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일 오후 서울 강남구 지하철 2호선 삼성역 앞에서 관계자들이 임시선별진료소를 설치하고 있다. 강남구청은 오는 16일부터 운영에 들어갈 예정이다.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대다수 감염병 전문가들이 주장했던 거리두기 상향을 제외한 ‘수도권 긴급 의료대응 계획’을 내놓으면서 시민들의 불안이 더욱 커지고 있다. 이에 일부 지방자치단체들은 정부와 별개로 거리두기 상향을 결정해, 선제적 대응에 나섰다.
하지만 여전히 정부는 감염병 전문가들과 지자체의 호소에 귀를 닫는 모양새로 민심 동요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의료계 “방역당국에 자문해도 정책에선 실종” 호소
국내 감염병 전문가들은 정부가 조언을 구했으면, 이를 충실히 대응 방안에 반영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대하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은 14일 본지와 통화에서 “방역당국 자문에 응해도 일정 부분 이상 전달이 안 된다. 이것은 정부 자문역인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얘기하는 것”이라면서 “어제도 방역당국에 충분히 얘기했지만 대응방안에 반영이 안됐다”고 말했다.
정부의 불통에 국공립기관장들마저 쓴소리에 나섰다. 정형준 보건의료단체 정책위원장은 정기현 국립중앙의료원장이 감염자를 조기에 발견한다는 정부 정책에 대해 유증상자를 제대로 관리하는 데 우선순위를 둬야한다고 지적한 것과 관련해 “국립중앙의료원장이 오죽하면 복지부, 중대본을 향해 일갈했겠느냐”고 밝혔다. 정부는 이날부터 다음 달 3일까지 3주간을 집중 검사 기간으로 정하고, 수도권 150곳에 설치된 임시 선별진료소를 통해 ‘무증상 감염자’를 조기에 찾아내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어 그는 “김용익 건강보험공단이사장도 최근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공공병원 설립에 지지부진한 정부가 이해 안된다고 밝혔다”면서 “지금 정부에 흠결을 내려는 것이 아니라 병원 등 의료체계 관련해서 현 정부 출범부터 같이했던 사람들이 등을 돌리는 불통이 됐다”고 비판했다.
◆이재명 경기지사 “3단계 격상 지체…신속한 결단 기대”
정부가 코로나19 확산에도 거리두기 격상을 머뭇거리자 지자체장들은 독자 행동에 나섰다. 하지만 일부는 정부의 불허 방침에 안타까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를 통해 “경기도가 독자적 3단계 거리두기를 검토하던 중에, 중앙정부가 어제 언론을 통해 ‘단독 격상은 불가하다. 중앙정부와 협의하라’는 입장을 발표했다”면서 “중앙정부의 고충과 고민을 충분히 이해한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경기도 방역 관련 대책회의에 참석한 전문가들도 3단계 격상 시점이 이미 지체됐다는 공통된 의견을 내놨다”면서 “정부가 엄중한 현상황을 반영하여 신속한 결단을 내려주실 거라 기대한다”고 전했다.
부산 등 일부 지자체는 선제적 대응에 나섰다. 부산은 15일 0시부터 거리두기 2.5단계로 격상한다. 변성완 부산시장 권한대행은 이날 온라인 설명회에서 “부산은 지난 1일부터 사회적 거리 두기를 2단계로 격상하고 방역 강화조치를 시행했지만, 뚜렷한 거리 두기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으며 수도권을 제외하면 확진자 발생 추이가 전국에서 가장 심각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불통원인은 갈수록 모호한 책임주체”
의료계는 정부가 감염병 전문가, 지자체 등의 호소를 외면하는 원인으로 모호한 책임주체를 꼽았다. 모호한 리더십 분배가 결국 방역 효과를 줄인다는 것이다.
김 대변인은 “전날 브리핑을 주시했지만 방역 관리 책임이 모호하다”면서 “대통령은 방역당국이 3단계 필요하다면 해야한다는 식으로 말했지만 여기에 책임을주고 전권을 맡기는 것이 정은경 청장인지, 박능후 장관인지, 어디가 컨트롤 타워인지 알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이든 총리든 복지부 장관이든 질병청장이든 누군가가 총대 메고 내가 책임질 테니 이렇게 하자는 모습이 필요하다”면서 “이렇게 모호한 리더십 속에서 누구에게 얘기해도 결국 방역 대책에 반영이 안되는 문제가 생긴다. 지금은 방역 당국에 힘을 실어줘야 하는 상황”이라고 조언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