄포를 놓은 바 있다.
북한 매체 조선중앙통신도 전날 대규모 대남전단살포 투쟁을 위한 준비를 본격 추진하고 있다고 밝히며 조만간 접경지대에서 대남전단을 살포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북한 인민들이 대남전단을 인쇄하고 있는 사진을 공개했다.
대북사업 주무부처인 통일부는 즉각 매우 유감이라는 뜻을 밝히고, 대남전단 살포 준비를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통일부는 일부 탈북민단체의 대북전단 살포에 대해서는 "관련 단체들을 국내법 위반으로 엄정하게 처벌해 이런 행위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모든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역설했다.
그럼에도 북한이 대남전단 살포를 연달아 예고하면서 남북 간 우발적인 군사충돌 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북한군이 아닌 주민이 전단을 살포할 경우 남측의 군사적 대응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뒤따른다.
이와 함께 남측에서도 탈북민단체인 자유북한운동연합이 전단을 살포하겠다고 예고하며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감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박상학 자유북한운동대표는 6·25전쟁 70주년을 기념해 오는 25일 전후로 "바람 따라 보내려고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탈북민단체인 큰샘은 이날 예정됐던 햅쌀 보내기 행사를 국민 불안을 이유로 잠정 보류했다.
이외에도 북한이 DMZ 잠복초소에 소대규모 이하 병력을 지속해 투입하고 있다는 보도도 한반도를 둘러싼 전운을 고조시키는 요소 중 하나다.
다만 군 당국은 투입된 소수 병력이 수풀 제거와 진입로 보수 등 개척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판단, 앞서 북한 인민군 총참모부가 예고한 군사행동으로 예단하지 않고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이 대남전단으로 남한을) 피곤하게 하는 것"이라며 "(남측이) 남북합의서를 제대로 지키지 못한 데 대한 고발장과 같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남측은 대북전단을 단속하는데, 대남전단은 허용하는 꼴이 돼 남남갈등을 유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방미 마친 이도훈, 남북 관계 풀 묘수 찾았나
정부는 요동치는 한반도 정세를 관리하기 위해 고심 중인 것으로 보인다.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최근 대북 대응 전략을 논의하기 위해 미국 워싱턴D.C.를 방문한 후 귀국했다.
엄중한 한반도 정세를 의식한 듯 이 본부장은 방미 성과를 묻는 취재진에게 끝내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이 본부장은 워싱턴D.C. 인근 덜레스 국제공항에서 귀국길에 오르면서도 '(미측 인사들을) 잘 만났느냐'는 취재진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일 뿐 나머지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그는 카운터파트(대화상대방)인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 등과 회동하고 최근 한반도 정세에 대한 평가를 공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신화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북한의 도발에) 미국이 한·미 동맹을 강화하겠다고 했다"며 "양국이 합동군사훈련을 실시할 최적기인 셈"이라고 진단했다.
한편 김연철 전 통일부 장관은 17일 남북 관계 악화의 책임을 진다며 사의를 표명한 뒤 1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진행된 이임식에서 "장관으로서 가장 안타까웠던 순간은 고생하는 여러분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할 때였다"며 "주어진 권한에 비해 짊어져야 하는 짐은 너무나 무거웠다"고 밝혔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