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리고 돌려 최대주주 배불리기... 아이오케이·광림·나노스·비비안 'CB 상호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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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범 기자
입력 2021-12-14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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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규정이 변경되기 직전에 이뤄지는 기업의 의사결정은 그 기업의 철학을 확인하기에 좋다. 그런 점에서, 이번 제도 변경 전 쌍방울 그룹의 상호 투자 방식 사모 전환사채(이하 CB) 발행은 쌍방울 그룹의 수뇌부가 소액주주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유추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출처=아주경제 DB]


14일 금감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쌍방울 그룹의 아이오케이, 광림, 나노스, 비비안 등 4곳은 지난달 전환사채를 발행하기로 결정했다. 3분기 말 공시 기준으로 쌍방울 그룹은 광림(12.04%)→쌍방울(13.46%)→비비안(30.64%)→인피니티엔티(19.2%)→아이오케이(9.96%)→광림의 순환출자 구조를 가지고 있다. 아울러 광림은 나노스를 계열사로 두고 있다. 

특이한 점은 광림을 제외하면 대부분 순환출자 중인 기업들이 상호 출자했다는 점이다. 출발점은 나노스다. 나노스는 16일 6회 사모 CB 250억원을 아이오케이 등에 발행했다. 다음은 비비안과 아이오케이다. 25일 비비안은 3회 사모 CB 100억원을 광림에, 아이오케이는 18회 사모 CB를 비비안에 발행했다. 마지막으로 광림이 8회 사모 CB 200억원을 에스제이 조합에 발행했다.

계열사들간의 CB 투자는 CB로 인한 외부 자금 조달 효과가 거의 없다. 돈의 흐름으로만 본다면 에스제이조합→광림→비비안→아이오케이→나노스로 흘러간다. 유의미한 현금 흐름은 '에스제이조합→나노스'정도다. △광림 △비비안 △아이오케이의 CB 발행과 인수는 상호 투자다.  

강학상으로 코스닥 기업이 CB를 발행하는 이유는 외부 자금 조달이다. 신용도가 낮고 담보 여력이 떨어지는 기업이 전환권을 추가로 투자자(CB 매수자)에게 부여해 투자를 유인하는 것이다. 하지만 관계사가 다른 관계사에 자금을 넣어주고, 관계사는 또 다른 관계사에 투자함으로써 원활한 외부 자금 조달은 제기능을 하지 못했다.  

대신 상호출자를 통해 관계사들은 좋은 조건의 전환권을 보유한다. 특히 CB 콜옵션과 전환가액 조정 측면에서 유리하다.

낯선 방식의 사모 CB를 발행한 배경은 CB 관련 규정이 변경되기 때문이었다. 이달 1일부터 '증권의 발행 및 공시 등에 관한 규정' 개정안이 시행됐다. 주요 개정안으로 △상장회사의 CB 콜옵션 행사 등을 통한 최대주주 등의 지분율 상승 방지 △하향 조정 후 시가가 재상승 시 전환가액의 상향 조정 등이 있다. 이번 규정의 개정 배경에 대해 금융감독원은 "CB가 최대주주 등의 지분 확대 수단으로 악용되거나, 불공정 거래에 활용되는 문제점을 해소"로 설명했다. 

쌍방울 그룹은 조기에 CB 발행을 결정, 변경전 규정을 적용받는다. 금감원의 개정 취지를 설명한 것을 보건대 12월 이전 발행 결정한 사모 CB에 투자하는 게 투자자 입장에서는 유리한 조건임이 자명하다.

또 기존 방식이라면 에스제이조합만 CB의 전환권을 보유하게 되지만 상호 투자 방식으로 △광림 △비비안 △아이오케이 등도 추가적으로 전환권을 부여받았다. 이는 다른 관계사에 매각도 가능하다. 

또 기존 소액주주들의 피해가 예상됨과 동시에 쌍방울 그룹의 향후 지배 구조 재정립 시 요긴하게 쓰일 전망이다. 이번 개정은 최대주주 지분 확대 수단으로 악용 방지가 목적인데 쌍방울 그룹은 규제 직전 발행 결정을 함으로써 지배주주의 이익을 극대화했다. 게다가 모든 CB의 전환가액은 액면가액까지 내려갈 수 있고, 50%의 콜옵션도 함께 있어 상환을 하더라도 소각하지 않는 이상 전환권은 잔존하게 된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쌍방울 기업의 이번 CB 발행 결정은 전형적인 꼼수"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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