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러시아 국영가스회사 가스프롬은 노르트스트림-1 가스관의 유지보수를 이유로 오는 31일부터 다음달 2일까지 가스 공급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공급 중단을 선언한 것은 단기간이지만, 유럽의 공포는 커지고 있다. 지난달에도 러시아는 가스관 유지 보수를 이유로 가스 공급을 일시 중단한 뒤 재개했다. 그러나 공급량은 평소의 40% 수준으로 감소했으며, 이후 공급량은 나흘만에 다시 20%로 줄었다. 때문에 유럽 내에서는 러시아가 이번 시설 정비 이후 가스 공급량을 극적으로 줄이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러시아의 에너지 위협이 커지면서 유럽연합(EU)은 이달 초부터 내년 3월말까지 가스 사용을 15% 줄이는 비상대책을 마련ㅁ했다. 유럽 정치인들도 올 겨울이 힘들어질 수 있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알렉산더르 더크로 벨기에 총리는 "가스 가격 급등 탓에 유럽이 향후 5~10번의 매우 혹독한 겨울을 맞게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에너지 부족이 5년이상으로 장기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역시 지난 19일 제2차 세계 대전 중 프랑스 남부의 한 마을 해방을 기념하는 연설에서 향후 수개월 동안 에너지 부족으로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에너지 충격에 유럽 경제는 빠르게 악화할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는 "공식적인 겨울 난방 시즌이 한 달 남짓 앞으로 다가오면서 유럽은 위태로운 상황에 처해 있다"면서 "국가들은 가스 저장고를 채우기 위해 서두르고 있지만, 유럽의 여러 국가가 여전히 러시아 가스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공급량이 지금보다 더욱 줄어들 경우 에너지 배급제는 현실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가스프롬은 이번 시설작동 중단이후 공급량이 이전과 같은 수준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시장은 믿지 않는 분위기다. 현재 S-RM 인텔리전스 앤드 리스크 컨설팅에서 일하고 있는 전 골드만삭스 그룹 상무인 마틴 데베니쉬는 "통화 시장은 이미 유럽 경제의 상당한 위험을 반영하고 있으며, 이는 부분적으로 에너지와 관련이 있다."고 지적했다.
티메라 에너지는 보고서를 통해 "유럽은 현재 가스와 전력 모두 위기에 직면해 있다"라면서 "최근 가격 급등 속도는 표현하기 힘들 정도다"라고 지적했다. 프랑스 사이언스 포 대학의 티에리 브로스 국제에너지 교수는 “재앙이 멀지 않았다"고 경고했다. 이어 "이제 중요한 것은 유럽연합(EU) 지도자들이 언제쯤 각성할까 하는 문제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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