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국내 기업의 화웨이 제품 사용에 대한 정부의 불(不)개입 방침에 대해 “존중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미국의 ‘클린 네트워크’ 동참하라는 의사를 우회적으로 드러냈다.
키스 크라크 미국 국무부 경제차관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의소리(VOA) 방송 인터뷰에서 미국의 ‘클린 네트워크’ 참여 관련 한국 정부가 민간업체의 특정 기업 제품 사용에 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 것에 대해 “한국의 결정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화웨이 장비 배제는) 결국 신뢰 문제”라며 “점점 더 많은 국가와 기업들의 소중한 개인정보와 민감한 고객자료, 귀중한 지적재산권을 누구에게 맡길 것인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답은 중국 공산당 감시 국가의 근간인 화웨이 같은 회사는 분명히 아니라는 점”이라면서 “화웨이 장비를 계속 사용한다면 정보 보호에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겉으론 한국 정부의 결정을 존중한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드러냈지만, 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의 5G(5세대 통신) 장비 배제를 위해 한국도 ‘클린 네트워크’에 참여해야 한다는 것을 우회적으로 강조한 셈이다.
미국의 ‘클린 네트워크’는 5G 통신망과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해저 케이블, 클라우드 컴퓨터 등에서 화웨이와 ZTE 등 미국이 신뢰할 수 없다고 판단한 중국 기업 제품을 배제한다는 구상으로 미·중 갈등 속 등장한 반중(反中) 정책으로도 꼽힌다.
미국은 지난달 14일 화상으로 진행된 한·미 고위급 경제협의회(SED)에서 ‘클린 네트워크’ 구상을 설명하고, 우리 정부에 동참을 요청했다.
이와 관련 외교부 당국자는 “한·미가 기존 입장을 이야기했고, 구체적으로 무엇을 배제하자는 협의는 이뤄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화웨이 등 중국 기업이 구체적으로 언급되지는 않았지만, 미국의 클린 네트워크 동참 요청이 있었고, 우리 정부는 기존의 ‘민간업체 제품 사용에 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을 전달했다는 얘기로 해석된다.
한편 크라크 차관은 스웨덴을 향한 중국의 보복 조치를 언급하며 한국의 클린 네트워크 동참을 우회적으로 강요했다.
그는 “한국도 과거에 이러한 보복을 경험했다. 미국은 동맹들과 함께 중국의 깡패질(China bully)에 맞설 것”이라고 꼬집었다.
앞서 스웨덴이 화웨이와 ZTE 장비 배제를 결정하자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달 21일 정례브리핑에서 “중국은 스웨덴에 대해 강한 불만을 표명한다”면서 보복 조치를 언급했다.
자오 대변인은 “스웨덴은 중국과의 경제·무역협력 및 중국 내 스웨덴 기업 활동에 대한 부정적인 영향을 피하려면 객관적이고 공정한 태도를 유지하고, 잘못된 결정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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