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물가공포] 尹 "모든 조치" 한마디에 더 바빠진 정부...高물가 잡기 비상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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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미 기자
입력 2022-06-1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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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14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밥상 물가가 고공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대표적인 서민 음식인 삼겹살 600g 가격은 2만원에 육박하고, 양파와 감자 가격은 1년 전보다 두 배 가까이 뛰었다. 가뭄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여파로 농·축산물 가격이 크게 오른 탓이다.

물가를 책임지는 부처 수장들은 긴급 회의를 열며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하지만 쉽게 풀기 어려운 대내외 악재가 이어지다 보니 묘수를 찾기는 힘들 전망이다. 
금겹살·금파···고삐 풀린 밥상물가
14일 축산물품질평가원 축산유통정보에 따르면 삼겹살 100g 기준 소비자가격은 지난 10일 2900원대(2915원)에 진입한 뒤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13일엔 2926원을 기록했다. 2550원대였던 1년 전보다 15% 이상 뛰었다.

지난 2월 발생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로 국제 곡물 가격이 뛰면서 가축 사료와 수입 축산물 가격이 동반 상승한 탓이다. 국가통계포털(KOSIS) 자료를 보면 지난달 수입 쇠고기 가격은 1년 전보다 27.9%, 돼지고기는 20.7%, 닭고기는 16.1% 올랐다.

국내에서 생산하는 농산물은 오름폭이 더 크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14일 기준 감자 20㎏ 도매 가격은 3만8880원을 기록했다. 2만2468원이던 1년 전보다 73% 폭등한 것이다.

양파는 더 가파르게 올랐다. 같은 날 양파 15㎏ 도매 가격은 1만9040원으로 1년 전(1만962원)보다 두 배 가까이 뛰었다.

역대급 가뭄으로 작황이 좋지 않아서다. 지난해 12월 1일부터 올해 5월 31일까지 6개월간 우리나라에 내린 비는 총 167.9㎜로 평년(340.2㎜) 대비 49.1%에 그쳤다. 특히 지난달 전국 강수량은 5.8㎜로 평년(79.3~125.5㎜)에 크게 못 미쳤다. 비가 내린 날도 3.3일에 머물며 평년(8.7일)보다 적었다. 강수량과 강수일수 모두 기상관측망을 전국에 확충한 1973년 이후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이 때문에 지난달 말부터 이달 8일까지 양파 등 생육 지표가 모든 지역에서 나빠졌다.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가운데)과 이성희 농협중앙회장(왼쪽)이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양재동 하나로마트 양재점을 찾아 매장을 둘러보며 농·축산물과 가공생필품 가격 동향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부, 물가 잡기 '안간힘'
대내외 악재가 겹치며 밥상 물가가 계속 치솟자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나서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출근길에 "공급 측면에서 물가 상승 요인이 나오는 만큼 정부가 할 수 있는 조치는 다 취하겠다"고 밝혔다.

전날 주재한 대통령수석비서관 회의에서도 물가 관리를 최우선 과제로 꼽으며 "선제적 조치로 서민의 어려움을 덜어줄 방안을 찾으라"고 지시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이날 오전 긴급 간부회의를 열었다. 시계 제로에 놓인 경제 상황에 철저히 대응할 것을 주문하고자 소집한 회의다.

추 부총리는 이 자리에서 "대외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요인으로 국내 물가 불안이 가중하고, 미국의 큰 폭 금리 인상 예상으로 금융·외환시장 불안도 확대하는 양상"이라고 진단했다.

지난달 5%대(5.4%)에 진입한 우리나라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오는 하반기 6%대를 기록할 전망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국제유가가 계속 치솟고 있는 데다, 다음 달부터 공공요금이 잇달아 올라서다.

추 부총리는 이런 상황을 '복합 경제위기'로 지칭하며 전쟁을 치르는 자세로 극복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마디로 복합 (경제)위기가 시작된 것인데, 더 심각한 건 이런 상황이 당분간 진정되지 않고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경제전쟁 대장정을 시작해야 한다"며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전쟁을 반드시 이겨낼 수 있게 열정과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먹거리 물가를 책임지고 있는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도 이날 유통 업계와 긴급 간담회를 가졌다. 소비자물가 상승을 부추기는 밥상 물가를 끌어내릴 방안을 찾고 협조를 구하기 위해서다. 지난달 물가가 약 14년 만에 5%대로 치솟은 건 가공식품을 포함한 공업제품과 축산물 가격이 급등한 탓이었다. 지난달 축산물 가격은 1년 전보다 12.1%, 가공식품은 7.6% 각각 올랐다.

정 장관은 "경제와 민생 안정은 정부의 최우선 정책 과제"라며 "국민이 매일 체감하는 농·축산물과 식품 등 장바구니 물가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농·축산물 할인쿠폰 지원 확대와 내달부터 시행하는 할당관세(0%) 추가 적용 등에 협조해달라고 업계에 당부했다.

정부는 7월 1일부터 수입 돼지고기 5만톤(t)에 할당관세 0%를 적용한다. 현재는 22.5~25% 관세를 부과 중이다. 대두유·해바라기씨유(5→0%)와 밀가루(3→0%), 밀(1.8→0%)에도 할당관세를 새로 적용한다. 계란가공품에 적용한 할당관세 0%는 연말까지, 수입산 커피와 코코아원두에 붙는 부가가치세(10%)는 내년까지 면제한다.
 

[그래픽=아주경제 그래픽팀] 

높아진 '스태그플레이션' 공포
물가 부처 수장들이 직접 나서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경제성장률 둔화와 고물가가 동시에 나타나는 슬로플레이션(Slowflation) 국면이 가시화한 데 이어 경기 후퇴와 물가 급등이 맞물리는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이 현실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상황이다.

세계은행(WB)은 지난 7일 내놓은 '세계경제전망'에서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을 2.9%로 전망했다. 지난 1월 제시한 4.1%보다 1.2%포인트(p) 낮은 수치다. 하향 이유는 2년 이상 이어진 코로나19 사태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인플레이션, 공급망 불안정, 재정·통화 긴축정책 등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다음 날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직전보다 1.5%포인트 낮은 3%로 수정했다. OECD 회원국 평균 물가 상승률은 4.4%포인트 높여 8.8%로 내다봤다.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3.0%에서 2.7%로 0.3%포인트 내리고, 물가 상승률은 2.1%에서 4.8%로 2.7%포인트 올렸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금으로선 현 경제 상황을 타개할 마땅한 방법이 없다"면서 "이런 상황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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