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티샷 후 타구 방향을 바라보는 임성재[사진=PGA투어/게티이미지 제공]
임성재(22)는 종종 슬로모션으로 보이는 고의적이고 체계적인 백스윙을 보유하고 있다. 임팩트를 위해 천천히 백스윙을 가져가는 그의 행동은 젊은 한국 선수가 얼마나 빨리 세계 골프 질서의 정상에 올랐는지와 직접적인 대조를 이룬다.
2020년 3월 세계보건기구(WHO)의 코로나19 팬데믹(범유행) 선언 이후 스포츠는 전례 없는 해를 보내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어려운 상황 속에서 22세의 젊은 한국 선수는 아시아 골프 팬들에게 한 줄기 희망의 빛을 전달했다.
지난 3월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첫 승을 거둔 임성재는 지난달 마스터스 토너먼트 데뷔전에서 눈에 띄는 공동 2위에 올랐다. 이는 그의 백스윙이 아무리 느릴지라도 아시아 선수들의 상승세는 꾸준하다는 믿음을 줬다.
2020년에도 상승세는 이어졌다. 올해 3월 혼다 클래식에서 PGA투어 첫 트로피를 품에 안았고, 2020년 페덱스컵 최종 순위 11위로 아시아 선두에 오르는 등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그리고, 최경주(50)의 최고 기록인 3위를 깨기 위해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에 위치한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으로 향했던 그는 11월 마스터스 토너먼트에서 최경주의 기록을 깨고 말았다. 우승자인 더스틴 존슨(미국)을 끝까지 견제하며 공동 2위로 대회를 마쳤다.
임성재는 "투어 2년 차 만에 첫 승을 거둘 수 있었다. 힘든 코스에서 우승했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 자신감을 많이 얻었다"고 한 해를 회상했다.
그는 '일관성'을 바탕에 깔고 있다. 대회에 끊임없이 출전하기 때문이다. 덕분에 '더 머신', '아이언 바이런', '아이언맨 임' 등 다양한 별명을 얻었다. 혼다 클래식에서 준우승한 매켄지 퓨즈(캐나다)는 최종 4라운드에서 "남자 대 기계"라고 부르기도 했다. 제프 오길비(호주)도 마찬가지다. "임성재는 기계와 같다"고 칭찬했다.
저스틴 토머스(미국)는 "임성재는 매우 인상적이다. 나이를 훨씬 넘었다. 샷의 다양성은 매우 인상적인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평가를 받은 임성재는 새해에 더욱 나아질 것을 예고했다. 페덱스컵 플레이오프 실수 등에서 배운 교훈을 바탕으로 실질적인 개선을 이루어내고 싶어한다. 그는 "출발은 훌륭했지만, 내가 원하는 라운드는 아니었다"며 "계속 준비하고 연습할 예정이다. 나는 많은 압박감과 긴장감을 느꼈다. 값진 경험이었고, 앞으로 우승 경쟁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성재의 백스윙이 처음부터 느렸던 것은 아니다. 오소독스(Orthodox·전통적인)한 속도였다. 그러나, 볼 스트라이킹 일관성을 위해 속도를 줄이기 시작했다. 그는 "일본골프투어(JGTO)에서 뛰던 첫해 샷 일관성이 없는 것을 깨달았다. 일관성을 위해 백스윙 템포를 조절했고, 지금의 속도를 유지하게 됐다"고 말했다.
추아 추 치앙(Chuah Choo Chiang)
- PGA투어 APAC 국제 마케팅 & 커뮤니케이션 수석 이사

[사진=추아 추 치앙 제공]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