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훈의 100℃] 손흥민, "월드클래스", 푸스카스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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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의 골 세리모니[사진=연합뉴스]

"손흥민입니다." "손흥민이 단독으로 드리블해 나갑니다." "세상을 놀라게 할 장면입니다." "월드클래스." "완벽하게 아름다운 골이 아시아축구연맹 올해의 선수인 손흥민에게서 나옵니다."

지난해 12월 번리전, 손흥민(28·토트넘 홋스퍼)의 '70m 원더골'을 중계하던 현지 해설자의 말이다. 그는 손흥민이 공을 잡으면서부터 고도의 집중력을 보이기 시작했다. 숨죽여 단어 선택에 신중을 기했다. 선수가 만들어갈 위대한 작품의 탄생을 위해 기다렸다. 번리의 골망이 출렁였다. 그리고는 "골" 대신 "월드클래스"라고 외쳤다.

손흥민은 페널티 라인에서 출발했다. 처음에는 세 명의 수비수가 둘러쌌고, 이상함을 감지한 두 명의 수비수가 앞을 막았다. 하지만, 질주를 시작한 그를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최종 수비수가 기겁하고 뛰어왔다. 가볍게 제쳤다. 이제 골키퍼와 1대1 상황. 방향을 틀지도 않았다. 그대로 오른발로 툭 차 넣었다. 골망과 함께 관중석이 출렁였다. 태극기도 함께했다. 그는 두 팔을 벌린 채 눈을 감고, 바람을 느꼈다. 'Nice one SONNY'가 경기장에 연주됐다.
 

70m 드리블 중반, 수비를 제치는 손흥민[로이터=연합뉴스]

손흥민이 위대한 골을 만들었다. 득점 직후부터 1주일 동안 전 세계가 떠들썩했다. '호나우두' '마라도나' 등 한 시대를 풍미한 스트라이커의 이름이 그와 함께 거론됐다.

12월 EPL '12월의 골'을 시작으로 영국 BBC와 디애슬레틱, EPL 사무국의 '올해의 골'로 선정됐다. 영국에서는 인정을 받았다. 이제 남은 것은 '최고의 골'을 가리는 푸스카스상.

2009년부터 시작된 푸스카스상은 국제축구연맹(FIFA)이 '더 베스트 FIFA 풋볼 어워즈'에서 선정한다. 첫 후보자는 11명, 이후 3명으로 압축됐다. 손흥민이 베스트 3에 이름을 올렸다. 한국 선수 최초 후보자 등극이다. 나머지 두 선수는 공교롭게도 우루과이 출신인 아라스카에타와 수아레즈다. 아시아 선수 중에서는 푸스카스상을 받은 수브리(말레이시아·2016년)에 이어 두 번째 톱3 진출이다. 

그 외 수상자들도 화려하다. 호날두(포르투갈), 네이마르(브라질), 이브라히모비치(스웨덴), 지루(프랑스) 등이 트로피를 받았다. 메시(아르헨티나)는 운이 나빴다. 후보(7번)에 가장 많이 올랐지만, 단 한 번도 수상하지 못했다.
 

70m 드리블 마지막, '원더골'[로이터=연합뉴스]

푸스카스상은 2006년 11월 17일 향년 79세로 유명을 달리한 전설 페렌츠 푸스카스(헝가리)를 기리기 위해서 만들어졌다. 그는 프로팀(부다페스트 혼베드, 레알 마드리드)에서 530경기 514골을 때려 넣었다.

국가대표팀은 헝가리와 스페인에서 뛰었다. 소련군의 진압(1956년 헝가리 혁명)으로 스페인으로 망명했다. 국가대표에서는 89경기 84골을 넣었다. 공교롭게도 84골은 모두 헝가리에 있을 때 성공했다.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은 1954년 스위스 월드컵에서 헝가리와 한 조로 편성됐다. 당시 0-9(푸스카스 2골)로 패배했다. 현장에서 푸스카스를 상대한 고(故) 홍덕영(향년 79세·골키퍼)에 의하면 "슈팅이 너무 강력해서 선방하면 갈비뼈가 부러질 것 같았다. 골대에 맞으면 한참이나 흔들렸다"고 증언했다.

이처럼 푸스카스상은 한 시대를 풍미한 '월드클래스 골잡이'에게 어울리는 상이다. 시상식이 이제 6시간여 앞으로 다가왔다. 18일 오전 3시(한국시간) 온라인을 통해 중계된다. "월드클래스"라는 극찬을 받은 손흥민이 푸스카스상을 향해 달려가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