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관련법, 경찰법, 국정원법 등 이른바 ‘권력기관 개혁 3법’을 공포했다.
문 대통령은 국무회의 내내 공수처 출범의 당위성과 필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법무부의 2차 징계위원회가 열리는 가운데 검찰을 향해서도 직격탄을 날렸다.
문 대통령의 이 같은 강경 발언은 공수처와 관련한 부정적인 여론을 의식한 것으로 해석된다. 최근 리얼미터 등 여론조사에서 보수 야당의 반대 속에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해 공수처법을 국회에서 통과시킨 것에 대한 부정 평가가 50% 이상으로 압도적인 상황이다.
“공수처 설치됐다면 박근혜 국정농단도 없었을 것”
특히 문 대통령은 회의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태까지 거론하며 공수처의 역할을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공교롭게도 국무회의 직후 국회에선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과를 단행했다.
김 위원장은 “특정한 기업과 결탁해 부당한 이익을 취하거나 경영승계 과정에 편의를 봐준 혐의 등이 있다”면서 “또한 공적인 책임을 부여받지 못한 자가 국정에 개입해 법과 질서를 어지럽히고 무엄하게 권력을 농단한 죄상도 있다”고 했다. 박근혜 정권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승계 과정에 개입한 사실과 최순실씨의 국정농단을 겨냥한 발언이었다.
문 대통령도 모두발언에서 “2002년 대선 때는 노무현 후보가 공수처를 반부패정책의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고 당선 후 입법을 추진했는데 당시 공수처가 설립됐다면 이후 정권의 부패를 막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저도 지난 대선뿐만 아니라 2012년 대선에서도 공수처를 공약했는데 그때라도 공수처가 설치됐더라면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은 없었을지 모른다”고 주장했다.
문 대통령은 한국 민주주의의 오랜 숙원이었던 권력기관 개혁의 제도화가 드디어 완성됐다”면서 “권력기관 개혁의 핵심”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오랜 기간 권력기관에 의한 민주주의 훼손과 인권 침해를 겪어왔던 우리 국민들로서는 참으로 역사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고 평가한 뒤 “국민과의 약속을 지킬 수 있어서 감회가 깊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공수처 출범이 현 정권의 독재 수단이 될 것이라는 야권의 비판에 “현재 제1야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에서도 공수처를 2004년 총선 공약으로 제시한 바 있었고, 지금 공수처를 반대하는 야당의 유력 인사들도 과거에는 공수처를 적극 주장했던 분들”이라며 “정권의 권력형 비리에 사정의 칼을 하나 더 만드는 것인데, 이것을 어떻게 독재와 연결시킬 수 있는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김 위원장의 사과 등을 염두에 두고 발언한 것은 아니다”라며 “역사에 가정은 없다는 것을 전제로 국정농단이라는 불행한 역사에 대한 안타까움이 담긴 표현”이라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文, ‘尹불신임’ 결심했나…징계위 날 “檢 민주적 통제” 발언
문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검찰 조직을 향해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현재 이날 오전부터 징계위는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윤 검찰총장 징계 관련 심의를 진행하고 있다. 이 때문에 문 대통령의 이러한 메시지는 윤 총장에게 불신임의 뜻을 내비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문 대통령은 검찰의 “민주적 통제”를 언급하며 공수처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검찰을 ‘무소불위의 권한’, ‘성역’이라고 지칭하면서 “공수처는 검찰권을 약화시키는 괴물 같은 조직이 아니다”라고 역설했다.
공수처의 정원이 검사 25명, 수사권 40명 수준에 불과하게 때문에 검찰 조직(검사 약 2300명)과 비교할 수 없다는 논리였다.
문 대통령은 “검찰은 그동안 무소불위의 권한을 갖고 있으면서도 스스로의 잘못에 대해서는 책임지지 않고, 책임을 물을 길도 없는 성역이 돼 왔다는 국민의 비판을 받고 있다”면서 “공수처는 검찰의 내부 비리와 잘못에 대해서도 엄정하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될 수 있다. 지금까지는 그런 장치가 전혀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어떤 권력기관도 국민 위에 존재할 수 없다. 검찰이 견제와 균형의 원리에 의해 민주적 통제를 받게 된다면, 무소불위의 권력이란 비판에서 벗어나 더욱 건강하고 신뢰받는 국민의 검찰로 거듭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문 대통령은 “공수처가 생겨도 여전히 검찰의 권한은 막강하다. 검찰의 막강한 권한은 우리 사회의 정의를 지키는 힘이 될 수 있다”면서도 “다만 국민들은 검찰의 권한에도 견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할 뿐이다. 그 점을 검찰도 받아들이길 바라마지 않는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공수처는 무엇보다도 정치적 중립이 생명이다. 검찰로부터의 독립과 중립을 지키는 것 또한 중요하다”면서 “국민들께서도 우리의 민주주의를 한 단계 진전시키는 국민의 기구, 국민의 공수처가 될 수 있도록 성원해주실 것을 당부드린다”고 밝혔다.
아울러 “공수처는 검찰의 내부 비리와 잘못에도 엄정하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될 수 있다”면서 “공수처가 철저한 정치적 중립 속에서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여야를 넘어 함께 힘을 모으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공수처 개정안에 대한 중립성 논란에 대해 전날 한 일간지에 실린 칼럼을 소개하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칼럼에는 ‘공수처법 개정안이 부분이 전체를 훼손할 정도로 그 취지와 설계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지 않는다. 오히려 공수처법의 문제를 지적하는 주장들이 부분과 전체를 혼동하고 있는 것 아닌가’라는 내용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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