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아르테미스 1호를 보며 아폴로 1호를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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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우 기자
입력 2022-08-30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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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9일 발사를 위해 기립한 아르테미스 1호는 점검 과정 중 발견된 엔진 문제로 발사 일정이 연기됐다. [사진=NASA]

아르테미스 1호가 발사를 앞둔 점검에서 엔진부 누출이 발견돼 발사가 연기됐다. 이번 연기로 인해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개발한 오리온 우주선과 SLS 로켓의 첫 데뷔 무대가 아쉽게 미뤄졌다. 하지만 실패는 아니다. 점검에서 발견된 문제가 해결되면 오는 9월 2일 정오 이후에는 발사가 가능할 전망이다.

우주로 향하는 길은 쉽게 열리지 않는다. 인류가 달에 최초로 발을 디딘 것은 아폴로 11호다. 수차례 지상 시험과 무인 비행을 통해 안전성을 검증하고, 완벽한 성공을 담보할 수 있을 때 달 착륙을 시도해 역사의 한 획을 그었다. 이후 미국은 아폴로 17호까지 꾸준히 달에 사람을 보내며 다수의 임무를 완수했다.

많은 시험 가운데 인명사고도 있었다. 1967년 NASA는 아폴로 1호 발사를 앞두고 유인 비행 모의훈련 'AS-204'를 위해 우주선 지상 실험을 진행했다.

1월 27일 우주비행사 3명은 실상황과 같은 기체 점검을 위해 우주선에 탑승했다. 당시 우주선에는 공기 누설이 발생하지 않는지 확인하기 위해 고농도 산소가 주입된 상태였다. 하지만 내부 전기배선 일부의 피복이 벗겨진 상태에서 불꽃이 발생했고, 인화성이 높은 고농도 산소로 인해 우주선 내부가 순식간에 불길에 휩싸이면서 승무원 전원이 탈출하지 못했다.

미국은 달 탐사 아폴로 계획을 추진하면서 무인 비행 시험 계획인 AS-201과 AS-202를 준비 중이었다. 비공식적으로 해당 시험이 아폴로 1호와 2호가 될 예정이었으나, AS-204 시험에서 희생된 승무원을 기리기 위해 이를 아폴로 1호로 명명했다. 아폴로 계획 중 첫 번째 유인 비행이 지상 훈련 중 실패했다는 명목이다.

안타까운 사고지만, 많은 교훈도 남겼다. 우선 NASA는 우주선 내부 가연성 소재를 불연성 소재로 교체했으며, 배관과 배선도 스파크가 발생하지 않도록 보호 절연재로 덮었다. 복잡한 배선도 해치 등이 움직일 때 손상되지 않도록 문제를 수정했다. 우주 비행사가 입는 우주복은 타기 쉬운 나일론 소재에서 불에 타지 않고 가열돼도 연기가 발생하지 않는 유리섬유 소재로 교체됐다.

이번 아르테미스 1호는 무인 달 궤도선을 발사해 42일 간의 항행 뒤 귀환하는 것이 목표다. 첫 번째 발사 시도는 엔진부 결함으로 연기됐지만, 발사 전 점검에서 문제를 발견하고 조치에 들어갔다. 만약 해당 문제를 발견하지 못했다면 발사 중 추력을 잃고 떨어지거나 누출된 연료로 인한 화재나 폭발이 발생했을 수도 있다.

인류가 다시 달로 향하는 첫 여정은 5일간 미뤄졌다. 하지만 이번 연기로 철저한 안전을 확보할 수 있다면 오히려 큰 성과다.

한국 역시 우주로 가는 문을 열기 위해 몇 차례 고배를 마셨다. 첫 번째 한국형 발사체 나로호(KSLV-1)는 페어링 분리 실패, 1단 엔진 폭발 등 두 차례 실패 끝에 2013년 1월 성공을 거뒀다. 올해 발사에 성공한 누리호(KSLV-II) 역시 1차 발사에서는 탑재체 목표궤도 진입에 실패했고, 2차 발사는 강풍과 센서 문제 등으로 두 차례 연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문제를 빠르게 파악하고 조치해 2차 발사에 성공하며 우주로 향하는 길을 열었다.

한국은 오는 2030년까지 차세대 발사체(KSLV-III)를 개발하고 자력으로 심우주 탐사에 도전할 계획이다. 이 가운데 예상치 못한 문제로 실험에 실패하거나 일정이 연기될 수 있다. 하지만 아폴로 1호를 기억하며 한 걸음씩 철저하게 나아간다면 지구 저궤도를 넘어 심우주로 향하는 문도 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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