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망 모니터링 확대로는 역부족··· "수입처 다변화 필요"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한국이 수입하는 품목 1만2586개 가운데 특정 국가 수입 의존도가 80% 이상인 품목은 3941개다. 이 가운데 중국에서 수입하는 비율이 80% 이상인 품목은 1850개로, 미국(503개) 일본(438개)보다 중국 쏠림 현상이 심하다. 요소처럼 중국이 갑자기 공급을 중단하게 되면 언제라도 '제2 요소수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지난해 말 요소수 사태로 한 차례 홍역을 치른 정부가 각종 시스템을 마련했지만 한계는 여전하다. 당시 정부는 '제2 요소수 품귀 사태'를 막기 위해 대외 의존도가 높은 4000여 개 품목을 대상으로 조기경보시스템(EWS)을 가동하기로 했다. 해당 품목 가운데 100~200개는 '경제안보 핵심 품목'으로 지정해 맞춤형 수급 안정화 방안도 마련하기로 했다. 또한 분야별 공급망 점검 체계도 본격 가동하기 시작했다.
수급 공백을 감지할 수 있는 레이더망을 넓히고 좀 더 촘촘하게 관리한다는 게 정부 계획이지만, 문제가 발생하는 즉시 공백을 메울 수 있는 건 아니다. 수입에 문제가 생기는 점을 일찍 파악할 수는 있지만 부족한 물량을 단기간에 확보하기에는 어려움이 따를 수 있어서다.
이에 전문가들은 이제라도 핵심 부품 수입처를 다변화하고 내재화하는 등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특히 최근 인도네시아 정부의 석탄 수출 금지 조치 이후 주요 품목 수입처 다변화에 대한 목소리는 더욱 커지고 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국내 발전용 석탄을 확보하기 위해 지난 1월 한 달간 석탄 수출을 중단했다. 정부는 큰 피해 없이 지나갔다고 설명하지만 갑작스러운 수출 금지로 발목이 잡힌 국내 선사 피해액만 220만 달러(약 26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최근 인도네시아의 주요 광물 수출 조치의 배경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인도네시아의 주요 광물 수출 제한 조치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앞으로 이런 움직임이 다른 광물 생산국으로 확대될 것에 대비해 공급망 다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국내 기업들의 전략적인 현지 투자도 필요하다고 KIEP는 제언했다.
글로벌 공급망 불안에도 기업들 대책 마련 '미흡'
기업들 사이에서는 올해도 글로벌 공급망 불안이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더 큰 문제는 대부분 기업이 마땅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최근 대한상공회의소가 원자재를 해외에서 조달하는 기업 300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최근 공급망 불안에 대한 기업 실태 조사'를 보면 조사 기업 중 88.4%가 올해도 '지난해의 공급망 불안이 계속되거나 더 악화할 것'이라고 답했다. 공급망 불안의 주된 이유로는 '코로나19 사태 지속'(57.0%)을 가장 많이 꼽았고, 그다음으로는 '미·중 패권 경쟁'(23.3%)을 들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우리 교역 중 40%가 미·중 양국에 집중돼 있는데 양국 간 '공급망 줄 세우기' 경쟁은 더욱 격화할 것으로 보여 한 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더 큰 문제는 구체적인 공급망 대책을 세운 기업이 10%도 채 안 된다는 점이다. 공급망 리스크에 대한 대책을 세웠는지 묻는 질문에 '세웠다'고 답한 기업은 9.4%에 불과했다. 반면 '대책 없다'고 답한 기업은 53.0%, '검토 중'이라고 답한 기업은 36.1%였다.
기업이 원자재나 부품을 해외에서 조달하는 것은 국내에서 조달하기 어렵거나 생산 비용이 높거나 이유가 있다는 게 대한상의 측 설명이다. 이어 대한상의는 "그런 만큼 수입처 다변화 등 근본적인 해법 마련이 쉽지 않은 게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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