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중채무자 빨간불] 영끌·빚투 '빚 돌려막기' 시한폭탄으로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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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지 기자
입력 2022-07-2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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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3개 이상의 금융회사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들이 금리 인상기 금융권 최대 취약 리스크로 떠올랐다. 2030세대는 물론 4050세대 전반에 다중채무자가 고루 분포하면서 경고음을 울리고 있다. 다중채무자는 금리 인상기에 상환 부담이 급격하게 늘어 취약 차주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빚으로 빚을 돌려막는 경우가 많은 만큼, 연체에 빠지면 연쇄 부실을 일으킬 위험이 커 금융당국의 각별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3개 이상의 금융사(대부업 포함)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의 채무액은 603조원으로 4년 전보다 22.8% 증가했다. 다중채무자 수는 2017년 말 417만명에서 지난해 말 451만명으로 34만명(8.15%) 늘었다. 이들의 1인당 채무액은 같은 기간 1600만원 늘어 1억3400만원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미래 경제주역' 2030부터 '서민경제 허리' 4050까지 리스크 노출
특히 2030세대는 다중채무액이 최근 4년간 33.8% 늘어 모든 세대 중 가장 높은 증가세를 보였다. 지난해 말 기준 다중채무자 가운데 30대 이하 비중은 26.2%다. 1년 전(25.2%)보다 1%포인트, 2017년(23.9%)보다는 2.3%포인트 증가했다. 코로나19 사태가 한창이던 2020년에서 2021년에 걸쳐 다중채무자 비중이 늘어난 것은 모든 연령대에서 30대 이하가 유일했다.

이처럼 2030세대의 리스크가 부각되자 금융당국은 당장 청년층에 집중된 채무조정 금융지원 정책을 내놨다. 신용회복위원회의 신속채무조정으로 34세 이하 청년에 대해 특례 프로그램을 신설하거나, '햇살론 유스'를 확대한 것이 대표적이다. 한은은 최근 금융안정보고서에서 "30대를 중심으로 소득 대비 가계대출 비율(LTI)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고 청년층의 취약차주 비중이 다른 연령층에 비해 높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며 "이런 증가세가 지속되면 채무상환 능력이 약화할 우려가 크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하지만 4050세대에서 비롯된 리스크도 못지않은 상황이다.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서민경제의 허리로 불리는 4050세대의 지난 3월 말 가계대출 총액은 1014조1479억원으로 전체 가계대출의 54.3%를 차지했다. 이 가운데 다중채무자는 256만1909명에 달해 4050세대 대출 차주의 26.7%에 육박한다. 특히 지난 한해 동안 다중채무자는 3.2%포인트 증가했다. 

업권별로 따져보면 자영업자의 다중채무 현황도 심각하다. 우리 사회 전반적인 경제주체들 사이에서 다중채무자 리스크가 퍼지고 있는 것이다. '개인사업자 기업대출 현황' 자료에 따르면 3월 말 기준 개인사업자대출 차주 가운데 다중채무자 수는 38만2235명으로 코로나 사태 직전인 2019년 말보다 192% 급증했다. 전체 개인사업자 차주 중 다중채무자 비중은 같은 기간 6%에서 12%로 뛰었다. 

올 3월 말 기준 개인사업자대출 차주 가운데 다중채무자 수는 38만2235명으로 코로나 사태 직전인 2019년 말(13만1053명)보다 192% 급증한 규모다. 전체 개인사업자 차주 중 다중채무자 비중은 같은 기간 6%에서 12%로 뛰었다. 대출액 기준으로 보면 2019년 말 101조5309억원에서 올 3월 말 183조1325억원으로 80% 늘었다.

전문가들은 실제 자영업자 다중채무는 이보다 더 심각할 것으로 추정한다. 개인사업자대출은 자영업자가 사업자 명의로 받은 기업대출인데, 자영업자는 통상 가계대출까지 사업에 끌어다 쓰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사업을 하지 않으면서 개인사업자 대출을 받아 부동산 자금을 마련하는 '무늬만 사업자 대출'도 급증했는데, 부동산 시장의 변동위험에 노출 정도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나이스평가정보에 따르면 자영업 다중채무자가 보유한 총대출액은 2020년 말 이미 500조원을 넘어섰다.
 
사회 전반에 리스크 퍼질라···금융권 선제적 대비책 마련

김주현 금융위원장(왼쪽)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일단 다중채무자 리스크 확산 방지를 위해 금융당국은 2금융·상호금융에 충당금을 추가로 쌓을 것을 요구하고, 금융사 4곳 이상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의 카드론 신규 이용을 제한하는 규정 신설을 추진하고 있다. 또 카드사들이 카드론 한도를 산정할 때 대출자의 다중채무 여부를 반영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돈을 빌린 금융회사가 많을수록 받을 수 있는 카드론 한도가 줄어드는 식이다. 신용상 금융연구원 금융리스크센터장은 "리스크 누적으로 부실이 현재화될 가능성이 높은 취약 부문에 대한 특화된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면서 "신용카드 다중채무자와 악성 연체자에 대한 관리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1금융권에서도 새어 나올 리스크에 선제적으로 대비하고 나섰다. 은행권에선 하반기 가계대출 금리 상승과 이에 따른 연체율 증가 등 영향은 리프라이싱 주기에 따라 서서히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다. 임필규 KB금융 리스크관리총괄(CRO)은 "주기별 회기분석에 따르면 금리 인상 이후 약 11개월 정도 됐을 때 의미 있는 연체율 상승이 나타났다"며 "이에 대응해 선제적으로 충당금을 쌓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중채무자와 관련해선 "상호금융 고객이 다중채무자로 은행에 연결될 수는 있지만 은행에서 2금융 다중채무자도 세밀하게 관리하고 있어 신용리스크는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향후 취약차주가 나올 수 있는데 일시적인 상환 리스크가 있는 고객들은 장기분할상환으로 전환하면 고객의 상환부담은 줄고 은행의 건전성은 개선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자체적으로 신용등급이 악화될 차주들에 대해 선제적으로 점검 및 관리하는 체계를 완비했다"며 "지난해 그룹 전체적으로 연체관리 시스템을 인공지능(AI) 기법을 활용해서 계열사에 도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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