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한국은행은 '최근 원화 약세 원인 분석' 보고서(BOK이슈노트)를 통해 "지난해 외화자금 수급 상황과 경제 펀더멘털이 양호함에도 원화가 여타 통화에 비해 크게 절하된 것은 우리 경제의 대외 리스크 요인과 환율 상승 기대에 대한 시장 반응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데 따른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달러인덱스와 주요 신흥국들의 대미 환율에 비해 상승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실제 원화는 올들어 달러 대비 1.1% 하락했다. 말레이시아 링깃화가 1.0% 하락한 것보다 더 하락폭이 크다. 일본 엔화, 중국 위안화는 각각 0.7%, 0.4% 하락했다. 같은 기간 대만 달러는 오히려 0.02% 상승했다.
한은은 이 같은 원화 약세 첫째 요인으로 국제원자재가격을 들었다. 김경근 한은 경제연구원 국제경제연구실 차장은 "해외 원자재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 특성상 국제원자재가격 상승은 교역조건과 경상수지 악화 등을 통해 우리 경제에 상대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 "이러한 우려가 반영돼 기타 통화에 비해 더 약세를 나타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해외 투자자들의 주식 리밸런싱(재균형) 과정에서 우리나라 비중이 축소돼 투자자금이 유출된 점 또한 원화 절하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 차장은 "국내 주가는 2020년 하반기 가파르게 상승한 이후 지난해부터 외국인 투자자의 순매도가 증가하면서 글로벌 주식펀드에서 우리나라 비중은 하락세"라며 "특히 작년 하반기부터 반도체 경기 호황이 예상보다 짧을 것이라는 우려가 대두되면서 일시적으로 부정적 영향이 미쳤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현·선물환 연계를 통한 환율 기대가 강화된 점도 영향을 미쳤다. 환율 상승 기대에 따른 선물환 헤지와 투기수요 증가가 자기실현적 환율상승 메커니즘을 통해 원화절하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이에 대해 김 차장은 "원화 환율이 여러 요인의 영향을 받는 만큼 미국 인플레이션(물가상승), 국제 원자재 가격, 중국 경제, 투자자금 이동, 반도체 경기 사이클 등에 따른 국내 기업 실적 변화 등의 동향을 항상 점검하고 글로벌 자금흐름과 외환시장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