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조직 개편을 앞두고 중소벤처기업부 홀대론이 제기되고 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중기부 개편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다. 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중소기업청에서 중기부로 격상된 지 5년 만에 중기부 입지가 다시 좁아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23일 정치권에 따르면 인수위는 오는 29일까지 부처별 업무 보고를 받고 본격적인 정부 조직 개편 논의에 착수한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작은 정부’를 지향해 온 만큼 여성가족부가 공약대로 폐지 수순을 밟고, 산업통상자원부·교육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주요 부처들이 이합집산을 거듭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기부도 이 과정에서 쪼개기·나누기식 개편이 이뤄질 것이라는 이야기가 인수위 안팎은 물론 중기부 내부에서도 흘러나온다.
현재 중기부 주요 정책은 △중소기업 △벤처‧스타트업 △소상공인 등 크게 3가지로 나뉜다. 이 중 중소기업‧소상공인 분야와 벤처‧스타트업 분야가 쪼개질 가능성이 있다. 인수위에서는 산업부가 통상 업무를 외교부에 이관하고 부처 역량 강화를 위해 중기부와 일원화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실제 인수위 인선에서도 조직 개편 방향성이 드러난다. 인수위 과학기술교육분과 전문위원으로 김윤정 창업진흥원 선임부장을 발탁한 것. 김 부장은 이명박 정부 시절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실 행정관으로 근무한 이력이 있다.
창업진흥원은 중기부 산하 창업지원 전담기관이다. 중기부 산하기관 인사가 산업·일자리 등을 담당하는 경제2분과가 아닌 과학기술교육분과에 합류한 것은 중기부와 과학기술교육부 일원화를 준비하기 위해서라는 해석도 있다.
이와 관련, 신용현 인수위 수석대변인은 “기술 기반 창업은 경제2분과와 과학기술교육분과 간 협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김 부장을 과학기술교육분과 전문위원으로 임명했다”고 설명했다.
안철수 인수위원장이 중기부와 과기부, 교육부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점도 이 같은 관측을 뒷받침한다. 안 위원장은 단일화 과정에서 비경제 분야인 세 부처에 대한 정부 개편 권한과 장관 임명권을 가져간 것으로 알려졌다. 세 부처 모두 과학기술교육부와 연관성이 있다.
실제 중기부 조직이 쪼개지거나 벤처‧스타트업 정책 등 일부 업무가 다른 부처에 이관된다면 업무 공백과 비용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뿐만 아니라 현 정부에서 출범한 상징성 있는 부처가 새 정부에서 곧바로 힘을 잃게 되는 셈이다.
다만 윤 당선인이 내놓는 조직 개편 방안이 실행으로 옮겨질지는 미지수다. 각 부처별 반발이 만만치 않은 데다 172석을 가진 거대 야당을 넘어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처리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중소기업계 한 관계자는 “인수위에 중기부 정책과 중소기업 현안을 대변해줄 사람이 없어 중기부 개편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크다”며 “중기부와 산업부가 일원화될 경우 산업부 정책, 즉 대기업 위주 정책에 밀려 중소기업 정책은 후퇴할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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