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타임스(FT)는 알리바바 산하의 앤트그룹, 중국 2위 증권사 하이퉁증권, 화웨이의 클라우드 부문, 텐센트의 지원을 받는 웨이중은행(微众银行·위뱅크) 등 중국 대형 기술·금융 기업들이 최근 싱가포르 업계 단체 가입이나 협력을 문의하는 등 싱가포르에서의 영역 확장을 꾀하고 있다고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일부 중국 기업들이 미국과 인도 등에서 서비스를 중단당하거나 중단될 위기에 놓이면서 싱가포르로 눈을 돌린 것이다. 미국과 인도는 국가 안보를 위협한다는 이유로 화웨이 장비 사용을 금지한데 이어 최근 같은 이유로 틱톡·위챗·바이두 등 중국 앱 서비스도 금지시켰다.
이에 따른 반사작용으로 싱가포르에 진출한 중국 기업들이 크게 늘고 있다. 싱가포르자산운용협회(IMAS)는 최근 중국 기업들의 싱가포르 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중국 기업을 담당할 전문 부서를 별도로 개설하고 있다고 했다.
싱가포르핀테크협회(SFA) 회원사 수도 크게 늘었다. 치아 훅 라이 SFA 회장은 FT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3월 350개였던 회원사 수가 9월 780개로 늘었다”며 “미·중 갈등이 심화할 수록 싱가포르의 중국 투자는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게다가 최근 싱가포르가 내놓은 정책적 혜택도 중국 기업들의 구미를 당기고 있는 요인이다. 싱가포르통화청은 최근 가변자본회사(VCC) 적용 특례법을 제정했는데, 이는 VCC로 분류된 뮤츄얼펀드는 재무재표나 주주명부 공시 의무가 없다는 내용이다. VCC 규제를 대폭 완화한 것이다. 이에 싱가포르에는 지난 1월 이후 109개에 이르는 다국적 펀드들이 VCC로 등록됐다.
싱가포르를 발판 삼아 동남아 진출을 노리는 기업들도 있다. 하이퉁 증권의 장푸페이 최고운영책임자(COO)는 “동남아시아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싱가포르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앤트그룹은 일찍이 올해 초 싱가포르 금융당국에 디지털 은행 허가와 관련한 신청서를 접수한 바 있는데, 관련 소식통은 “앤트그룹은 기술 및 금융 분야에서 협력을 장려하려는 싱가포르 정부의 노력에 이끌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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