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힘든 한 해를 보낸 미술 경매시장에 모처럼 봄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케이옥션은 4일 “오는 17일 강남구 신사동 본사에서 열리는 경매에 169점, 약 170억원(낮은 추정가 합계)어치의 작품이 출품된다”고 전했다.
170억원은 케이옥션이 최근 10년간 개최한 1일 경매 중 가장 많은 금액이다. 경매 최고가 작품은 이우환의 1987년 작품 ‘바람과 함께’다. 추정가 13억원~20억원에 출품됐다.
2021년 봄은 미술시장이 활황이었던 2007년을 떠올리게 한다. 서울옥션은 지난 2월 열린 올해 첫 메이저 경매에서 국내 경매 중 최고인 낙찰총액 110억원(낙찰률 90%)을 기록했다.
지난 1월 타계한 '물방울 화가' 김창열(1929~2021) 화백의 1977년 작 Lot. 45번 ‘물방울’은 10억4000만원에 낙찰돼 작가 최고가 기록을 경신했다. 이전 기록은 2014년 11월 홍콩 경매에서 나왔던 5억원이다.
시장 전망도 긍정적이다. 유안타증권 안주원 연구원은 지난 2월 24일 보고서를 통해 “서울옥션 2021년 1분기 예상 실적은 매출액 86억원(+25.6%·YoY)과 영업이익 15억원(흑자전환·YoY)으로 추정된다”고 전망했다. 유동성 공급이 부동산, 주식 등에 이어 미술시장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고가의 그림에 치우치지 않고 미술의 대중화가 이뤄지고 있는 점도 주목할만한 부분이다.
국내 온라인 경매시장은 매년 성장하고 있다. 2020년 상반기 온라인 경매 낙찰 금액은 121억원을 기록했다. 2019 한 해 동안 달성했던 197억원과 비교했을 때 파이가 커진 것이다. 최근 집을 꾸미기 위한 인테리어 용품으로 그림이 각광 받고 있는 것도 새로운 흐름이다.
더불어 그림으로 하는 재테크인 ‘아트테크’도 떠오르고 있다. 주로 미술에 관심이 많은 20대~40대가 200만원~500만원대 그림에 투자한다.
2018년 생긴 미술품 공동구매 플랫폼도 인기다. 미술품 공동구매는 고가의 미술품을 다수의 투자자가 나눠서 구매하고 되팔아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소액 투자가 가능하다. 향후 미술 작품 가격이 오르면 시세 차익을 얻고, 판매 전까지는 영업 공간에 임대하거나, 갤러리에 전시한다. 공동구매 플랫폼인 ‘아트엔가이드‘, ‘아트투게더‘, ‘테사‘ 모두 최근 매출액이 증가하고 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