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금지 연장한 금융당국··· 개선방향 놓고 '2라운드'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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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준호 기자
입력 2020-08-27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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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코로나19 확산과 함께 시행했던 공매도 금지 조치를 6개월 연장하고, 공매도 제도에 대한 개선에 착수하기로 결정했다. 다만 개선 방향을 놓고 금융투자업계와 학계, 개인 투자자 사이에 의견이 엇갈리는 만큼 향후에도 공매도와 관련된 진통은 지속될 전망이다.
 
◇부쩍 커진 개미의 힘··· 연장 조치 이끌었다

금융위원회는 다음 달 종료가 예정된 공매도 금지와 자기주식 매수주문 수량한도 완화조치를 6개월 연장한다고 27일 밝혔다. 앞서 금융당국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증시 급락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 3월 16일부터 오는 9월 15일까지 국내 주식시장 전체 상장종목에 대해 공매도를 금지했다. 금융위는 코로나19 확산 사태가 장기화 양상에 접어들며 시장변동성이 확대되고 있어 금지 조치를 연장한다고 밝혔다.

다만 이 같은 결정의 배경에는 시장 상황 이외에도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개인투자자와 정치권의 의견이 크게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증시에 대거 진입한 개인 투자자들이 시장 주도 세력으로 부상하며 이들의 여론에도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게 됐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정치권에서도 금지 조치를 연장하고 제도 개선을 꾀해야 한다는 여론이 여당을 중심으로 나타났다.

이날 5개 증권사 대표이사들과 간담회를 가진 은성수 금융위원장도 모두발언을 통해 "개인투자자가 기록적인 매수세를 보이며 우리 증시를 든든하게 받쳐왔다"며 "공매도의 한시적 금지조치도 개인투자자의 투자심리 안정에 기여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올해 3월 이후 지난 21일까지 기관과 외국인이 36조3000억원을 순매도하는 동안 개인들은 37조1000억원을 순매수하며 지수 하방을 떠받치는 역할을 했다.
 
◇대형주만 허용 '홍콩식', 접근성 제고 '일본식' 대안 거론

6개월가량의 시간을 확보한 금융당국은 본격적으로 제도 개선 논의에 착수할 전망이다. 현재 학계와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일부 대형주에 한해 공매도를 허용하는 '홍콩식'과 개인들의 공매도 접근권을 높이는 '일본식' 제도가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불법 공매도에 대한 처벌 강화, 공매도 거래 과정의 전산화 등 다른 쟁점들도 있으나 이들의 경우 국회에서 입법 논의가 진행 중이다.

홍콩 사례는 감독기구인 금융감독원에서 윤석헌 원장이 직접 언급하며 대안으로 부상했다. 시가총액이 일정 수준 이상인 대형 종목만 공매도를 허용하는 방식이다. 당시 윤 원장은 '개인적 의견'임을 전제로 달았지만, 이후 금감원에서는 해외 사례 검토 등을 거쳐 홍콩식 공매도 규제를 개선방안으로 금융위에 전달하기도 했다.

일본식 제도는 다수 금융기관이 출자해 개인 투자자에게 신용 대주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구를 설립하는 방식이다. 황세운 상명대 DnA랩 객원연구위원은 "개인투자자들의 공매도 거래에 있어 어려운 부분은 원하는 주식을 필요한 수량만큼 빌리기 곤란하다는 점"이라며 "일본처럼 중앙집중 방식의 주식대여 서비스를 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사후 규제로 충분" vs "원점부터 재검토"··· 논란 '2라운드' 전망

공매도 제도 개선 논의가 순탄치만은 않을 전망이다. 제도를 바꿔야 한다는 큰 틀에서는 합의가 이뤄진 상황이지만, 어떤 방식이 적용되어야 할 것인가는 금융투자업계와 학계, 개인투자자 간 의견이 상이하기 때문이다.

업계와 학계에서는 처벌을 강화하는 사후 규제로 충분하다는 의견이 대다수다. 공매도 거래를 사전에 실시간 모니터링하거나, 일부 대형주에만 적용하는 '사전 규제'는 오히려 시장에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사전 모니터링은 정책 효과에 비해 비용이 너무 크다"며 "또한 거래량이 적은 중소형 종목들의 경우 공매도가 금지될 경우 오히려 거품을 뺄 수단이 줄어들며 주가를 끌어올리는 '작전'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개인투자자들은 사후 규제는 물론 불법 여지를 원천 차단하는 사전 규제까지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공매도 거래에 대한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나아가 한국 자본시장의 특수성을 감안한 제도를 고민해 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 대표는 "이번 기회에 공매도 제도를 원점부터 검토해야 한다"며 "금융당국이 전문가들과 전담 태스크포스(TF)를 조직해 홍콩식이나 일본식이 아닌 '한국식 공매도'를 고민하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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