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에 무너진 北김정은, 경제계획 또 수정…국제사회 지원 요청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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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인 기자
입력 2020-09-09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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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정은, 8일 노동당 중앙군사위 확대회의 주재

  • '광산업' 핵심 함경도 태풍 피해복구에 군 투입

  • "태풍 피해로 투쟁 과업 전면 고려…방향 변경"

  • 평양종합병원 건설 대신 수해복구 집중할 듯

  • 외부지원 거부·'자력갱생 정면돌파' 기조 여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경제계획을 또 수정하기로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이어 태풍까지 겹친 영향이다.

9일 노동신문 등 북한 관영 매체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전날 오전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제7기 제6차 확대회의를 소집하고 제9호 태풍 ‘마이삭’ 피해 대책 문제를 논의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태풍 피해가 심각하다는 점을 언급하며 국가적으로 추진하던 연말 투쟁과업들을 전면적으로 고려하고, 투쟁 방향을 변경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계획했던 국가사업의 전면 재검토와 목표를 수정하겠다는 뜻이다.

김 위원장의 국가사업 재검토와 목표 변경 언급은 지난 4월 정치국 회의 이후 5개월 만이다. 당시 김 위원장은 코로나19 사태를 앞세워 일부 정책적 과업을 조정·변경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 해에 두 차례나 경제계획을 손볼 정도로 북한 경제 상황이 좋지 않고, 경제난을 해소할 마땅한 대책도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김 위원장은 지난 8월 20일에 소집한 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6차 전원회의에서 국가경제발전 5개년(2016~2020년) 전략 목표 미달성을 인정하며 경제 상황의 어려움을 우회적으로 드러낸 바 있다.

그러면서 내년 1월에 열릴 예정인 제8차 당 대회에서 새로운 국가경제발전 계획을 수립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태풍 피해 정도가 예상보다 심각함에 따라 국가경제발전 계획 수정도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 위원장의 경제계획 재검토 언급에 따라 북한이 오는 10월 10일 당 창건 75주년을 목표로 추진하던 삼지연군 꾸리기, 평양종합병원 건설 등의 성과 발표도 미뤄질 것으로 예측된다. 또 북한이 지속해서 강조해 오던 탄소하나(C1) 화학공업 창설 목표 달성도 어려울 듯하다. 
 

북한 평양시 당원 1만2000명으로 이뤄진 수도당원사단이 8일 태풍 피해를 본 함경도로 출발하기 전 금수산태양궁전 광장 앞을 행진하고 있다. [사진=교도통신·연합뉴스]


북한의 경제계획 ‘전면’ 재검토 배경에는 이번 태풍 피해 지역이 함경남도 광산지역이라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북한의 광물자원 수출은 2017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안 채택 전까지 북한의 수출 1위 품목으로 가장 중요한 외화획득 원천이었다. 광물 수출로 얻은 외화로 식료품 등 소비재 수입을 늘려 주민 후생을 높이는 데 도움을 주고, 중간재 및 산업용 차량 등의 자본재 수입도 확대하는 등 북한 경제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김 위원장이 전날 회의에서 함경남도 검덕지구의 피해복구를 “우리 경제의 중요 명맥을 살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선행해야 할 급선무”라고 표현했다. 아울러 군부대까지 동원해 피해 복구 시기를 앞당기라고 한 것도 광산업이 북한 경제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검덕지구의 검덕광산은 북한의 대표적인 연(납)과 아연 산지이다. 대흥, 룡양, 백바위 광산은 북한 3대 마그네사이트 생산지에 속한다.
 

북한 조선중앙TV는 지난 7일 오후 5시 제10호 태풍 ‘하이선’의 영향으로 많은 비가 내려 침수된 함경남도 신포시 도로 모습을 보도했다. 취재기자는 “연이어 계속 내리고 있는 비로 많은 도로들이 물에 잠겨서 막혔다”고 전했다.[사진=조선중앙TV 영상 캡처]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의 경제계획 재검토와 심각한 태풍 피해 언급을 두고 북한이 그동안의 침묵을 깨고 국제사회 또는 남측의 인도적 지원, 교류협력에 응답할 수 있다고 기대한다. 유엔, 미국 등 대북제재가 여전한 상황에서 북한이 자력으로 태풍 피해 복구, 경제난 극복 성과를 이뤄낼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김 위원장이 지난 8월 정치국 회의에서 수해 관련 ‘외부지원 거부’ 의사를 분명히 밝힌 만큼 북측이 먼저 수해 복구 지원 등을 요청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대북제재와 외교적 고립 속에서도 ‘자력갱생’ 기조를 유지했다. 특히 최근에는 자력갱생의 정면돌파전으로 내부결속, 체제안정을 이루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이 때문에 북한이 적십자사, 유엔 등 국제사회에 공식적으로 도움을 요청하는 일은 없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만 민간단체 또는 중국, 러시아 등 우회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가능성은 존재한다. 

이와 관련해 정낙근 남북경제협력연구소 소장은 전날 통일부 주최로 열린 ‘2020 한반도국제평화포럼’에서 “지난 6월 북한의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는 당분간 남북 당국 간 대화를 중단하겠다는 의미가 내포된 것”이라면서 민간단체, 국제기구를 통한 물밑 협력 필요성을 언급했다.

정 소장은 “(북측은 남북) 당국 간 대화가 되려면 평양공동선언에서 약속했던 것을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고, 미국에 당당하게 나서기를 바란다”면서 남북 재난협력은 정치적인 접근이 아닌 ‘인간안보’ 차원에서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했다.
 

북한 수도 평양 시민들이 함경도 수해복구 피해현장으로 가달라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필 공개서한을 받고 적극 화답하고 있다고 7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 홈페이지 캡처]


한편 북한 태풍 피해 복구에 매진하며 대외적 메시지를 자제하는 상황에서 중국, 러시아 간 친선관계 의지를 재확인했다.

노동신문은 정권 수립 72주년 기념일인 이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이 보낸 축전을 공개하며 이들 국가와의 우호 관계를 강조했다. 특히 중국 관영 매체들도 시 주석의 축전 전달 소식을 일제히 보도하며, 북·중 간 친선 우호 관계와 협력 중요성에 힘을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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