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줄이 백기 들고 나간 H&B 시장... 올리브영은 어떻게 살아남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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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이 기자
입력 2022-08-2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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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브영 매장 [사진=CJ올리브영]

국내 H&B(헬스&뷰티) 시장에서 신세계와 롯데쇼핑에 이어 GS리테일까지 업계 1위 사업자 ‘올리브영’ 아성을 넘어서지 못하고 백기를 들었다. 업계를 선도하고 있는 올리브영은 압도적 점유율과 끊임없는 투자로 '원톱 체제'를 굳히게 됐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GS리테일은 ‘랄라블라’ 사업 종료를 결정했다. 2005년 왓슨스코리아로 시장에 발을 들인 지 17년 만이다. 랄라블라는 이르면 다음 달 초 온라인몰 서비스를 종료하고 11월 말 사업을 완전히 정리할 예정이다.
 
앞서 롯데쇼핑이 운영하는 롭스도 로드숍을 매장을 모두 철수하기로 결정했다. 2020년 말 기준 101개였던 롭스 매장은 지난해 말 49개로 줄었고, 올 상반기에만 30개 매장을 폐점했다. 이후 롭스는 롯데마트 내 숍인숍 매장 ‘롭스플러스’로 사업 모델을 바꾼다.
 
신세계그룹도 ‘분스’와 ‘부츠’를 통해 두 번이나 H&B스토어 사업에 도전했지만 빛을 보지 못하고 빠르게 사업을 접었다.
 
반면 CJ올리브영은 경쟁사와 달리 성장을 거듭하며 매년 사세를 확장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기준 올리브영 매장 수는 1275개에 달한다. 상반기 기준 올리브영 시장점유율은 63.4%로 사실상 ‘과점’ 사업자다. 지난해 올리브영 매출은 2조1192억원으로 '2조원 클럽'에 가입했다. 
 
H&B스토어 시장에서 올리브영이 독점적인 위치에 오를 수 있었던 배경은 ‘인내’와 ‘혁신’이 주효했다는 평이다. 기존 유통사업을 영위해왔던 신세계, 롯데, GS리테일과 달리 올리브영은 CJ의 유일무이한 오프라인 유통사업이다. 올리브영이 1999년 서울 신사동에 첫 매장을 냈을 때까지만 해도 지금 모습은 상상하기도 힘들었다.
 
10년간 긴 적자 터널을 지나온 올리브영은 1호점을 연 지 10년 만인 2008년 처음으로 100호점 돌파와 함께 흑자전환을 이뤘다. 이후 조금씩 입지를 다시며 중저가 뷰티 브랜드와 닥터자르트, 메디힐, 아이소이, 닥터지 등 시장에 잘 알려지지 않았던 중소 브랜드를 입점하면서 화장품업계에서 영역을 넓혀 갔다.
 
그사이 경쟁사들도 하나둘 시장에 뛰어들었다. 화장품은 재고 관리가 쉽고 마진율이 높기 때문에 대기업에서도 ‘사업성’만 보고 H&B스토어에 접근한 것이다. 그러나 플랫폼 사업처럼 일정 부분 손실을 안고 사업을 이끌어가야 하는 H&B스토어 시장에서 신세계, 롯데 등 유통 대기업들은 오랜 시간 손해를 감내하면서 유통망을 키워가기엔 역부족이라고 판단해 사업 철수를 결정한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또 올리브영은 선두 사업자답게 주요 거점에 매장 수를 빠르게 늘려 접근성과 인지도를 높였고, 소비자들이 원하는 브랜드 제품들을 다양하게 구비해 놓으면서 경쟁력을 쌓아갔다.
 
이 밖에도 올리브영은 일찌감치 온라인 사업에 투자하면서 온‧오프라인 옴니채널 전략을 펼쳤다. 게다가 올리브영은 전체 매장 중 85%가량이 직영점으로 운영되는데, 대부분 매장을 본사에서 직접 컨트롤하고 있기 때문에 배달 서비스인 ‘오늘드림’ 등 전략적 시도가 가능했다. 
 
업계 관계자는 “올리브영이 기존에 없던 H&B스토어란 새로운 시장을 개척했고, 10년간 이어진 적자에도 꾸준한 투자를 토대로 높은 점유율을 가져갈 수 있었다”면서 “후발 주자들은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투자와 접근에 그쳤고 이미 올리브영과 매장 수, SKU(취급 품목 수) 면에서 격차가 컸기 때문에 사업 지속에 어려움을 느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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