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연일 사상 최고점을 갈아치우는 가운데 상장지수펀드(ETF) 투자 규모가 늘고 있다. 증시에 직접 뛰어드는 투자자들이 늘며 간접투자인 공·사모 펀드 시장은 침체되는 가운데도 ETF 시장만은 전례 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 펀드와 주식의 특징을 모두 갖고 있는데다 보수는 낮으면서 분산투자까지 가능해 향후에도 ETF 시장은 성장세를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펀드 시장 침체에도.. '뭉칫돈' 몰리는 ETF 시장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5일 기준 ETF를 제외한 국내 주식형펀드 시장에서 설정액은 2539억원이 순유출됐다. 이달 들어 14거래일 연속 자금이 순유출되며 총 1조1631억원이 빠져나갔다. 반면 ETF 규모는 25일 현재 50조616억원으로, 이달 초(47조1264억원) 대비 2조9353억원(6.23%) 증가했다. 주식형 펀드에서는 연일 돈이 빠져나가는 것과 달리 ETF에는 새로운 자금이 계속 들어오고 있는 것이다.
금융투자업계에는 펀드와 직접투자의 장점을 동시에 갖춘 ETF 시장의 성장세가 계속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ETF는 특정 지수나 종목, 자산의 움직임을 따라 수익을 내는 펀드로, 거래소에 상장시켜 주식처럼 거래가 가능하다. 분산투자 효과를 누리면서도 일반 주식처럼 실시간 매매가 가능한 ETF의 경우 직접투자가 대세가 된 상황에서도 강점을 갖는다는 것이다. 국내 증시에서 ETF 거래량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일평균 거래대금 대비 ETF 일평균 거래대금은 지난해 26.7%에서 지난달 34.5%까지 증가했다.
문남중 대신증권 연구원은 "향후 친환경 전환을 이끌어갈 산업은 재생에너지와 전기자동차가 될 것"이라며 "현재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업종이 전력, 난방과 운송이기 때문에, 두 섹터는 전환 필요성이 클 뿐만 아니라 가장 많이 연구되고 상용화된 분야로 수혜를 받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추천 종목으로는 친환경 산업 전반에 투자하는 '퍼스트 트러스트 나스닥 클린엣지 그린에너지 인덱스펀드', 태양광 발전 관련 기업으로 구성된 '인베스코 솔라 ETF' 등이 있다. 전기차와 2차전지 업종에서는 '글로벌 X 오토노머스 & 일렉트릭 비히클 ETF', '글로벌 X 리튬 & 배터리 테크 ETF' 등이 꼽혔다.
◇수수료 인하 경쟁에 '액티브' ETF도 등장
ETF 시장이 각광을 받으며 국내 운용사들도 연이어 수수료 인하에 나서고 있다. KB자산운용은 지난 6일 총보수가 연 0.07% 수준인 'KB STAR 미국나스닥100 ETF'를 국내 증시에 상장했다. 시가총액 상위 100개 비금융 업종으로 이뤄진 나스닥 100지수를 추종하는 상품으로,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 나스닥 관련 ETF 중에서도 연 보수가 가장 낮다.
KB자산운용에 이어 기존 운용사들도 ETF 보수를 속속 낮추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자사 'TIGER미국나스닥100 ETF'와 'TIGER미국S&P500 ETF'의 보수를 KB운용 상품과 같이 0.07% 낮춘다고 지난 12일 발표했다. 삼성자산운용도 향후 출시할 나스닥 ETF의 보수를 0.05%로 책정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국내 ETF 시장은 시장 형성과 함께 빠르게 진입한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양분하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ETF 시장의 경우 선점효과가 굉장히 크기 때문에 늦게 진입한 후발주자로서는 총보수를 낮추는 저보수 정책으로 경쟁력을 갖추려 할 수밖에 없다"며 "과거 삼성운용에 이어 시장에 진입했던 미래에셋운용도 마찬가지의 정책을 펼쳤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최근에는 펀드매니저가 구성 종목과 자산을 적극적으로 조정하는 주식형 액티브 ETF 출시도 허용되면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이들 상품의 경우 평균 0.55% 수준의 상대적으로 적은 보수를 지불하면서도 시장 수익률을 상회하는 기댓값을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성장이 기대된다. 일반적인 ETF의 경우 시장을 따라가는 패시브 형태인 데 반해 이들 상품은 매니저의 운용 역량에 따라 초과 수익도 가능하다. 이미 해외에서는 보편화된 상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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