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처럼 번지는 코로나에 다시 얼어붙은 씀씀이...'美 소비 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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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아라 기자
입력 2020-11-18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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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소매판매 0.3% 증가 그쳤다…'팬데믹 충격' 현실로

  • 코로나 확산세에 봉쇄 줄줄이...소비 더 쪼그라들 수도

미국 경제의 버팀목인 소매판매가 예상보다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근 미국에서는 겨울철을 맞아 코로나19가 다시 매서운 속도로 번지고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고꾸라진 이후 회복 조짐을 보여온 미국 경제가 다시 위기를 맞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사진=AP·연합뉴스]

 
美 소매판매 0.3% 증가 그쳤다…'팬데믹 충격' 현실로
1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은 미국 상무부의 발표를 인용, 지난 10월 미국의 소매판매가 한 달 전과 비교해 0.3% 증가하는 데 그쳤다고 전했다. 최근 6개월 새 가장 낮은 증가율이다.

지난 4월, 팬데믹 여파로 크게 고꾸라진 미국의 소비 지표는 5월부터 상승 곡선을 그리며 회복하고 있었다. 지난 10월에도 증가세는 이어졌지만, 9월(1.6% 증가)과 비교해 큰 폭으로 쪼그라든 것. 심지어 앞서 전문가들이 내놓은 전망치(0.5% 상승)에도 못 미치는 성적표다. WSJ은 지난봄 이후 가장 느린 속도로 증가한 10월 소매판매 비율은 미국 경제의 회복세가 꺾이고 있는 신호라고 분석했다.
 

미국의 소매판매 비율[그래프=WSJ 캡처]


소비자들의 씀씀이가 다시 얼어붙은 데는 코로나19 확산세와 관련이 있다. WSJ은 코로나19 감염 사례가 급격하게 늘어나자 주(州) 정부가 앞장서 마스크 착용이나 식당 영업시간 제한 등 새로운 규제를 내놓았고, 이에 따라 사람들도 소비에 더욱 신중해졌다고 분석했다.

항목별로 보면 의류와 스포츠용품, 책은 각각 4.2%, 가구는 0.4% 소비가 줄었다. 다만 전자제품(1.2% 증가)과 온라인 판매(3.1% 증가) 등은 늘었다. 바이러스 감염을 우려해 외출을 꺼리는 등 코로나19 시대의 소비상을 반영한 결과다. AP통신은 "소매업자들이 지난 10월 온라인과 오프라인 매장에서 블랙 프라이데이 조기 행사를 진행한 것을 감안하면 부진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코로나 확산세에 봉쇄 줄줄이...소비 더 쪼그라들 수도
문제는 최근 주 정부들은 앞다퉈 고강도 사회적 거리 두기 조처를 내놓고 있어 앞으로 소비자들의 씀씀이가 더욱더 얼어붙을 수 있다는 점이다.

뉴욕은 '통행 금지'에 버금가는 제한 조처를 내놨다. 지난주부터 뉴욕은 사적인 실내 모임 인원수를 10명 이내로 제한하고 술집과 식당, 헬스장은 저녁 10시까지만 영업할 수 있다. 아울러 시카고 주정부는 시민들에게 앞으로 30일간 자택에서 대피하라는 권고안을 발표했다. 커네티컷은 지난 6일부터 식당 수용인원을 팬데믹 이전의 50% 수준으로 줄이고 실내 행사는 최대 25명, 실외 행사는 최대 50명을 넘지 않도록 하는 규제를 시행했다. 콜로라도주의 푸에블로시와 텍사스주 카운티는 2주간 야간 통행 금지를 시행하고 있다.

CNN에 따르면 미국에서 최소 13개 주가 최근 새로운 규제를 발표했거나 시행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현실화할 경우 앞으로 소비가 더욱더 위축될 우려가 크다.

대형 금융사 크레디트 스위스의 제임스 스위니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어려운 겨울로 접어들고 있다"며 "앞으로 코로나19 감염 사례가 늘어나면 새로운 영업 제한이나 정부 규제가 쏟아져 전망은 더욱 어둡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 사태로 임금 상승이 둔화하고 정부의 지원 정책도 위축돼 올여름보다 다가올 2개 분기 동안 소비자들의 지출이 더 쪼그라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진=AP·연합뉴스]


더 큰 문제는 개선될 기미 없이 악화일로를 걷는 미국의 코로나19 상황 때문에 경제가 한 차례 더 쪼그라들 수 있다 점이다. WSJ가 존스홉킨스대학 집계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 10월 미국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는 평균적으로 직전 주보다 많았다. 시간이 갈수록 확산세에 가속도가 붙기 시작한 것. 지금까지 미국에서는 1135만7322명이 확진 판정을 받으며 여전히 전 세계에서 코로나19 충격이 가장 심각한 나라로 꼽힌다.

연일 악화일로를 걷는 미국 상황에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도 이대로라면 미국 경제 회복이 쉽지 않을 수도 있다며 경고 메시지를 던졌다. 이날 파월 의장은 "최근 코로나19가 빠른 속도로 퍼지고 있어 앞으로 몇 개월은 매우 힘들 것"이라며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우려를 표했다. 특히 파월 의장은 전염병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통제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떨어져 사람들 사이에서 소비 등 경제 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통상적으로 소비심리가 되살아나는 연말연시를 맞아 소비자들의 지갑이 다시 열릴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특히 이번에는 대다수 소매업체가 매장 문을 닫고 온라인 판매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연휴 기간 사람들의 온라인 소비가 늘어날 경우 고꾸라진 경제에 희망의 불씨를 되살릴 수 있어 이목이 쏠린다.

신용·직불카드 데이터 집계업계인 어피니티솔루션의 조너선 실버 최고경영자(CEO)는 "팬데믹 이후 여행에 돈을 아끼는 소비자들이 다른 것에 돈을 쓰고 있다"며 "연휴 기간 사람들이 지갑을 열 것으로 기대돼 괜찮은 소매 판매를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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