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파생시장…발행 반토막에 선물옵션 신규 거래도 '스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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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지훈·이보미 기자
입력 2020-12-23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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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아주경제]


지난 3월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충격으로 급락했던 국내 증시가 'V'자 반등에 성공해 연말까지 오름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파생상품 시장은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파생결합증권 발행 규모는 절반 가까이 급감했고, 일부 선물·옵션 상품은 유동성 악화로 휴면정지 조치된다.
 
◆성장세 지속하던 파생결합증권시장··· 발행량 42% '뚝'

최근 매년 성장세를 거듭했던 파생결합증권 시장은 지난해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와 사모펀드 사태, 코로나19로 인한 글로벌 주식시장 폭락 등의 여파로 올해 급격히 위축되며 고비를 맞았다.

22일 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SEIBRO)에 따르면 올해 주가연계증권(ELS)과 기타파생결합증권(DLS) 발행 규모는 74조6982억원(ELB·DLB 포함)을 기록 중이다. 이는 지난해 129조2386억원보다 42.20% 감소한 규모다.

파생결합증권 발행 규모는 2017년 111조원, 2018년 116조원, 지난해 129조원으로 매년 성장세를 거듭해 왔으나 올해 들어 지난해의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 셈이다.

특히 ELS의 발행 규모 감소세가 두드러졌다. DLS 발행 규모는 지난해 29조3375억원에서 올해 20조3610억원으로 30.60% 감소했고, ELS는 지난해 99조9011억원에서 올해 54조3372억원으로 45.61% 급감했다.

월별로는 코로나19 충격이 글로벌 금융시장을 덮친 3월부터 급격히 줄었다. 올해 1월과 2월에 각각 8조2152억원, 7조9393억원을 기록했던 ELS 발행 규모는 3월 4조8090억원으로 줄어든 데 이어 5월에는 2조2919억원까지 감소했다. 3월 이후 월 평균 발행규모는 3조8182억원을 기록했다.

전균 삼성증권 연구원은 "올해 상반기 글로벌 주식시장 폭락과 달러화 강세로 투자자의 손실 위험과 발행사의 운용 위험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했는데 특히 2015년, 2016년과 달리 발행사의 자금 조달 이슈가 노출됐다"며 "주식 시장 반등에도 불구하고 ELS 발행은 저조했고 사모펀드 이슈와 중첩되면서 DLS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피도 심화됐다"고 평가했다.
 
◆'거래제로' 돈육선물·美달러옵션은 공급 중단

한국거래소 돈육선물과 미국달러옵션은 수년째 유동성 악화에 시달리다 결국 휴면정지 조치됐다. 내년 1월부터 신규 결제월 거래 개시가 중단되고, 이미 상장돼 있는 잔존 결제월 종목은 만기까지만 거래할 수 있다.

장기간 유동성이 적은 파생상품에 대해 신규 종목의 거래 개시를 중지하는 휴면 제도가 올해부터 도입됐다. 이 제도는 유동성 관리상품 지정 후 4년이 지나도록 거래 부진이 지속된 상품 중 평가 결과 대표성, 시장성 측면에서 기존의 상장폐지 예고 요건(6점 미만)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중간점수(8점)에 미달하는 상품을 관리하기 위해 마련됐다.

미국달러옵션 시장은 1999년 4월 국내 수출기업들의 환위험 회피를 목적으로 도입됐으나 상품에 대한 이해부족과 거래 불편으로 각광받지 못했고, 2010년 11월 이후 거래량이 전무한 상태에 이르렀다. 거래소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3년 9월 기본예탁금을 1500만원에서 50만원으로 하향조정하고 결제 방식과 결제일을 바꾸는 등 활성화 대책을 내놨지만, 당시 반짝 활기에 그친 이후 2014년 5월부터 현재까지 단 1건의 거래도 성사되지 못했다.

돈육선물 시장도 2008년 7월 돈육가격 위험관리를 통한 양돈농가의 안정적인 수익 창출 등 기대효과로 뜨거운 관심을 받으며 출발했다. 현 시점에서 정한 가격으로 장래 일정 시점에 사고팔기로 약속하는 돈육선물이 거래소에 상장된 것은 당시 미국과 독일에 이어 세 번째였다.

돈육선물은 개장 첫해인 2008년에는 하루 평균 계약이 6억원대였으나 이듬해인 2009년에는 3억원 수준으로 급감했다. 이후 시간이 갈수록 거래가 줄어 2011년 하반기에는 수백만원대에 그쳤고, 결국 2012년 3월부터는 아예 거래가 끊겼다. 거래소는 2010년 9월 기본예탁금을 낮추고, 2013년 4월에는 시장조성자로 참가하는 선물회사를 늘리는 등 여러 차례 활성화 대책을 동원했으나 결국 현재까지 다시 거래 제로(0) 행진을 이어가면서 이번 조치를 받게 됐다.

거래소 관계자는 "시장이 폐장하지는 않지만, 신규 종목이 나오지 않아 현재 상품들의 최종거래일이 끝나면 시장에서 거래되는 종목이 없어질 예정"이라며 "추후 조치에 대해서는 현재로선 미정"이라고 설명했다.
 
◆"특화상품 위주 전문화·해외 시장 사례 참고 필요"

전문가들은 파생결합증권 발행사들이 이전과는 다른 전략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균 연구원은 "올해 파생결합증권 시장은 성장 한계와 규제 심화라는 대내외 충격에 노출됐는데 향후 발행사는 이전과 다른 발행·판매 전략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며 "자사의 자본 구조에 부합하는 물량을 공급하고 상품·고객별 판매 전략 수립, 규모의 경제를 지향하거나 특화 상품 위주의 전문화를 추구하는 전략적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돈육선물과 미달러옵션과 관련해서는 해외 시장의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도 나온다.

이와 관련, 중국에서는 살아있는 돼지를 선물로 거래하는 상품까지 등장했다. 현재 시세로 돼지를 선물 매수하면 홀수 달에 선물 매수 가격으로 살아있는 돼지를 인도받는 방식이다.

중국 경제전문 매체 차이신은 중국 증권관리감독위원회(증감회)를 인용, 내년 1월 8일부터 살아있는 돼지 선물이 다롄상품거래소에 상장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돼지 선물거래는 가격 변동 리스크를 줄여주는 수단으로 유용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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