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체굴은 친환경적인 동시에 어업인 소득을 높일 수 있는 지속가능한 고부가가치 산업입니다."
신상수 전남 신안군청 신안수산연구소장이 기자에게 건넨 말이다. 신 소장 말처럼 환경보호와 소득 상승을 한꺼번에 누릴 수 있는 개체굴이 주목받고 있다.
22일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개체굴의 가장 큰 특징은 일반적인 굴 양식과 달리 부표(浮標)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 것이다.
물속에 잠겨 있는 물체 위치를 알려주는 부표는 보통 스티로폼으로 만드는 데 내구성이 약해 쉽게 부서져 해양 쓰레기가 된다. 수명이 다했더라도 수거·재활용이 까다로워 그냥 바다에 버리는 경우도 많다.
해양생태계도 위협한다. 물고기와 새 등이 부서진 부표 조각을 먹이로 착각하고 먹는 사례가 적지 않아서다.
일반적인 굴 양식은 굴을 매달아 키우는 줄인 수하연에 굴 종묘를 붙인 패류 껍데기(패각)를 바닷물에 내려놓고 키우는 연승수하식으로 이뤄진다. 연승수하식 굴은 수십개가 뭉친 덩이굴로 자란다. 양식장 1헥타르(ha)당 1600여개 부표가 있어야 한다.
개체굴은 두 가지 방식으로 키워진다. 성인 남성 허벅지 높이쯤 되는 책상 모양 시설을 갖춘 양식장에서 키우는 테이블식은 부표를 아예 사용하지 않는다. '채롱망'으로 불리는 양식용 통발에 굴을 담아 바닷속 아래에 늘어뜨려 키우는 채롱수하식 양식은 1ha당 600여개로 기존과 비교해 3분의 1 수준이다.
갯벌에서 조수간만차를 이용해 키우는 테이블식은 노동 절감 효과도 있다. 수하식보다 노동 시간이 짧고 강도도 약해 양식에 나선 어민들 부담이 적다.
유통 방식도 일반 굴과 차이가 있다. 개체굴은 굴을 까지 않고 껍질째 유통해 폐각이 생기지 않는다. 자연에 노출되는 시간이 긴 만큼 껍질이 두꺼워 유통할 수 있는 시간도 늘어난다. 연중 출하가 이뤄져 여름에도 유통이 가능하다.
또한 크기가 크고 맛이 좋다. 글리코겐·비타민·아연·철분 같은 영양분도 풍부하다. 이 때문에 일반 굴보다 비싸게 팔린다. 박영채 전남도청 수산자원과장은 "개체굴은 일반 굴보다 10배 이상 비싼 고부가가치 제품"이라고 말했다.
'1004섬 신안'이라는 브랜드명을 사용하는 신안산 개체굴은 이미 굴 전문점인 '오이스터바'와 신세계백화점 강남·대전점 등에 입점했다. 서울 6성급 호텔 입점도 앞두고 있다.
정부도 개체굴 양식 활성화에 힘을 보탠다. 해수부는 최근 신안군과 경남 거제시 등 2곳을 '친환경 개체굴 공동생산시설 사업지'로 선정했다. 선정 지역에는 국비 10억원씩을 지원하며 개체굴 양식산업 확산에 나선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선정된 신안군은 공공주도형 개체굴 시범양식을 계속 추진한다. 신안군은 2018년 신안수산연구소를 신설해 전국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처음으로 개체굴 전용 종자 배양장을 만든 곳이다. 개체굴 선진국인 프랑스에 신안군 공무원과 어업인들을 보내 선진 기술도 전수했다. 이를 바탕으로 어업인과 귀어인을 대상으로 자체 개체굴 양식학교를 운영 중이다.
신안군은 올해 기존 증도·자은도·비금도·도초도 양식장과 함께 새로운 시범 양식지역을 발굴할 계획이다. 개체굴 양식학교에서 개체굴 양식 전문 어업인도 계속 육성한다. 전문 어업인에게 시범양식장 운영을 맡겨 신규 소득을 얻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수출 기반 확보에도 힘쓴다. 국제 친환경 양식 인증과 미국 식품의약국(FDA) 수출용 패류생산 지정 해역 획득을 추진한다.
거제시는 개체굴 전환을 희망하는 기존 굴 양식 어가를 모아 생산자협의체를 구성할 예정이다. 개체굴 종자를 만들어 일선에 보급하는 개체굴 종자 육성시설도 신축한다. 종자 육성시설은 경남 지역에 개체굴 종자를 안정적으로 공급해 이 지역 개체굴 양식 전환을 앞당길 전망이다.
최현호 해수부 어촌양식정책관은 "친환경 개체굴 생산시설 지원사업은 국내 굴 양식산업 부가가치를 높여 어업인 소득을 늘리는 동시에 부표 사용을 줄여 바다 환경을 지킬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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