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병운 칼럼] 국내 투자은행(IB)과 부동산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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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범 기자
입력 2022-06-16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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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보험, 저축은행 등 금융기관들의 부동산 사업에 대한 신용공여는 부동산 시장을 활성화시키는 데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다. 그중에서도 국내 IB들의 부동산 시장에서의 활동은 부동산 프로젝트의 자금조달 문제를 해결해 주고 프로젝트의 사업성을 보완하며 나아가 위험요소들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하는 등 프로젝트의 현실적인 실행을 가능케 하는 결정적 역할을 하고 있다.

증권사들의 경우 전체 신용공여성 채무보증 중 부동산 관련이 작년말 기준 중형사의 경우 88.8%, 대형사는 71.8%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한국신용평가 기준). 국내 IB들의 부동산 시장에 대한 집중은 다음과 같은 배경에 기인한다.

2015년부터 저금리와 부동산자금 대출의 독려 정책으로 은행의 부동산 여신이 지속적으로 확대되자 국내 IB들도 부동산PF 관련 업무의 비중이 크게 늘어나기 시작했다.

IB 업무는 크게 자문(Advisory)과 인수(Underwriting) 활동으로 나눌 수 있다. M&A나 구조조정에 관한 자문, 회사채나 주식의 인수 등이 그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IB 업무 초기에는 M&A, ECM(Equity Capital Market), DCM(Debt Capital Market)이 조직의 근간을 이루었다. 지난 2009년 한국판 골드만삭스 설립을 기치로 자본시장법이 시행된 후 증권사들의 대형화(자기자본 ‘09 17조원, ‘19년 40조원)가 지속적으로 추진되었고 채무 보증이나 인수능력이 크게 늘었다. 이에 따라 국내IB의 업무비중도 자문에서 인수영업으로 옮겨 갔다.

또 2015년 증권사들에 신개념의 순자본비율(NCR, 영업용 순자본-총위험액/필요유지자기자본)을 도입하였다. 이로 인해 자본규모가 큰 대형사의 자본비율이 크게 개선되어 기업 신용공여 여력이 증가했다. 이는 본디 혁신기업들의 자금조달 및 투자 지원과 대형프로젝트에 대한 모험자본공급 그리고 글로벌 M&A와 인수 금융 등 기업금융 비중을 키우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나타난 양상은 의도와 달랐다. 인수(Underwriting) 한도가 크게 확대되자 부동산 프로젝트를 더욱 적극적으로 취급하기 시작한 것이다. 나아가 인수 후 신디케이션(Syndication) 방식을 통해 은행, 보험, 저축은행, 캐피탈 등 타 금융기관들에까지 확산되었다.

부동산 딜 자체의 성격에서도 기업금융과는 다른 특성을 갖고 있어 상대적으로 용이하게 확대시킬 수 있다. 부동산은 소위 ‘하드 애셋(Hard asset)’으로 눈에 보이며 항상 실물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는 특성이 있다. 공시지가, 기준시가 등이 공시될 뿐만 아니라 공인된 감정평가사의 감정평가 가격을 쉽게 얻을 수 있다. 따라서 부동산은 금융기관의 신용공여에 대한 담보로서 다른 자산들보다 상대적으로 담보활용이 수월하다. 또 한편 최근 새롭게 떠오르며 시장을 활성화하고 부동산 가치를 높이는 데 기여하는 프롭테크(Proptech, Property + Technology)도 IB의 부동산 업무와 결합하여 시너지를 낼 것으로 보인다. 정보 비대칭성을 완화하여 시장 효율성을 높이고, 부동산 활용의 최적화를 꾀해 가치를 제고하고 있는 점이 그러하다. 부동산산업에 인공지능, 빅데이터, 블록체인 등 최신 IT 기술을 접목하여 부동산자산관리, 부동산 중개플랫폼, 공간관리 솔루션, 공유오피스, 스마트 홈, 부동산 빅데이터 분석 등 여러가지 시도들이 이루어지고 있다.

증권사들의 부동산 딜로 인한 수익규모가 다른 업무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크고 시점별 손익성과 측정이 용이하다는 점은 성과급제도의 도입을 촉진하게 되었다. 높은 성과급은 부동산 부문으로의 인력 이동을 초래했다. 수익 가득의 상대적 용이성과 성과급 제도의 확산으로 급기야는 M&A, 인수금융, 구조조정, ECM, DCM 등 거의 모든 부서가 부동산 금융업무를 취급하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증권사의 조직체계가 기능별 조직에서, 명칭만 달리할 뿐 실질적으로는 부동산 프로젝트를 취급하는 병렬, 경쟁조직으로 바뀐 것이다. 근간의 금리인상 추세로 투자중개, 자기매매 및 운용수익규모 축소가 예상됨에 따라 IB 부문은 공격적 영업과 부동산 금융에 더욱더 치중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이 시점에서 진지하게 염두에 두어야 할 사항이 있다. 우선 리스크 측면이다. 경기침체, 북한의 안보위협, 대체투자자산의 등장, 부동산 공매도 상품의 등장, 자연재해 등 돌발적 요인으로 부동산 시장이 위험에 직면하게 될 가능성에 대한 것이다. IB가 손익 위주의 영업활동을 하고 수익을 많이 얻을 조직을 확장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위와 같은 상황을 염두에 두고 업무 포트폴리오의 균형을 잡아야 한다. 이는 IB 활동이 프로젝트의 타당성과 효율성 제고뿐만 아니라 금융의 필터링 기능을 통한 경제의 건전성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리고 부동산 부문으로의 지나친 인력 편중은 타 기능의 위축을 초래해 향후 시장 변화 시 국내 IB가 주도적 역할을 못할 가능성도 있다. 타 분야의 경쟁력을 구축할 기회를 잃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해외 IB들이 글로벌 마켓에서 주도권을 갖고 선도적 역할을 하는 동안 국내 IB들은 참여조차 못할 수도 있다. IB의 핵심역량인 기업구조조정 및 M&A 자문시장을 회복할 필요가 있을 뿐만 아니라, 해외시장 진출, 지역전문성 확보, 수출연계상품의 개발 등에도 눈을 돌려보면 어떨까? 또 방산, 우주, 에너지, 환경, 북한 등 신시장 사업들과 관련된 많은 프로젝트들이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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