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년 만에 '미사일 주권'이 회복됐다. 당장 사거리가 핵심인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개발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사거리 5500㎞ 이상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을 위한 조심스러운 첫발도 뗐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환경도 변화를 맞게 되면서 국방부(장관 서욱)와 합동참모본부(의장 원인철)가 갈망하는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첫 정상회담 후 '한·미 미사일 지침' 완전 해제를 알렸다.
한·미 미사일 지침 해제로 우리 정부와 군은 1000~3000㎞급 중거리 SLBM 도입에 나설 것이 유력하다. SLBM 개발 시 내년 실전 배치될 '도산안창호함'에 탑재될 전망이다.
이는 우리 군 작전에 중국이 포함된다는 뜻이다. SLBM을 탑재한 도산안창호함이 중부 전선이 아닌 동해나 남해상에 은신해 적 견제를 위한 작전을 펼칠 때도 중국이 사정권에 들어와서다. 미사일 주권을 확보하려는 한국 정부와, 중국의 군사력 팽창을 견제하려는 미국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전작권 전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한·미 간 전작권 전환 '조건'은 △한·미연합방위를 주도할 수 있는 한국군 핵심군사능력 확보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우리 군 초기 필수대응능력 구비 △전작권 환수에 부합하는, 한반도를 비롯한 지역 안보환경 등 세 가지다.
한·미 미사일 지침 해제로 한·미연합방위를 주도할 수 있는 한국군 핵심군사능력 확보와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우리 군의 초기 필수대응능력 구비 조건 달성은 수월해졌다. 그러나 전작권 환수에 부합하는, 한반도를 비롯한 지역 안보환경 조건 충족은 더욱 어려워졌다.
전작권 환수에 부합하는 지역 안보환경 핵심은 북한 비핵화 달성이다. 미국과 중국 간 갈등 완화도 포함돼 있다. 하지만 한·미 미사일 지침 해제로 북한 비핵화 달성과 중국을 포함한 동북아시아 지역 긴장 완화는 당분간 힘들 전망이다.
게다가 한·미 국방부는 전작권 전환에 대해 이견을 보이고 있다. 국방부는 지난 3월 방한한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부 장관 회담 때 '전작권 전환 가속화'란 표현이 담긴 보도자료 배포를 희망했다. 하지만 미국 측이 동의하지 않아 불발된 것으로 알려졌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 센터장은 "북한은 미사일 지침 해제와 관련 없이 애초에 핵을 포기할 마음이 없었을 것"이라면서도 "북한이 남한에 대한 미사일 비교 우위를 위해 개발 중인 신형 미사일 4종 세트 실험을 지속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한반도 긴장감이 고조되고 결과적으로 전작권 전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미사일 지침은 한국과 미국이 1979년 체결했다. 미국은 탄도미사일 개발 기술 이전은 허락했지만 우리 탄도미사일 사거리는 180㎞, 탄두 중량은 500㎏으로 제한했다. 이후 2001년과 2012년, 2017년, 2020년 등 모두 네 차례에 걸쳐 지침을 개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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