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뭐할까] 빛나는 일상의 순간...박진아 개인전 ‘휴먼라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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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민 기자
입력 2021-08-0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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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탠 04’, 2007, 사진: 김상태 [사진=국제갤러리 제공]


코로나19는 삶에서 무엇이 의미있는 것인가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

평소에 무심코 지나쳤던 일상과 소중한 자연, 생명에 대한 전시가 관객들을 기다린다.

◆ 박진아 작가, 삶을 향한 ‘휴먼라이트(Human Lights)’

국제갤러리는 6일부터 9월 12일까지 부산 수영구에 위치한 부산점에서 박진아(47) 작가의 개인전 ‘휴먼라이트(Human Lights)’를 개최한다.

박진아는 순간(스냅) 사진을 활용해 우리의 일상 속 장면들을 포착한 후 이를 재구성해 캔버스에 옮기는 방식의 작업을 해왔다.

전시 설치 현장의 다양한 움직임, 공연 무대의 준비 모습, 밤 풍경 등 다양한 소재를 다룬다. 회화를 통해 우리가 놓치고 지나가는 평범한 순간들을 새롭게 들여다볼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한다. 국제갤러리와의 첫 전시다.

신작을 위주로 구성된 이번 전시는 오랜 구작인 2007년도 ‘문탠 04’ 작품으로 시작한다.

‘월광욕’이라 번역할 수 있는 ‘문탠’은 젊은 어느 날 “달빛 좀 쬐러 가자”는 친구의 제안에 따라 시작되었던 한밤의 공원 나들이를 그린 연작이다. 달빛을 즐기는 밤의 활동 풍경이지만 정작 화폭 안에서는 자연의 달빛보다 인공의 카메라 플래시 효과가 두드러진다.

국제갤러리 관계자는 “박진아 작가는 카메라를 활용해 연출되지 않은 일상의 순간들을 포착한다”라며 “즉 사진은 사진이 아니었다면 놓치고 말았을 것들을 보고 인식하게 해주는, 박진아만의 세상을 관찰하는 안경이다”라고 표현했다.

’무대 정리 02’, 2021, 사진: 안천호 [사진=국제갤러리 제공]


전시장 초입에서 관람객을 맞이하는 화폭 안에서는 갤러리의 어느 직원이 작품을 포장하고 있다. 실제로 작가가 작년 국제갤러리 부산점을 방문했다가 찍은 현장 사진에서 출발한 장면이다.

이목구비의 묘사도 없이 멀리서 바라본 형상이지만, 그의 동료들은 인물의 자세만으로도 그를 알아볼 수 있을 만큼 애정 어린 묘사다.

박진아 작가의 회화는 화려한 집중 조명(스포트라이트)이 비껴간 순간 속에서 묵묵히 자기 일에 집중하는 인물을 소중히 담는다.

작업실의 그림을 둘러보며 “저도 그려주세요”라 투정하는 이에게 작가는(포착할 만큼 매력이 있으려면) “그럼 일을 하고 계셔야 해요”라고 답한다.

“의도적인 의미가 부여되지 않는 동작을 그리고 싶다”라고 고백하는 작가는 개별적인 사람들이 타인의 시선에 무감한 채로 자신의 행동에 집중하는 순간을 포착한다.

’무제’, 1998 [사진=가나아트 제공]


◆ 노은님 작가, 작품 세계 조망하는 ‘생명의 시작: am Anfang’

가나아트는 단순한 선과 원초적인 색으로 화면을 채우는 생명의 화가 노은님(75)의 개인전인 ‘생명의 시작: am Anfang’을 오는 29일까지 서울 종로구 가나아트센터 1,2관에서 선보인다.

한국 작가로서는 최초로 국립 함부르크 조형예술대학의 정교수로 임용된 노 작가는 20여 년간 독일 미술 교육에 기여했다. 또한 바우하우스, 베를린 세계 문화의 집, 국제 평화 비엔날레, 제5회 국제 종이 비엔날레 등 유수의 전시에 초대됐다.

2019년 11월에는 독일 미헬슈타트의 시립미술관에 그를 기리는 영구 전시관이 개간했다. 비독일 출생 작가로는 노 작가가 유일했다.

노 작가는 ‘파독 간호사 출신의 작가’ 또는 ‘아이와 같은 순수함으로 물고기를 그리는 화가’와 같은 단편적인 이름으로 국내에 이름이 알려졌다.

