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이하 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일부 러시아 은행에서는 현금 부족으로 인출 불가 사태가 일어났다고 보도했다.
시민들은 이번 제재 조치로 비자나 마스터카드 등 러시아 외 결제망을 사용하는 결제 수단으로 거래하는 것이 불가능해질 수 있어 미리 현금을 찾으러 왔다고 설명했다.
러시아 은행에 맡겨 둔 예금이 사라지는 것 아니냐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이날 현금 수요가 2020년 3월 이후 최고 수준에 달해 ATM에 공급하는 금액을 늘릴 수밖에 없었다고 BBC는 보도했다. 러시아 금융당국이 국민들을 진정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이미 서방의 제재는 러시아에 심각한 타격을 주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미국과 유럽연합(EU), 주요 7개국(G7) 등은 가장 강력한 제재로 꼽히는 SWIFT 결제망 배제를 시행했다. SWIFT는 전 세계 200여개국에서 1만1000개 이상의 금융기관이 사용하는 전산망으로 이들 기관이 타국 기관과 돈을 거래할 때 필요하다. SWIFT에서 배제될 경우, 러시아는 해외 금융기관과 돈을 주고받는 일이 거의 불가능해진다.
이외에도 이들은 러시아 중앙은행에 대한 제재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제재가 시행될 경우 러시아는 6340억 달러(약 764조9210억원) 규모로 추산되는 보유고 접근에 제한을 받을 수 있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러시아의 금융 시스템이 안정적이라며 시장을 안심시키려고 했지만 미국 달러 대비 러시아 루블 가치는 계속해서 하락하고 있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27일 "러시아 은행 시스템은 안정적이며, 어떤 상황에서도 원활하게 작동할 수 있는 충분한 자본과 유동성을 갖추고 있다"라고 밝혔다.
또한 러시아 내 결제를 위해 자체 네트워크 시스템을 이용할 것이라며 어떤 상황에서도 이 결제 시스템은 운영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캐나다와 유럽 국가 등이 러시아 항공기에 대해 영공을 폐쇄하며 물리적으로도 외화 수급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돼 러시아 중앙은행의 발언에 대한 신뢰도는 낮은 상황이다.
시장은 현재의 루블 가치 하락이 계속해서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금융컨설팅업체 코페이의 칼 샤모타 수석시장전략가는 이날 BBC에 "새로 발표된 서방의 제재가 러시아 경제를 마비시키고, 러시아와 관련된 자산의 매력을 감소시킬 수 있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매도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또한 "러시아 루블 가치는 바닥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할 것"이라며 "누구도 떨어지는 칼날을 잡고 싶어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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