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현지시간) 뉴욕증시는 크게 주저앉았다. 미국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빠르게 늘고 있는 데다 추가 부양책 협상도 난항을 겪으면서 투자 심리가 얼어붙은 탓이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지수는 전장보다 650.19p(2.29%) 무너진 2만7685.38에 거래를 마무리하며 지난 9월 초 이후 가장 큰 하루 낙폭을 기록했다. S&P500지수는 64.42p(1.86%) 밀린 3400.97에 마감했다. 나스닥지수는 189.34p(1.64%) 빠진 1만1358.94에 장을 마쳤다.
'코로나19 태풍'이 미국을 다시 강타했다. 미국은 지난 23일 하루 확진자 수가 8만명대로 올라서면서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CNBC가 존스홉킨스대학 집계를 분석한 바에 따르면 지난 25일 기준 7일 평균 미국의 신규 확진자 수는 직전 주보다 20% 이상 늘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여기에 마크 메도스 백악관 비서실장이 "백신과 치료제 개발 등으로 대응할 수 있지만, 팬데믹을 통제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발언이 시장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유럽의 2차 확산도 심각해지고 있다. 확진자 급증에 다급해진 이탈리아는 영업시간 제한 등 준봉쇄령을 내렸고, 스페인은 국가 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스페인 전역에 통행금지령을 내렸다. 유럽 최대 경제국 독일도 식당과 술집 영업 제한 등의 봉쇄 조치를 추진하고 있다는 소식이 나왔다.
이에 따라 코로나19에 취약한 항공사와 크루즈 주식들은 크게 고꾸라졌다. 델타항공과 아메리칸에어라인은 이날 6% 넘게 주저앉았다. 크루즈 운항사인 로열캐리비안은 9.65% 급락했다.
대선이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코로나19 관련 추가 부양책 합의는 여전히 난항을 겪고 있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민주당)과 메도스 비서실장은 지난 주말 언론 인터뷰에서 접점을 찾지 못하는 상황을 놓고 '네 탓 공방'을 이어갔다.
합의점 없이 책임 공방만 이어지면서 지난주까지 시장을 받쳐오던 부양책 통과에 대한 기대감이 주말 사이 크게 악화했다.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은 이날 "민주당이 제안한 경기부양책을 보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받아들일 수 없는 많은 부분이 있다"고 꼬집었다.
뉴욕증시 전문가들은 미국과 유럽 각국 등에서 빠르게 퍼지고 있는 코로나19 재확산 상황과 접점을 찾지 못하는 부양책 합의, 대선 불확실성 등으로 투자 심리가 위축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BTIG의 줄리언 엠마뉴엘 전략가는 "부양책 합의에 대한 실망과 코로나19 감염 사례 재급증, 대선 불확실성의 고조 등으로 증시는 단기적으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월가의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의 변동성지수(VIX)는 전 거래일보다 17.82% 폭등한 32.46을 기록했다. 이 지수는 20을 넘으면 불안 심리가 높아지는 상황을 의미한다.
대서양 건너 유럽 주요 증시도 일제히 하락했다. 범유럽지수인 스톡스50지수는 2.93% 주저앉은 3105.25로 거래를 종료했다. 프랑스 CAC40지수는 1.90% 내린 4816.12에, 독일 DAX지수는 3.71% 급락한 1만2177.18에 각각 마감했다. 영국 FTSE지수는 1.16% 밀린 5792.01로 거래를 마쳤다.
국제유가는 코로나19 재확산 사태가 최악으로 치닫는 가운데 급락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2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당 3.2% 주저앉은 38.5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12월물 브렌트유는 배럴당 3.2% 빠진 40.45달러를 가리켰다.
금값은 강보합세를 보였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12월 인도분 금은 전 거래일보다 온스당 0.03%(0.50달러) 상승한 1905.70달러에 거래됐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