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푸른 배추밭서 시작해 하얀 설원 질주한 이상호 "후회 없는 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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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승완 기자
입력 2022-02-0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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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프를 내려가는 이상호 [사진=연합뉴스]

스노보드 간판이자 배추보이로 불리는 이상호가 한국 설상 종목 최초 올림픽 금메달 획득이란 목표를 향해 질주했지만, 아쉽게 8강에서 탈락했다. 빅 와일드(러시아올림픽위원회)보다 0.01초 차로 늦게 들어오면서다. 지난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이 종목 은메달을 획득했던 이상호는 이로써 메달 없이 베이징 대회를 마치게 됐다.
 
배추밭이 키운 스노보드 간판스타...국제대회서 성적 '무럭무럭'
이상호는 스노보드 불모지인 우리나라에 설상 종목 최초로 메달을 안겨 주었던 간판스타다.

강원도 정선군 출신인 이상호와 스노보드의 첫 인연은 정식 훈련장이 아니다. 이상호는 동네 고랭지 배추밭에서 스노보드 첫발을 뗐다. 이상호에게 '배추보이'란 별명이 생긴 이유다. 이상호가 사북 초등학교 1학년이던 당시 정선군 스키협회는 수확이 끝난 배추밭에 제설기를 가동해 임시 썰매장을 만들었다.

이상호는 아버지인 이차원씨를 따라 이곳에서 눈썰매를 타다 우연히 스노보드를 발에 끼게 됐다. 이상호가 스노보드를 타고 하얀 눈밭을 가로지른 첫 순간이다. 당시 이상호가 탈 만한 어린이용 보드는 없었지만, 성인용 보드 중 가장 작은 사이즈를 구해 발에 끼웠다. 스노보드만 문제가 아니었다. 임시 썰매장엔 리프트마저 없어 직접 걸어 올라가야만 스노보드를 탈 수 있었다.

어린 나이에도 스노보드를 곧잘 타는 이상호의 모습이 장태열 스키협회 스노보드 위원 눈에 들어왔고, 이를 계기로 이상호는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본격적으로 스노보드에 입문했다.

강원도 배추밭에서 스노보드를 시작한 이상호는 국제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무럭무럭 자랐다. 이상호가 18살이던 2013년엔 국제스키연맹(FIS) 캐나다 대회 주니어 선수권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곧바로 이듬해인 2014년 FIS 세계주니어선수권 준우승, 2015년 같은 대회 우승 기록을 세우면서 그야말로 일취월장했다.
 

'배추보이' 이상호의 질주 [사진=연합뉴스]

이상호의 기록 앞엔 언제나 '최초'란 수식어가 붙었다. 이상호는 2017년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에서 대회전과 회전 부문에서 모두 금메달을 따내며 첫 2관왕에 올랐다. 또 3월 터키에서 열린 FIS 월드컵에서 은메달을 획득해 한국 스키 사상 최초로 월드컵 메달을 따내는 쾌거를 이뤘다. 승승장구하던 이상호는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스노보드 남자 평행대회전에서도 은메달을 목에 걸면서 한국 스키 사상 최초의 메달 확보란 기록을 세웠다.

이상호는 이번 베이징 대회에서도 금메달 후보 0순위로 꼽혔다. 스노보드 알파인 남자 평행 대회전 예선 1, 2차 시기에서 선수 32명 중 1위로 16강에 진출하며 산뜻한 출발을 보였기 때문. 하지만 0.01초 차이로 메달을 향한 여정에 마침표를 찍어야 했다.

경기를 마친 뒤 이상호는 "주위에서 기대한 금메달을 갖고 오진 못했지만, 후회가 남지 않는 경기를 하자는 제 개인적인 목표는 이뤘기 때문에 후련하다"고 말했다.

이상호는 9일 바로 귀국하면서 올림픽 일정을 끝마치지만, 그의 질주는 계속될 예정이다. 이상호는 "귀국 후 3주 정도 국내에서 훈련한 뒤 오스트리아로 이동해 월드컵 남은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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