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은행의 가계대출 급증세가 지난달 한풀 꺾였지만, 개인 신용대출 증가폭은 여전히 2조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달 신용대출 증가폭은 전월보다 더 커졌다.
1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지난달 29일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656조1101억원으로, 9월 말(649조8909억원)보다 6조2192억원 늘었다. 이는 9월 증가폭(6조5757억원)과 비교해 5.4% 줄어든 수준이다. 사상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던 8월(8조4098억원)과 비교하면 26% 감소했다.
저금리와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 '빚투'(대출로 투자) 열풍 등이 겹치며 빠르게 불어나던 가계대출 급증세가 이렇게 주춤해진 것은 주택 거래 급감으로 주택담보대출이 이전보다 크게 줄어든 영향이다. 지난달 29일까지 5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은 3조6082억원으로, 8월(4조1606억원)과 9월(4조4419억원) 증가폭보다 크게 줄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정부의 6·17 부동산 대책 등의 영향으로 아파트 거래가 급감하면서 주택담보대출 수요가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서울부동산정보광장 부동산매매 통계를 보면 서울 아파트 거래건수는 6월 1만5000여건으로 정점을 찍은 뒤 7월 1만640건, 8월 4989건, 9월 3754건으로 매달 수치가 급감했으며, 10월에는 2063건에 그쳤다.
반면 신용대출은 당국의 비공식 규제에 따라 은행권이 한도 축소·금리 인상 등으로 '대출 조이기'에 나섰음에도, 지난달 여전히 2조원 넘게 증가했다. 5대 은행의 10월(29일 기준) 신용대출 증가액은 2조3401억원이었다. 이는 8월(4조705억원)보다는 42.5% 줄어든 수치지만, 9월(2조1121억원)보다 오히려 10.8% 늘어난 수준이다.
은행들의 의도적인 대출 속도 조절로 9월에 신용대출 증가세가 주춤한 듯했으나, 10월까지 그 효과가 이어지지는 못한 셈이다. 앞서 시중은행들은 금융감독원에 올해까지 월별 신용대출 증가폭을 점진적으로 축소하겠다는 계획을 제출한 바 있다. 월별 신용대출 증가폭은 2조원대로 관리하겠다고 제시했다.
금융당국과 은행권에서는 신용대출의 상당량이 주택 관련 자금 수요이며, 주식·부동산 투자 수요도 일정 부분을 차지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은행권에서는 신용대출 증가세가 8월에 정점을 찍은 이후 어느 정도 진정 기미로 접어들었으며, 연말까지 이런 분위기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은행권이 신용대출 취급 기준을 강화한 데다 연말이 가까워질수록 은행들이 연간 건전성 지표 관리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는 만큼, 은행 대출 문턱이 당분간 다소 높아져 신용대출 증가세가 완만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