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18일 정부서울청사 내 장관실에서 윌리엄 페리 전 미국 국방장관 및 정세현 민주평통 수석부의장과 화상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통일부 제공]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18일 윌리엄 페리 전 미국 국방장관과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과 화상간담회에서 ‘클린턴 3기’를 염두에 둔 대북정책 해법을 논의했다.
이번 화상간담회는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해 공헌해 온 한국과 미국의 원로로부터 과거의 경험과 지혜를 경청하고, 향후 대북정책에 대한 교훈을 도출하기 위해 마련됐다.
통일부에 따르면 페리 전 장관은 이날 회의에서 “북한의 핵 능력 진전 등 당시와 상황은 변했지만,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외교적 해법은 여전히 유효하다”면서 “한·미 공동으로 한층 진화된 비핵화·평화 프로세스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페리 전 장관은 클린턴 정부의 대북정책조정관으로 활동하던 1999년 △대북 경제제재 해제 △북한 핵·미사일 개발 중단 △북·미, 북·일 수교와 한반도평화체제 구축 등 3단계 내용이 담긴 대북 포용 정책 ‘페리 프로세스’를 북핵 해결 방안으로 제시한 바 있다.
정 수석부의장은 “‘페리 프로세스’가 국민의 정부 당시 한반도 긴장 완화에 크게 기여했다”고 평가하고, “‘페리 프로세스 2.0’ 등 보다 발전된 한반도 평화 및 비핵화 로드맵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이 장관은 “김대중-클린턴 정부 간 조율과 협력에 기초하였던 ‘페리 프로세스’를 교훈 삼아,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재가동을 위해 지혜를 모으겠다”며 “미국 정부와의 협력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했다.
페리 전 장관은 특히 다음 달 조 바이든 미국 대선 당선인을 만나 이날 화상간담회에서 논의된 내용을 전달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또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빌 클린턴 미국 행정부 때 있었던 대북정책조정관 부활을 바이든 당선인에게 제안할 것으로 전해졌다.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이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개최된 민주평통 '평화통일포럼'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정혜인 기자]
정 수석부의장은 이날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민주평통 주최로 개최된 ‘평화통일포럼’ 기조연설에서 “페리 전 장관이 다음 달에 바이든 당선인을 만나 오늘 있었던 (간담회) 이야기를 하겠다고 했다”고 밝혔다.
그는 “한·미 정부가 각자의 대북정책조정관을 임명해 (양측) 조정관들끼리 북핵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판을 짜겠다는 약속을 했다”면서 “바이든 당선인이 받아들일지는 모르겠지만, 판이 이렇게만 짜이면 페리 프로세스를 현시점에 맞춰 업그레이드시켜야 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정 수석부의장은 북핵 문제에 대한 페리 전 장관의 일부 시각에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정 수석부의장은 “페리 전 장관의 대화에서 건널 수 없는 강이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페리 전 장관이) 북한은 핵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말로 (회의를) 시작했다”면서 “북한 문제는 관리하는 차원으로 가야지, 이걸 완전히 해결하려고 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고 했다”고 전했다.
그는 “우리는 북핵 문제가 해결이 안 되면 평생을 전쟁 공포에 시달려야 한다”면서 “어떻게 해서든지 미국을 설득해 북핵 문제를 관리하는 차원이 아닌 북핵 문제를 해결하는 길목으로 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정 수석부의장은 바이든 당선인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정상국가의 정상으로 대접하지 않을 것 같다며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전통적인 미국의 대북관과 궤를 같이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 기조가 ‘전략적 인내’로 한반도 정세를 위협했던 ‘오바마 3기’가 아닌 대북 포용 정책이 펼쳐졌던 ‘클린턴 3기’로 갈 것으로 전망했다.
정 수석부의장은 “전략적 인내는 그 당시 한국 정부가 보수적 대북관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오바마 정부로서도 북핵 문제 해결을 서두를 필요도 없었다”면서 현재 상황에선 전략적 인내로는 북핵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