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촌공사가 현실과 동떨어진 지침을 근거로 가뭄이 극심했던 2022년에도 골프장에 농업용수를 염가로 공급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서삼석 의원(더불어민주당, 영암 무안 신안)이 17일 농어촌공사로부터 제출받은 ‘2022년 골프장 농업용수 공급실적’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9월까지 약 254만t의 농업용수를 t당 148원에 골프장에 판매했다.
정작 공사 측에서는 t당 관리원가도 산정하지 못하고 있어 자의적인 농업용수 판매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지역별로는 전남 저수지가 91만1000t(t당 판매단가 99원)으로 판매 실적이 가장 많았고, 전북 63만2000t(141원), 경북 63만t(244원), 경기 37만t(119원) 순이었다.
문제는 평년대비 저수율을 기준으로 용도 외 농업용수 사용을 허가한 공사의 지침이다. ‘농업생산기반시설이나 용수의 사용허가 지침’ 제27조 제3항 제1호에서 평년 저수율 60% 이하일 경우 골프장 용수공급을 중단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평년은 과거 30년간 동기간 평균 저수율을 의미하는데 가뭄이 빈번한 국내 상황에서는 통계의 착시 현상이 발생한다.
가뭄이 극심했던 올해만 해도 지난 12일 기준 평년대비 저수율은 101.3%에 달한다. 평년 저수률이 30%라면 현재 18% 저수율만 돼도 30의 60%에 해당하므로 골프장 물 공급에 아무 문제가 없는 셈이다.
실제 공사 지침에 의할 때 2022년 골프장 물 공급이 규정 위반인 것은 아니다. 그러나 평년대비 저수율이라는 기준을 공급 당시 저수율로 바꿔 판단해 보면 올해 골프장 농업용수 공급실적이 있는 저수지 13곳 중 보와 양수장을 제외하면 저수율 60%를 넘어야 한다는 기준을 항시 충족한 것은 경기 우금저수지, 전남 임곡저수지 단 2곳 밖에 없다.
심지어 저수지 4곳은 저수율이 30%대로 물 부족이 심각한 상황임에도 농업용수가 용도외로 사용됐다. 경기 이동저수지의 6월 저수율은 31%였으나 2만952t이 골프장에 공급됐고 저수율 35%였던 용덕저수지는 5761t, 37%였던 고삼저수지 1794t, 9월 저수율 38%를 기록한 전남 나주호는 7만6794t이다.
서삼석 의원은 “지난 6월부터 7월 사이에만 1442ha면적의 농작물 가뭄피해가 발생한 상황에서 공사의 고유 업무도 아닌 골프장에 농업용수를 공급하는 행위는 농민들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며 “용도외 농업용수 공급기준이 현실에 맞게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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