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수소·해상풍력·수자원 등 건설사를 책임질 차세대 비즈니스 모델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정부가 '그린뉴딜'을 경제성장의 중요한 한 축으로 선언하면서 건설사들도 발 빠르게 체질 개선에 나서는 분위기다. 주택시장 규제강화와 코로나19로 국내외 건설경기가 위축되면서 환경·신재생에너지 분야가 위기에 빠진 건설사들에 '구원투수'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22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GS건설은 신사업부문을 맡고 있는 허윤홍 사장을 필두로, 수처리사업·스마트양식사업·모듈러주택 등 각종 친환경분야 신사업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GS건설은 신사업부문 이익이 급격하게 늘어남에 따라 사명 변경도 추진하고 있다. GS그룹 명은 그대로 가져가되, '건설'은 떼고 사업 확장이 가능한 이름을 다양하게 검토하고 있다.
실제 GS건설의 상반기 신재생에너지·신사업부문 합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4318억원, 185억원으로 작년 동기(매출액 3880억원, 영업손실 18억원) 대비 각각 11.29%, 1127.78% 증가했다. 신재생에너지는 태양광·바이오에너지 사업을, 신사업은 자회사인 GS이니마·모듈러 사업성과를 포함한다.
이 회사가 최근 주력하고 있는 분야는 수처리사업이다. 최근 부산시에 40억원을 투자해 연어 스마트양식장을 조성, 연간 최대 500t까지 생산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양식장 건설의 필수인 수처리기술은 자회사인 GS이니마가, 스마트양식장 운영에 필수적인 사물인터넷(IoT) 기술은 GS건설이 각각 담당한다. 최근에는 전기차에 쓰이는 2차전지(리튬이온 배터리)를 재활용하는 사업에도 진출했다. 2022년까지 포항시 재활용 규제자유특구에 1000억원을 투자, 2차 전지에서 연간 4500t의 니켈, 코발트, 리튬, 망간 등의 유가금속을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짓는다는 계획이다.
현대건설도 수소전지발전·해상풍력·오염토 정화사업·스마트팜 등 신재생에너지와 친환경 중심의 사업포트폴리오를 강화하고 있다. 우선 싱가포르·인도네시아 등 해외에서 폐기물에너지사업 등을 공동연구 중이며, 최근에는 철강 부산물을 이용해 연약한 지반을 단단하게 만드는 고화재 개발에 성공, 녹색기술 인증을 받기도 했다. 서남해해상풍력발전단지, 서산태양광발전소 등 재생에너지 시장 개척에도 앞장서고 있다.
SK건설은 지난 7월 친환경사업부문을 신설하고 조직을 안재현 SK건설 사장 직속으로 편입시켰다. 신설된 친환경사업부문은 스마트그린산단사업그룹, 리사이클링사업그룹 등의 조직으로 구성됐다. 기존 산업단지를 디지털 기반 스마트·친환경 제조공간으로 전환하는 게 주요 업무인데,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발표한 '스마트 그린산단' 조성 목표와도 부합한다.
특히 SK건설은 이달 초 사모펀드 운용사 어펄마캐피털과 EMC홀딩스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하고, EMC홀딩스 주식 전량을 인수했다. EMC홀딩스는 전국에 970개 수처리시설을 운영하고 있는 국내 시장점유율 1위 업체로, 하·폐수 처리부터 폐기물 소각·매립까지 모든 환경산업을 아우르는 종합 환경플랫폼 기업이다. SK건설 관계자는 "기존 플랜트, 인프라 현장을 스마트그린산업단지로 조성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폐기물 처리 수요가 높은 그룹 관계사와의 시너지효과도 기대된다"고 했다.
건설사가 친환경 사업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는 이유는 기존 에너지 플랜트 사업 등을 통해 신재생에너지 사업분야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핵심 원천기술을 보유한 경우가 많아 진입장벽이 다른 업종 대비 낮기 때문이다. 최근 정부에서 그린 뉴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점과 친환경 사업을 통해 기업 이미지를 제고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시장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주요 건설사들이 현금성 자산을 확보하고 있는데 이 가운데 상당 부분이 신사업 투자에 활용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현 정부의 '한국판 뉴딜 계획'에 따라 2025년까지 신재생에너지, 환경분야에 약 70조원의 예산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그린뉴딜은 포스트 코로나 이후 국가경쟁력을 이끌 핵심 슬로건으로 자리잡는 분위기다. 국토부도 내년 그린뉴딜 관련 예산을 올해보다 두배 늘린 2조4000억원으로 편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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