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추상 조각 개척자’로 불리는 최만린 전 국립현대미술관장이 17일 오전 별세했다. 향년 85세.
1935년 서울에서 태어난 고인은 서울대 조소과를 졸업했다. 같은 대학원 석사과정을 마치고 미국 프랫인스티튜트에서 수학했다. 서울대 미술대학 교수 및 학장, 국립현대미술관장을 역임했고 2001년 서울대학교 명예교수로 임명됐다.
한국에서 미술교육을 받은 1세대 조각가인 고인은 한국 추상 조각의 개척자다. 아무것도 그려지지 않은 '흰 도화지'를 하나씩 하나씩 채워나갔다.
1958년 한국전쟁의 상흔을 표현한 ‘이브’ 연작으로 명성을 얻은 고인은 1960년대부터 ‘천’·‘지’·‘현’·‘일월’ 시리즈 등 서예 필법과 동양 철학이 모티프가 된 작품을 발표했다. 최근까지 생명의 보편적 의미와 근원의 형태를 탐구하는 ‘태’·‘맥’·‘0’ 시리즈 등을 내놨다.
한국미술의 발전에도 크게 기여했다. 1997년부터 2년간 국립현대미술관장으로 재직한 고인은 1998년 미술계의 숙원인 덕수궁 분관을 열었으며,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건립에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파리비엔날레와 상파울루비엔날레 등 주요 국제미술전에 참여했으며 삼성미술관·국립현대미술관에서 대규모 회고전이 열렸다.
2007년 대한민국미술인대상·2012년 대한민국예술원상·2014년 은관문화훈장을 받았다. 작년 서울 성북구에서 고인의 정릉동 자택을 매입해 조성한 ‘최만린미술관’은 지난 10월 정식 개관했다. 빈소는 서울 여의도성모병원. 발인 19일 오전 8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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