가나아트는 관계자는 “그에 대한 국내의 미술사적 연구가 미비한 것이 사실이다”라며 “가나아트는 그의 초기작에서부터 근작에 이르기까지의 작업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인 ‘생명’에 초점을 맞춰 노은님 작가의 작품 세계를 조망하는 개인전을 개최한다”라고 설명해다.

노 작가는 한지에 그린 아크릴화, 설치 미술, 테라코타 조각, 교회의 스테인드글라스 등 매체와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다양한 분야의 작업을 선보여 왔다.

그는 ‘자연은 무엇으로 구성되어 있는지, 이를 구성하는 힘은 어떻게 작용하는 것인지’에 대한 의구심을 화두로 삼아 그만의 작업 방식을 찾아 나갔다.

그중에서도 생명의 시작을 의미하는 점은 그의 회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조형요소이다.

작가는 특유의 과감한 필획과 원색에 가까운 총천연색들로 고양이, 물고기, 새와 꽃 등의 자연물을 생생하게 그려내는데, 이들에는 모두 점이 찍혀 있다. 이는 생명의 기운을 시각화한 것으로, 작가의 말에 따르면 점은 곧 눈(目)이다.

그는 어느 날 수족관에서 장님 물고기를 보고, 자신의 그림 속 생명체들에 눈이 없음을 깨달았다고 한다. 그 이후 작가는 눈을 그려 작품에 생명력을 부여했고, 이러한 점들이 모여 선이 되고, 선이 모여 작가가 사랑해 마지않는 자연물들로 재탄생했다.

작가가 자신의 옷과 신발에 점을 찍고 이를 입는 것 역시 같은 맥락의 행동이다.

그리고 이러한 점들이 모여 선을 이루는데, 이를 이용해 그는 가장 단순한 형태로 자연의 형상을 환원시킨다.

’생명의 시작(Am Anfang)’, 2020 [사진=가나아트 제공]


‘찾아온 손님’(2017), ‘생명의 시작’(2020)과 같은 회화 속의 생명체들은 단순하고 거친 선들로 그려졌지만, 일필휘지의 붓놀림이 만들어 낸 원시적인 생명력으로 가득하다.

특히 이번 전시에 출품된 회화 중에서도 마치 세포가 분열하여 생명체가 탄생하는 순간을 묘사한 듯한 작품인 ‘무제’가 눈에 띄는데, 1984년, 1996년, 2003년에 각기 그려진 작품임에도 연작으로 그려진 것과 같은 연속성을 보인다.

노 작가의 작품에서는 원시 미술의 원초적인 표현 방식도 확인할 수 있다.

그는 “세계 여러 나라의 오래된 미술관을 다니며 고대인들이 남긴 벽화와 토기를 보면 깜짝 놀란다. 살아남은 흔적들이 어찌 그리 똑같은지 모르겠다”라며 “그래서 내 그림의 형상은 점점 단순해지고 원시적으로 된다”라고 설명했다.

노 작가의 서가에 동굴벽화에 관한 책이 꽂혀있다는 사실과 초기 인류가 벽화에 남긴 손도장과 같이 작가 역시 작품에 손자국을 찍고는 한다는 사실은 원시 미술에 대한 그의 관심을 방증한다.

또한 그는 자연을 구성하는 물질에 대한 작가만의 해석을 색채를 통해 시각적으로 화면에 구현한다.

세상 만물은 물, 불, 흙, 공기의 4원소로 구성되어 있다는 고대 그리스의 자연 철학자들이 주창한 4원소론이 각기 파란색, 빨간색, 밤색, 검정 또는 흰색으로 그의 회화에 나타난다.

특히 1980년대의 회화에서 작가의 4원소론에 대한 관심과 색의 사용에 대한 고민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4원소론에 입각한 색상의 사용은 1990년대의 회화에서도 나타나는데, 여러 가지 색들로 표현한 추상 회화, ‘무제’(1998) 각각의 색들이 표상하는 4원소가 모여 생성된 생명의 시작을 포착한 듯하다. 이처럼 그가 회화에 사용하는 색에는 자연에 대한 작가만의 깊이 있는 통찰이 담겨 있다.

작가는 “참다운 예술은 진정한 순수함을 원한다. 모든 복잡함이나 기술을 떠나, 단순함이 남아 있을 때 예술은 살아난다”라고 말했다. 

가나아트 관계자는 “노은님 작가의 작품은 단순하고 천진하며 소박하다”라며 “그럼에도 작가가 풀어낸 작품 속 이야기는 끝이 없이 광활하고, 압도적인 생명력으로 풍요롭다”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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