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물가 충격에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치자 한국은행과 금융당국이 14일 긴급회의를 소집해 상황 점검에 나섰다. 미 연준(Fed)이 오는 14~15일(현지시간) FOMC에서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밟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원·달러환율은 1300원에 육박했고 코스피 역시 1년 7개월 만에 2500선이 붕괴되는 등 국내 시장 후폭풍이 가시화되고 있는 상황에서다.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은행은 이날 오전 8시 30분 한은 본관 15층 소회의실에서 이승헌 부총재 주재로 긴급 회의를 열고 국제금융시장 상황 변화가 국내 금융·외환시장에 미칠 영향을 점검했다. 이번 회의에는 이승헌 부총재 외에 통화정책국장, 국제국장, 금융시장국장, 공보관, 투자운용부장 등이 참석했다.
이승헌 부총재는 이 자리에서 "6월 FOMC를 앞두고 국제금융시장에서는 이틀 연속 금리가 큰 폭 상승하고 주가는 크게 하락했으며 미 달러화는 강세를 나타냈다"며 "이는 미 연준이 높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에 대응하기 위해 예상보다 큰 폭으로 정책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된 데 따른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부총재는 이어 "국내 금융·외환시장에서도 변동성이 크게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향후 시장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필요 시 시장안정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은은 앞서 하루 전 원·달러환율이 폭등하며 전고점 레벨에 근접하자 6년 4개월 만에 처음으로 기획재정부와 함께 '국장급' 공동 구두개입을 단행하기도 했다.
금융당국 역시 이날 회의를 소집해 국내외 금융시장 동향과 리스크요인을 긴급 점검했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오전 8시 금융감독원·국제금융센터 등과 합동 금융시장 점검회의를 갖고 "비상대응체계를 통해 금융시장 동향과 리스크 요인을 지속 모니터링하고 시장불안에 대비한 시장 안정화 조치가 필요할 경우 적시에 작동할 수 있도록 관련 대응조치를 사전에 면밀히 점검하라"고 지시했다.
김 부위원장은 현재의 경제·금융상황에 대해 "높은 수준의 인플레이션이 지속되고 주요국의 통화 긴축 가속화 및 우크라이나 사태 등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중첩된 상당히 어려운 국면"이라고 평가한 뒤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가 취약차주, 금융회사 및 금융시스템의 위험요인으로 전이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취약차주의 금융애로는 물론 개별 금융회사의 건전성·유동성과 금융업권 간 취약한 연결고리를 수시로 점검해 사전 예방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한편 금감원도 이날 이복현 원장 주재 하에 열린 임원회의에서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에 대한 우려와 대책 마련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원장은 "외환시장과 단기금융시장 등 취약한 고리가 될 수 있는 부분의 주요 리스크요인을 모니터링하고 시장 내 심리적 과민반응 등으로 쏠림 현상이 심화되지 않도록 신속하게 금융시장 안정화 조치에 나설 수 있도록 준비하라"고 당부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