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 갑질 논란, 사내 성범죄 사건 등 최근 수년간 한샘을 괴롭혔던 부정적 이슈들을 차치하더라도, 경쟁 업체들의 약진, 정부의 건설업 규제 등 외부 위협 요소가 복합적으로 맞물리면서 한샘 전체 경쟁력이 둔화되고 있는 탓이다.
특히 최근 한샘의 행보는 국내 관련 시장의 외연이 확장되고 있다는 점에서 더 심각하다는 평가다. 통상적으로 가구나 인테리어 등 변화에 민감하지 않은 보수적 산업의 시장 규모가 확대될 경우 선두 기업의 입지는 공고해지고 남은 업체들이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기 마련이지만, 한샘은 오히려 경쟁 업체의 추격을 빠르게 허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편집자주]
◆ 한샘 주가, 5년 전 최고가 이후 지속적 우하향
일단 업계는 한샘의 주식 가치가 최근 수년간 점진적으로 떨어지며, 우하향 흐름을 보이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 단기 호재로 주가가 간헐적 반등세를 보일 순 있겠지만, 한샘 전체를 견인할 만한 장기적 성장 동력은 여전히 부족하다는 평가다.
3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한샘 주가는 이날(종가 기준) 9만7000원을 기록했다.
한샘은 올해 초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되면서 3월 4만원대 중반 수준까지 떨어진 바 있다. 이후 코로나19 등 '집콕족' 문화 확산에 따른 내부 리모델링 수요 증가로 올해 2분기 실적이 반짝 개선되며 7월 중순 11만7500만원까지 반등했지만, 다시 하락하며 현재 주가가 10만원을 밑돌고 있다.
한샘의 주가 시계열 지표를 최근 5년 단위로 확대하면 성적은 더욱 좋지 않다. 한샘 주가는 지난 2015년 8월 중순 33만7000원의 최고가를 찍었지만, 이후 해를 거듭할수록 20만원대, 10만원대로 꾸준히 하락하는 추세다.
이와 관련 한샘 관계자는 "2015년 당시는 정부가 '빚을 내서 주택에 투자하라'고 강조했을 정도로 건설 업황이 워낙 좋았고, 이에 따른 인테리어 수요도 대거 발생해 주가가 크게 상승했다"며 "이후 최고가 조정 과정을 거치고 정부의 건설업 규제도 심해지면서, 주가가 지난해까지 크게 떨어졌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교수는 "기업의 경우 워낙 다양한 변수가 많아 과거 증시를 토대로 미래를 예측하긴 쉽지 않다. 하지만 수년간 누적된 증시 데이터는 향후 기업 가치를 파악하는 데 분명 큰 도움을 준다"며 "예컨대 야구에서 타자의 타율 가치를 파악할 때 10타석에서의 3할과, 100타석에서의 3할의 경우, 후자가 훨씬 의미 있는 것과 비슷한 이치"라고 설명했다.
◆ 토털 리모델링으로 난관 타개 움직임…경쟁사 약진, 건설 시계 '제로' 부담
한샘의 주가 하락은 경쟁사들의 시장 영향력 확대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가구·인테리어 업체의 매출 1~3위는 △한샘 1조7023억원 △현대리바트 1조2375억원 △이케아 5032억원 순으로, 전년 대비 변동률은 각각 -12%, -8.4%, 6.7%로 집계됐다. 현대리바트는 최근 수년간 한샘과의 실적 차이를 빠른 속도로 메우고 있으며, 이케아는 지난 2014년 국내에 상륙한 이후 매년 상승세를 보일 만큼 성장세가 가파르다.
현대리바트는 코로나 여파에 따른 홈 퍼니싱 트렌드를 감안, 온라인 몰을 강화하고 '리바트 스타일 숍', '리바트 키친 플러스'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특히 현대리바트가 심혈을 기울여 조성 중인 '스마트 워크 센터'는 이르면 올해 안에 준공된다.
또 우수한 '가성비’를 전면에 내세운 이케아는 올해 신규 매장 오픈, 온라인 몰 확대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며 괄목할 만한 속도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추세다.
이 같은 난관을 극복하기 위해 한샘은 토털 리모델링 서비스 콘텐츠인 '한샘 리하우스'를 미래 성장 동력으로 내건 상태다. 한샘 리하우스는 전문 인력이 주택의 창호·마루·부엌·욕실 등 리모델링을 단번에 제안하는 상품이다. 사후 문제에 대한 책임도 모두 한샘이 진다.
세트 별로 가격이 책정되는 이 서비스는 3.3㎡(1평)당 약 100만~200만원 정도가 소요된다. 집 전체 공간 리모델링을 제안하는 소비자 중심의 사업이라는 것이 한샘 측 설명이다.
하지만 토털 리모델링 서비스를 회사 전체 성장 동력으로 삼기엔 무리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 건설·부동산 전문가는 "토털 리모델링 서비스는 풍부한 수요가 전제돼야 의미가 있는데, 현재 정부의 건설·부동산 규제가 워낙 심해 그만큼의 수요가 발생할지 의문"이라며 "무엇보다 건설 업계에 있어 리모델링 시장은 주류가 아닌 틈새시장이라는 점도 유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어디까지나 주택 정비의 핵심은 재개발·재건축이다. 설령 정부가 규제를 대거 푼다고 해도, 건설업 측면에서 리모델링 시장은 파이가 매우 작은 시장이다. 아무리 가구 회사라 해도 리모델링을 회사 전체를 견인할 만한 동력 사업으로 설정하기에는 무리가 있어보인다"며 "또 현대건설 등 범현대가와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현대리바트를 경쟁사로 두고 있는 것도 부담"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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