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유럽연합(EU)이 2014년부터 추진해온 양자 간 투자보호협정이 코로나19 사태로 무산할 위기에 처했다. 양측은 올해 말까지인 협상 시한 안에 합의 체결을 도출하자는 공감대는 이뤘지만, 협의 시한 부족과 코로나19 중국 책임론 등으로 난항이 예상된다는 관측이다.
22일(현지시간) 로이터와 CNBC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과 EU 행정부 수반 격인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함께 화상회의를 가졌다. 이날 정상회의 후 공동 성명은 없었다.
코로나19 책임론을 두고 중국과 서방세계 사이의 긴장감이 고조한 가운데 성사한 이 날 회담에서 양측은 무역과 기후, 코로나19 등 다양한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 특히 양측은 올해 포괄적인 투자협정 체결하겠다는 합의를 재확인했다.
리커창 총리는 투자협정과 관련해 "중국과 유럽의 투자협정을 올해 안에 협정을 체결할 수 있도록 전력을 기울일 것"이라면서 "양측 지도부는 원대한 수준의 협정을 체결하기를 기대하고 있으며, 가능한 한 빨리 공정한 경쟁 규칙에 대한 인식의 일치에 이를 수 있도록 최대의 노력을 기울일 것에 합의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2014년 시작된 EU-중국 간 투자협정 협상에 진전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으며, 미셸 상임의장은 유럽이 중국 기업을 맞이하는 것에 화답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CNBC는 양측이 수년째 협상의 큰 진전을 이루지 못하는 상황에서 올해 말까지 현안을 해결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고 평가했으며, 로이터는 양측 모두 관계 강화를 강조했지만, 무역과 투자 규정, 인권 등 다양한 문제에서 이견을 보이면서 상호 불신도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EU 측은 이날 중국에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책임을 추궁하는 동시에 그간 협상에서 지속적으로 요구했던 중국 기업에 대한 감시 강화 방안도 강조했다. 중국에서 사업을 벌이는 유럽 기업들이 EU에 진출한 중국 기업과 같은 수준의 투명하고 공정한 경쟁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프랑스 통신사 AFP는 오는 9월 독일 라이프치히에서 개최할 예정이었던 EU 27개 회원국 정상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 정상회의가 코로나19 여파로 취소된 것을 두고 외교관들은 부분적으로는 투자 협상 교착상태 때문인 것으로 분석한다고 전했다.
오는 9월은 EU와 중국이 양자 간 투자협정을 체결하기로 목표했던 시한이기도 하다.
다만, 앞서 2월 필 호건 EU 통상 담당 집행위원은 유럽의회 국제무역위원회에 출석해 양자 간 무역협정의 9월 체결이 사실상 어렵다고 밝히기도 했다. 양측은 3월 하순 중국 베이징에서 마무리 협의를 가질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사실상 열리기 어렵다고 봤기 때문이다. 당시 호건 집행위원은 9월 협정 체결을 위해서는 7월까지는 교섭을 완료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EU와 중국은 지난 2012년 2월에 열린 정상회담에서 투자협정 체결을 위한 협상에 합의한 후 2013년 11월 협상 시작을 선언했다.
두 지역의 교역량에 비해 미미한 투자 교류 상태를 해소하기 위해 양측은 개별 회원국과 중국 사이에 체결한 기존 26개의 양자협정을 단일 협정으로 통합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EU는 중국 경제에 더 많은 유럽기업이 진출할 뿐 아니라 유럽 내 '차이나 머니' 유입을 촉진하길 원했다.
해당 협정이 원만히 체결했을 경우, 이는 향후 EU와 중국의 양자 간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의 디딤돌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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