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열차는 당고개행 열차입니다. 추운 날씨에 옷 따뜻하게 입으시고 건강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우리 열차는 한강 다리를 건너가고 있습니다. 잠시 휴대폰을 내려놓고 창밖에 한강 풍경을 감상하시면 좋겠습니다. 근심과 걱정이 있으시면 내리실 때 열차에 다 두고 내리시기 바랍니다. 지금 비록 코로나19로 힘들겠지만 이것 또한 지나갈 것입니다.”
모두가 힘에 겨운 출·퇴근길. 동작철교를 지나는 4호선 열차 안에는 따뜻한 감성 방송이 울려퍼진다. 지난해 서울교통공사서 가장 많은 칭찬 민원을 받아 ‘칭찬왕’이 된 동작승무사업소 최경천 차장(56)의 목소리다.
동작철교를 지나며 시민들에게 건네는 감성 발언이 마음을 움직였다는 칭찬이 줄을 잇고 있다. 최 차장은 감성 방송으로 지난해 홀로 175건의 칭찬 민원을 받았다. 이는 지난해 ‘승무원 안내 방송’ 관련 전체 칭찬 민원(1773건)의 10%에 육박하는 규모다.
최 차장은 2010년도부터 감성 방송을 시작했다. 출퇴근 시간에 보이는 승객들의 표정이 너무 힘들어 보여 조그만 응원과 위로라도 주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고 한다.
그는 “매번 하는 안내 방송을 통해 승객들을 응원할 수 있을 것 같아 감성 방송을 시작하게 됐다. 어떻게 승객들에게 위로와 웃음을 드릴 수 있을까 하는 마음이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매일같이 이뤄지는 방송이지만 그의 멘트는 거의 매번 다르다. 최 차장은 출퇴근 시간과 점심시간 철교를 지날 때와 아닐 때 등 다양한 시간과 장소에 맞춰 여러 멘트를 준비한다.
그는 “매일 취미 생활처럼 방송 준비를 위해 책자나 인터넷에서 좋은 글을 찾아 멘트를 작성한다. ‘센츄리 클럽’이라고 칭찬 민원을 100건 이상 받은 직원들 모임에서 동료들과 머리를 맞대기도 한다”며 “준비하는 과정부터 기분이 좋아진다. 일방적인 방송이 아니라 소통하는 방송을 할 수 있어 뿌듯하다”고 밝혔다.
최경천 차장은 서울 지하철을 이용하는 승객들에게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모두 힘든 시간을 보내시고 계실 거라 생각한다”며 “짧은 방송이지만 승객분들이 이를 통해 조금 더 여유롭고 행복한 열차 이용 시간이 되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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