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훈의 투어웨이] 미지의 마스터스 토너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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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거스타=이동훈 기자
입력 2022-04-0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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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번 홀 벙커에 빠진 마쓰야마 히데키. [사진=마스터스]

5년간 취재 신청, 낙방. 6번째 취재 신청, 성공.

2020년 초의 이야기다. 마스터스 취재 신청이 승인됐다는 메일을 받아도 현실감이 없었다.

기자증으로 바꿀 수 있는 서류가 며칠 뒤 눈앞에 도착했을 때 얼굴에 소름이 돋아서 피부를 더듬었다.

어안이 벙벙한 채로 출장 계획을 세웠다. 교통, 숙박 등을 결제했다.

모든 준비를 마치고 대회가 한 달여 남았던 2020년 3월. 세상이 뒤바뀌었다. 코로나19의 창궐이다.

마스터스를 개최하는 오거스타 내셔널이 취재에 대한 제한을 걸었다. 승인 취소.

취재 승인 취소는 쉬웠지만, 결제한 교통, 숙박 등의 취소는 쉽지 않았다. 환불이 안 되는 예약을 했기 때문이다. 결국, 고스란히 떠안았다.

2021년도 거절당했다. 같은 이유에서다.

그러던 올해(2022년) 2월. 다시 한 번 승인 메일과 서류가 도착했다. 이번에는 주차증도 함께다.

난관은 산재했다. 3일 전이면 되던 음성확인서가 출국 하루 전에 필요했다.

양성이면 모든 것이 물거품 되는 상황. 약 한 달간 자체 자가격리를 했다. 혹시라도 몸에 열이 나면 진단 키트로 연신 코를 쑤셨다.

음성 확인서를 받기까지 고통이 계속됐다.

애틀랜타까지는 경유로 17시간이다. 도착해서 마스터스가 열리는 오거스타까지는 2시간 20분이 소요된다. 

차가 없으면 이동하기 어렵다. 도착해서 렌터카를 찾으러 가니, 차량이 모두 동이나 있었다.

다시 시도한 것은 다음 날 오전 5시. 남은 5대 중 3번째 차량을 받고, 오거스타로 달리기 시작했다.

여느 미국 도로와 다르지는 않았다. 그러다 보니 "충북 한 지역 같다"는 혼잣말을 했다.

오거스타 시내도 마찬가지다. 특별함은 없었다. 있다면 마스터스 표를 구하고자 연신 몸을 흔들어 대는 사람들과 존 댈리(미국)가 1주일 내내 출연한다는 술집의 푯말 정도다.

프레스 주차장은 따로 마련돼 있다. 주차하고 삼엄한 경비를 뚫으니 프레스 빌딩이 눈에 들어왔다.

밀레의 봄을 감상하듯 한참을 바라봤다. 안에서 기자증을 받고, 기자석에 앉았다. 갈증이 났다.

휴대전화를 두고 밖으로 나갔다. 사진으로, 영상으로만 보던 리더보드로 향했다. 길을 잃고 물어 겨우 도착했다.

눈에는 새로운 풍경이 펼쳐졌다. 넓은 들판에 패트론이 출렁였다. 홀의 경계는 무너졌고, 선수들은 패트론과 동화됐다.

작디작은 클럽하우스를 지나, 아멘 코너(11~13번 홀)로 향했다. 영상과는 달랐다. 왜 12번 홀에서 선수들이 늪에 빠지는지를 알았다. 마지막 홀까지 걸으며 3개의 다리(호건·넬슨·사라젠 브리지)를 눈으로 확인했다.

이번에는 앞 홀이, 다음에는 뒤 홀이 궁금했다. 결국 도착하자마자 홀린 사람처럼 36홀을 돌았다.

그리고는 아름드리나무 밑에 앉았다. "휴대폰이 금지된 이유가 있구나"라는 말이 입술을 비집고 나왔다.

일본에는 원피스라는 만화가 있다. 올해로 25주년이 됐다. 만화가는 25년이라는 세월 동안 원피스가 무엇인지를 밝히지 않았다. 중학생이 40대 중년으로 바뀔 때까지다.

마스터스와 원피스는 닮은 구석이 있다. 바로 미지의 세계에 대한 동경이다.

도착하기 쉬웠다면, 누구에게나 열려 있었다면. 감동이 크진 않았을 것이다.

그러한 연유로 기자도 자세히 묘사하지 않았다. 그중에서도 프레스 빌딩은 더욱 미지로 남기고 싶다. 이후 도착할 타인을 위해.
 

[이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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