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분기 가계빚 증가속도가 전분기에 이어 또다시 둔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기관의 가계대출 관리 강화 등 영향으로 대출 증가폭이 축소된 데 따른 것이다. 특히 주택담보대출이 주택매매거래 둔화와 집단대출 취급 감소가 두드러졌다. 반면 연말 소비부진 완화로 카드 이용 등 판매신용 증가폭이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22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1년 4분기 가계신용(잠정)'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가계신용 잔액은 1862조1000억원으로 집계됐다. 가계신용은 우리나라 가계가 은행·보험사 등 금융기관에서 받은 대출(가계대출)과 신용카드 이용액 등(판매신용)을 더한 포괄적인 빚을 의미한다.
가계신용 증가폭은 작년 3분기 34조9000억원으로 증가폭이 감소한 데 이어 4분기에는 증가규모가 19조1000억원에 그치면서 2분기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전년 대비 가계신용 증감률 역시 7.8%로 작년 2분기(10.4%)와 3분기(9.6%)에 이어 꾸준한 하락세를 나타냈다.
가계신용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가계대출 규모는 12월 말 기준 1755조8000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분기 대비 13조4000억원 증가한 것으로 전분기 증가폭(34조7000억원)과 비교하면 크게 완화된 것이다. 전년 동기 대비 증가폭(123조8000억원) 역시 지난 3분기(156조7000억원)보다 눈에 띄게 줄었다.
항목별로 보면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잔액은 982조4000억원으로 전분기 말에 비해 13조4000억원 증가했다. 이는 직전 분기 20조원 이상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눈에 띄게 둔화된 것이다. 이에대해 한은은 "전국 주택매매거래량이 3분기 26만호에서 4분기 19만호 수준으로 감소한 데다 집단대출 취급이 줄면서 대출 규모 역시 축소됐다"고 설명했다.
이 기간 신용대출을 포함한 기타대출(773조4000억원)은 금융기관의 가계대출 관리 강화와 대출금리 상승을 바탕으로 전분기 잔액 수준을 유지했다.
업권 별로 살펴보면 은행권과 비은행예금취급기관, 기타금융기관에서 모두 대출 증가폭이 전분기 대비 축소됐다. 4분기 말 은행권(예금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8조1000억원 확대된 910조1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직전 분기(21조1000억원)과 비교해 큰 폭 감소한 것이다.
저축은행과 신용협동조합(신협), 새마을금고 등 비은행예금취급기관에서의 4분기 가계대출 취급규모는 4조7000억원 늘어난 351조4000억원을 기록했다. 가계대출 가운데 주담대 규모는 3조1000억원 늘어난 104조9000억원, 기타대출 규모는 1조6000억원 증가한 246조5000억원이다. 이들 중 가장 큰 가계대출 규모를 취급하고 있는 곳은 상호금융으로 208조3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상호금융기관의 경우 비은행예금취급기관 중 유일하게 4분기 가계대출이 소폭 하락(- 1조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보험·카드사 등 기타금융기관의 가계대출 규모는 494조3000억원을 나타냈다. 주담대는 8000억원 증가한 247조9000억원, 기타대출 규모는 3000억원 감소한 246조4000억원을 기록했다.
한편 신용카드 사용액 등으로 구성된 판매신용 규모(100조2000억원)는 코로나 팬데믹에 따른 소비 부진이 완화되면서 전분기 말보다 5조7000억원 늘었다. 이는 2003년 통계 편제 이후 최대 규모다. 실제 이 기간 민간소비 증가율(전기 대비)은 3분기 -0.2%에서 4분기 1.7%로 상승 전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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