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방역' 윤석열 정부의 기회이자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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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휘 기자
입력 2022-07-1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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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19 재유행…신규 확진자 3만명대

  • 전 정부 '정치방역'에 비교우위 보여줄까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3만8360명으로 지난 5월 11일(4만3908명) 이후 62일 만에 가장 많은 수치를 기록한 12일 서울 시내 한 약국에 자가진단키트 판매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 재유행이 현실화하면서 윤석열 정부의 '과학방역'이 본격적인 시험대에 서게 됐다. 현 정부가 전임 문재인 정부의 코로나19 방역을 '정치방역'이라고 강하게 비판해 온 만큼 어떤 차별화된 정책을 마련해 비교우위를 보일 수 있을지 벌써부터 관심이 모인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2일 출근길 도어스테핑(약식회견)에서 코로나19 재유행 관련 방역계획을 묻는 질문에 "어제 질병관리청장하고 국가감염병대응위원회 위원장, 보건복지부 차관이 여기 와서 회의를 했는데 내일(13일) 국무총리 주재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가 열릴 것"이라며 "거기에서 기본적인 방침을 발표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정부는 13일 한덕수 총리 주재로 중대본 회의를 열고 '코로나19 여름철 재유행 대비·대응방안'을 발표한다.

윤 대통령은 지난 11일 한 총리와의 주례회동에서 "'과학방역'으로 코로나19 재확산을 철저하게 대비하라"고 주문한 바 있다. 같은 날 백경란 질병청장으로부터 '코로나19 재유행 대응 방안'을 보고받은 자리에서도 "과학적인 코로나 방역 기조 하에 방역당국을 중심으로 책임감 있게 원팀으로 협업하라"고 지시했다. 또 데이터 기반 및 전문가 분석에 따른 방역 조치를 강조하면서 "백신·치료제·병상·인력과 같은 필수적인 코로나 방역 지원에 문제가 없도록 만전을 기하라"고 당부했다.

정치권에서는 최근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하락하는 가운데 이번 코로나19 재유행을 성공적으로 막아낸다면 지지율 반등의 계기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반면 재유행 상황이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될 경우 지지율 하락세가 더 가팔라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윤석열 대통령(상단 가운데)이 지난 12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기자들과 거리를 두고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 '더블링' 현실화...2주 만에 1만→2만→4만
 
질병청과 전국 지자체 등에 따르면 12일 오후 6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3만2952명으로 잠정 집계됐다. 지난 5월 18일 이후 3만명대에 다시 들어선 것이다.

일주일 전 동시간대 확진자(1만5855명)보다 1만7097명 증가한, 2주 전 화요일인 6월 28일 확진자(8447명)에 비해선 4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일주일에 2배씩 증가하는 '더블링' 현상이 현실화됐다.

질병청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는 7월 1주차 코로나19 주간 위험도를 5월 2주차 이후 8주 만에 '낮음'에서 '중간'으로 상향 조정했다. 주간 위험도는 올해 초 오미크론 변이 유행 기간 '높음'~'매우 높음'을 유지하다 4월 셋째주부터 '중간'으로, 5월 셋째주부터는 '낮음'으로 내려온 바 있다.

최근 코로나19 재확산에는 오미크론의 하위변이 'BA.5'의 영향이 있다는 것이 방역당국의 분석이다. BA.5는 원조 오미크론인 BA.1과 '스텔스 오미크론'으로 불리는 BA.2에 이어 새로운 우세종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임숙영 방대본 상황총괄단장은 "BA.5는 기존 BA.2에 비해서 전파력이 크게 상승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동시에 면역 회피 능력이 좋아졌기 때문에 많은 재감염을 일으킬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文 정부 '정치방역' 비판해온 尹 정부...'과학방역' 내용에 관심
 
BA.5는 이전의 스텔스 오미크론보다 전파력이 35.1%나 강하고, 감염이나 백신으로 생성된 면역을 회피하는 성질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일각에선 정부가 2년 전 코로나19 유행 초창기에 준하는 상황을 가정하고 강력한 대응에 나서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그러나 정기석 감염병위기대응 자문위원장(한림대 강남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은 11일 자문위 첫 회의에서 "이제는 전파를 차단하는 것보다 피해 최소화에 집중해 고위험군을 보호하고, 중증화·사망을 최대한 억제할 수 있도록 현재의 의료대응 체계를 면밀히 점검해 역량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도 12일 국회 원내대책회의에서 "윤석열 정부의 코로나19 방역은 문재인 정부와는 달라야 한다"며 "코로나19 발생 초기처럼 자영업자를 비롯한 국민의 일상을 통제하는 방식으로는 더 이상 코로나19를 관리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병실 확보 상황 점검, 각종 방역조치와 의료대응, 백신 추가 접종 등 정부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조치를 취하는 가운데 국민의 일상 통제는 최소한에 그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13일 공식 발표되는 '과학방역'에는 현재 60대 이상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하는 4차 접종을 50대 등으로 확대하는 방안이 담길 것으로 예상된다. 감염 전파를 차단하기 위해 '실외마스크 착용 의무' 부활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7일간 격리 의무 유지, 선별검사소 확대 등도 언급된다. 다만, 영업시간과 사적모임 인원을 제한하는 방식의 '사회적 거리두기'로 회귀할 가능성은 낮다.
 
정부가 이달 11일부터 코로나19 격리자에 대한 생활지원비, 유급휴가비 지급 대상을 축소한 것은 원점에서 재검토될 전망이다. 정부는 "코로나 하반기 재유행에 대비해 재정 여력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자칫 코로나19 감염을 숨기고 일을 하는 사례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격리자 생활지원비'의 경우 기존에는 소득과 관계없이 1인 가구 10만원, 2인 이상 가구 15만원을 지급했으나 기준 중위소득 100% 이하 가구에만 지급하는 걸로 바뀌었다. 중소기업 유급휴가비도 기존에는 모든 중소기업에 하루 4만5000원씩 최대 5일을 제공했지만, 종사자 수 30인 미만 기업 근로자에게만 지급하기로 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김성환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코로나 재확산기에 치료 예산을 대폭 삭감한 것과 과학방역이 어떤 관계가 있는지 윤석열 정부가 책임지고 답변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이 지난 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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