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거래융자 잔고가 13조원을 육박하는 등 연일 최대치를 경신하는 가운데 몇몇 증권사들이 신용 이자율을 낮추는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어 우려를 사고 있다. 개인투자자들에게 '빚투(빚내서 투자)'를 권장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1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9일 기준 신용융자 잔고는 12조9820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신용융자 잔고는 개인이 주식을 사기 위해 해당 주식을 담보로 증권사에 빌린 금액이다. 연초 9조2072억원과 비교하면 40%가 넘게 늘었다.
이렇게 신용융자 잔고가 연일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일부 증권사들의 신용거래융자 이자율 할인 이벤트가 '빚투'를 조장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일부 증권사들이 신용 이자율을 낮춰 고객들에게 빚투를 권장하는 모양새라는 것이다. 정상 신용이자율은 최저 4.7%에서 최고 10.5%지만 몇몇 증권사들은 2% 후반대 이자율을 제공하는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하이투자증권도 신용·주식담보 대출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하이투자의 경우 90일간 신용주식담보대출 이율을 2.99%, 4.55%로 제공한다. 담보금을 기간 내에 갚지 못하면 고객 계좌 또는 종목의 적용 이자율에 3%가 더해진다.
KTB투자증권의 경우도 신규 계좌 개설 고객에 최장 3개월 신용·주식담보대출 이율을 2.99%에 제공하고 있다. 특히 'KTB스마트클럽'이란 멤버십을 통해 신용·주식담보대출 이자율을 연 3.99%를 보장하는 이벤트도 진행 중이다. 이벤트 기간 내 비대면 주식 계좌개설을 한 신규 및 휴면 고객에 한해 3년간 기간 고객 등급에 관계없이 신용 대출 이자율을 연 3.99%를 일괄적용한다.
신용융자 거래는 주가가 꾸준히 오르면 별 탈이 없지만, 주가가 하락하는 경우 문제가 생길 수 있어 투자자들의 주의가 필요하다. 주가가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면 증권사들이 주식을 일괄적으로 정리하는 반대매매가 일어나기 때문이다.
특히 업계에서는 코스피가 2100선에서 횡보하고 있고 빚투의 규모가 늘고 있는 만큼 투자자들의 주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저금리 시대에서 신용 이자율이 높게 유지되고 있는 건 빚투를 하지 말라는 증권사의 의도가 깔린 것"이라며 "개인들도 이율이 낮다고 무작정 대출을 받아 투자하기보다는 신중한 투자를 해야 된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시장 관계자는 "최근 유동성으로 증시를 떠받치고 있고 향후 추가 하락에 대한 전망이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빚을 내 투자를 하는 건 투자자들을 심리적으로 조급하게 만들 수 있다"며 "대부분의 할인 이벤트는 2, 3개월 간의 단기성으로 이벤트 기간이 끝나면 이율이 다시 오르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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