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칼럼] 치솟는 먹거리 물가, 저소득층이 더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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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동향분석팀장
입력 2020-09-0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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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동향분석팀장]



경제가 좋지 않아 물가도 낮은데 뭐가 문제지라는 생각이 들겠지만, 매년 여름 직후에는 먹거리 가격이 급등하곤 했다. 올해도 예외는 아니다. 강물이 넘치고 산사태가 날 정도의 폭우, 걷기 힘들 정도의 강풍을 동반한 태풍 때문에 수확기의 과일이 문드러지고 채소가 썩어 나가고 있다. 단기간의 공급 부족은 가격 급등으로 이어지면서 그렇지 않아도 팍팍한 살림을 꾸려가고 있는 이들의 가계부에 더 큰 시름을 안겨 주고 있다.

먼저 여름철 이후 먹거리 물가 상승률이 특히 높다는 것에 대한 팩트체크부터 해 보겠다. 두 가지 물가지수를 비교해 보면 답이 금방 나온다. 소비자물가지수와 신선식품 물가지수. 소비자물가지수는 모든 물가지수를 망라했다고 보면 되겠다. 우리들이 소비하는 상품 및 서비스를 망라하는 대표적인 물가지수이다. 그런데, 이 중에서 그렇게 자주 구입하지 않는 품목들이 있어 국민들이 체감하는 물가 수준과 차이가 크다는 지적이 제기되어 왔다. 이런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나온 물가지수 중 특히 먹는 것에 초점을 둔 것이 신선식품 물가지수이다. 육류와 생선류, 채소류 등 매일 먹는 음식품으로 대상을 한정하니 체감도가 더 크다는 평가를 받는다.

더 확실한 방법은 위 두 가지 물가지수를 기간별로 구분해 보면 된다. 구체적인 숫자를 보자. 2000년 이후 매월 소비자물가지수와 신선식품 물가지수의 6월 대비 9월의 누적 상승률 연평균 값을 계산한 결과,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0%이지만 신선식품물가 상승률은 13.0%로 나타났다. 상승률이 무려 13배나 차이가 난다. 같은 먹거리라도 품목에 따라 상승률 차이가 크게 난다. 6~7월과 8~9월의 전월 대비 물가상승률을 비교해 보자. 곡물 물가상승률은 0%(6~7월)에서 0.2%(8~9월) 정도로 여름철이 지나도 상승폭이 비슷하다. 과일은 두 기간이 지나면서 가격 상승률이 –4~-2%에서 1~3%로 상승폭이 곡물에 비해 좀 크다. 채소류는 상승률이 훨씬 더 클뿐더러 변동폭도 크다. 2000~2019년 채소류의 전월 대비 물가상승률은 6월 평균 –6.7%였지만 7월에는 12.8% 포인트 급등한 6.1%이고, 8월에는 8.9% 포인트 더 상승한 15.0%로 나타났다. 한여름철 태풍과 장마를 겪으며 6월 대비 8월의 채소류 물가상승률은 21.7% 포인트나 더 높은 셈이다.

문제는 신선식품 가격의 계절적 폭등 현상이 다른 이들보다 저소득층에게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음식료품에 대해 지출하는 규모는 다른 품목에 지출하는 규모만큼 크게 다르지 않다. 사람들이 먹는 게 다 거기서 거기지 않은가. 고소득자들은 고급 자가용을 구매하겠지만, 여력이 되지 않는 분들은 소형 자가용을 구매하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할 것이다. 주차장이 잘 갖춰진 고급 아파트에 사시는 분들이 있기도 하고, 주차 때문에 골목을 몇 바퀴를 돌아야 하는 집에 전세 사시는 분들도 있다. 물론 소득 수준에 따라 과일을 백화점에서 구매할 것인가 아니면 그보다 저렴한 동네 마트에서 구매할 것인가에 대한 차이는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하루 세끼 먹는 것이 외제차량과 대중교통 이용만큼의 차이는 아닐 것이다.

그러나 거기서 거기인 먹거리에 대한 지출이 저소득층에서는 부담이 많이 된다. 소득 수준을 가장 낮은 가구부터 높은 가구까지 늘어놓았을 때 가장 낮은 하위 그룹 20%의 전체 소비지출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항목이 식료품으로서 20%를 차지한다(2015년 기준). 전체 가구의 평균적인 식료품 지출 비중이 14%임을 고려하면 저소득층이 먹거리에 더 많은 지출을 하는 것은 확실하다. 그러니 지금과 같이 꼼짝없이 집에만 있어야 하는 상황에서 식료품 가격이 크게 상승하면 허리띠를 더 졸라매든가, 아니면 다른 활동은 포기해야 한다.

코로나19 사태로 필자 역시 재택근무에 돌입해 온라인 수업을 하는 자녀들과 온종일 집에 있다 보니 우리집 전체적으로 식사량이 크게 늘고, 밥해주고 돌아서면 또 밥해야 한다는 아내의 푸념을 듣곤 한다. 물론 그럴 때마다 회사 구내식당보다 집밥이 훨씬 더 맛있고, 요사이 애들이 좀 더 커졌다고 위안을 하지만 아내는 콧방귀도 안 뀌며 장바구니를 들고 현관문을 나선다(설거지가 그냥 있으면 안 된다. 당연히 내 몫이다).

그 어느 때보다 식료품 물가의 안정이 필요한 시기이다. 수급 및 가격 안정을 위해서 유통시스템의 관리 감독이 필요하다. 원칙적으로 가격은 시장에서 결정되도록 해야겠지만 담합이나 사재기와 같은 불공정 거래 행위나 불합리한 유통 구조는 개선해야 할 것이다. 필요하다면 정부의 조기 수매 계약을 확대하고 식탁에 자주 오르는 필수 식료품 가격이 급등할 경우에 대비해야 한다. 소비자들뿐만 아니라 생산자, 즉 농림어업 종사자들에 대한 지원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힘써 지은 농산물이 태풍과 홍수 등으로 제값을 못 받을 처지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중장기적으로는 장마나 폭염 등 기후요인으로 인해 발생하는 물가 불안이 반복되지 않도록 농산물 생산기반 정비, 하수처리 시스템 개선, 유통시스템 관리 및 재해보험 가입 독려 등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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