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서울시 등이 추진 중인 주택공급방안에 대해 지방자치단체들의 반발이 잇따르고 있다. 지역의 통합발전 방향이 아닌 부동산 가격 안정을 위한 '땜질식 처방'에 여당 소속 구청장들도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25일 강동구는 최근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컴팩트사업 후보지로 고덕 철도차량기지를 검토하고 있다는 계획에 대해 이례적으로 보도자료를 내고 "SH공사가 자체적으로 검토한 내용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SH가 서울시내 주택공급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동차정류장·유수지·철도차량기지·기타공공시설 등 22곳을 활용해 1만6395가구의 공공주택을 공급하겠다고 하자 지차체 처음으로 반대 의견을 낸 것이다.
강동구는 "이미 고덕철도차량기지와 인접한 고덕강일지구에 7000가구의 공동주택이 들어선 상태고 강일버스차고지에도 1000가구 규모의 행복주택이 건설될 예정"이라면서 "구내 더 이상의 공공주택 공급을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고덕철도차량기지는 고덕비즈밸리나 첨단업무단지 등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복합시설로 개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남구도 서울의료원 부지의 공공주택 개발 계획을 철회해달라고 서울시와 정부에 요청했다. 정부가 앞서 서울의료원 부지 2만㎡를 준주거지역에서 일반상업지역으로 개발하는 종상향(용도변경)을 통해 공공주택 3000호를 공급하겠다고 밝히자 구 차원에서 공식 반대 입장을 밝힌 것이다.
강남구는 "당초 계획에는 서울의료원 부지 공동주택 건립이 없었다"며 "코엑스와 잠실운동장 일대 종합발전계획에서 제시한 마이스 산업 경쟁력 확보 등을 위해서도 원안대로 개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초구도 최근 SH가 공공주택으로 개발하겠다고 밝힌 우면동 한국교육개발원 부지 일대 토지거래허가 신청을 불허했다. SH공사는 그린벨트 내 기존 건축물(1만4855㎡)을 리모델링, 노인복지주택(98가구)으로 활용하고 그린벨트가 아닌 주차장 부지(약 7700㎡)는 제1종일반주거지역에서 제2종일반주거지역으로 종상향시켜 7층 높이의 행복주택(246가구)등 공공임대주택 총 344가구를 공급할 계획이었다.
마포구와 노원구 등도 서울 공공주택공급 확대 대상지로 거론된 데 대해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앞서 정부는 8·4주택공급정책을 통해 마포구 상암동 우휴부지, 노원구 태릉골프장 등에 각각 공공주택 6200가구, 1만 가구를 짓는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에 대해 마포구는 "상암동 신규택지 개발과 공공기관 유휴부지를 활용한 주택 공급계획은 마포 도시발전이 아닌 마포를 주택공급 수단으로만 생각하는 무리한 부동산 정책"이라며 "미래 일자리 창출과 지역 발전에 사용해야 할 부지까지 주택으로 개발하는 것은 절대 수용할 수 없다"고 반대하고 있다.
노원구 역시 "구내 80%가 아파트로 이뤄져 이미 인구밀도가 높아 주차난과 교통문제가 심각하다"면서 "충분한 인프라 없이 다시 1만 가구 아파트를 건립한다는 정부 발표는 그간 많은 불편을 묵묵히 감내하며 살아온 노원구민에게는 청천벽력과 같은 일"이라고 강하게 주장했다.
지자체들이 집단 반발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지역 주민들의 재산권 보호다. 대규모 임대, 공공주택이 들어설 경우 집값 하락에 대한 우려 때문에 인근 지역주민들의 거센 항의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실제 2013년 '행복주택' 시범지구로 지정됐던 잠실과 목동 등지에서는 주민의 거센 반대에 사업이 아예 무산되기도 했다.
정부가 철도 도로 등 교통망 확충을 약속하며 신도시 개발에 나서지만 예산확보, 지자체간 갈등 등으로 사업 지연이 수차례 반복됐다는 점도 불안 요소다. 실제 위례와 신사역을 잇는 위례신사선은 2008년 위례신도시 광역교통 개선대책에 처음 담겼으나 사업성 등의 문제로 아직까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인허가권을 쥐고 있는 지자체들이 반대한다면 정부도 막무가내로 공공주택 건립 계획을 추진하기 어렵다"면서 "자치구들과 다각적으로 협의해보겠지만 당초 계획보다 공급규모와 시기가 늦춰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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