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그룹이 핵심 자회사가 보유한 디지털 경쟁력을 잇따라 해외에 수출하는 데 성공했다. 새로운 수익원을 확보함은 물론, '디지털 리딩 금융그룹'의 면모를 다졌다는 평가다.
신한은행은 일본 현지법인 SBJ은행의 자회사인 SBJ DNX가 일본 금융사 '도쿄 키라보시 파이낸셜 그룹'과 시스템 제공 계약을 체결했다고 1일 밝혔다. SBJ DNX는 일본 시장에서 디지털·정보통신기술(ICT) 관련 신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지난 4월 설립됐다. 국내 은행이 자사가 보유한 디지털 경쟁력을 해외에 수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계약으로 키라보시 그룹은 디지털 전문은행 설립 과정에 필요한 비대면 서비스 및 API(응용프로그래밍인터페이스)에 SBJ DNX의 기술을 활용한다. 이를 기반으로 다양한 외부 플랫폼과 연계하는 BaaS(서비스로서의 뱅킹)형 사업 모델을 추진할 계획이다. 모바일 뱅킹 앱플리케이션 및 개방형 API 플랫폼 등의 시스템도 제공받는다.
신한은행은 이번 사업이 SBJ DNX를 중심으로 신한은행 ICT 및 디지털 그룹, 신한DS의 협업을 통한 '글로벌 원(One) 신한' 모델로 추진돼 신한금융 전체의 시너지 효과가 극대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에서 디지털 전문은행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디지털 컨설팅 사업을 통해 새로운 수익을 창출한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며 "향후 일본 금융시장에서 새로운 시장 개척을 통한 디지털 사업을 지속적으로 확대해갈 것"이라고 말했다.
신한금융은 이번 수출을 계기로 디지털 전환(DT) 개혁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은 디지털 핵심기술을 각 그룹사 최고경영자(CEO)들이 직접 관리하는 '후견인 제도'를 도입하는 등 DT 개혁에 공을 들여 왔다. 지난 7월 말에는 "CEO를 비롯한 경영진 평가에 '디지털 리더십'을 주요 자격요건을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 같은 개혁의 노력이 최근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 금융권 평가다. 앞서 신한카드는 지난 9월 자사가 보유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컨설팅 사업 영역을 해외로 확장시켰다. 연 2000억건 이상 정보를 처리하는 글로벌 브랜드 카드사 '비자'와 손잡으면서다.
신한카드는 자사가 보유한 2200만 고객 데이터와 비자의 데이터를 활용해 향후 정부 기관 및 국내외 유수 기업을 대상으로 한 데이터 기반 컨설팅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또 우리 정부 기관이나 국내기업이 해외 진출 시 국가 관련 정보나 상권분석 등에 필요한 데이터를 제공할 방침이다.
앞서 조용병 회장은 지난 9월 개최한 창립 19주년 기념식에서 "'바뀌지 않으면 죽는다'는 절박한 각오로 신한의 '디지털 개혁'을 성공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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