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도 나이도 확인되지 않은 인물이 만든 실체 없는 브랜드에 대한민국 상류층이 열광하며 거액을 투자한다. 최근 화제가 된 넷플릭스 시리즈 ‘레이디 두아’의 이야기다. ‘유럽 왕실 납품’이라는 화려한 설정과 함께 화장품 기업 대표가 150억원을 투자하는 장면은 단순한 드라마적 장치로만 보이지 않는다. 실제 금융시장에서도 투자 판단은 숫자보다 ‘신뢰의 연출’에 영향을 받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드라마에서 로드숍 화장품 브랜드를 성공시킨 기업가 정여진은 명품 브랜드 ‘부두아’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다. 투자 결정의 핵심 근거는 브랜드의 희소성과 성장 가능성이다. 브랜드를 운영하는 사라킴은 투자 이후 한 달 만에 15억원의 고액 배당금을 지급하며 투자자의 신뢰를 빠르게 확보한다.
이 장면은 허구지만 구조는 낯설지 않다. 현실에서도 예술품, 명품 브랜드, 신기술 기업 등은 객관적 수익 지표보다 상징적 가치와 기대 서사가 투자 판단에 영향을 미치는 사례가 반복돼 왔다.
배당금은 기업이 수익을 투자자에게 환원하는 대표적인 방식이다. 정기적인 현금 흐름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투자자의 신뢰를 얻기 쉽고, 기업의 재무 안정성을 보여주는 신호로 해석되기도 한다.
그러나 배당금 지급 자체가 투자 안전성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금융시장에서는 신규 투자자의 자금을 활용해 기존 투자자에게 수익을 지급하는 이른바 ‘폰지사기’ 구조가 반복적으로 등장해 왔다. 실제 사업 수익이 아닌 자금 순환에 의존하는 방식으로, 초기에는 정상적인 투자처럼 보이지만 구조적으로 지속 가능성이 낮다.
이 같은 구조는 드라마 속 이야기만이 아니다. 서울중앙지검이 다중피해범죄 집중수사팀 지원을 받아 약 4개월간 집중 수사를 진행한 결과, 고수익을 미끼로 투자금을 가로챈 다중피해범죄 사범 535명이 재판에 넘겨졌다. 피해자는 약 6만7000명, 피해 규모는 5조5000억원에 달했다. 일부 사건에서는 폰지사기 구조가 활용된 것으로 조사됐다.
브랜드 신뢰를 이용한 사기 역시 새로운 유형은 아니다. 2006년 발생한 ‘빈센트 앤 코’ 시계 사기 사건에서는 원가 수십만원 수준의 시계를 유럽 왕실 납품 명품 브랜드로 속여 판매하며 투자금과 판매 수익을 모집했다. 희소성과 유명 인사 사용 이력이 신뢰 형성 장치로 활용됐다. 법원은 허위 브랜드와 원산지 조작을 통해 투자금을 편취한 사실을 인정해 대표에게 징역형을 선고했다.
결국 투자 판단을 흔드는 요소는 수익률 자체가 아니라 ‘믿을 만해 보이는 이야기’인 경우가 많다. 화려한 브랜드 서사, 초기 배당금, 정교한 기술 화면은 모두 신뢰를 연출하는 장치가 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투자 판단 시 배당금이나 수익률보다 실제 수익 구조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기업이 어떤 방식으로 매출과 이익을 창출하는지, 투자금이 실제 사업 활동에 사용되는지를 점검해야 한다는 것이다.
투자 전 금융회사 등록 여부와 공시 자료 확인도 필수 절차다. 금융감독원 금융소비자 정보포털 ‘파인(FINE)’에서는 금융회사 등록 여부를 확인할 수 있으며, 전자공시시스템(DART)를 통해 기업의 재무 상태와 사업 구조를 확인할 수 있다.
‘레이디 두아’는 드라마지만 투자 시장의 현실적인 위험 구조를 보여준다. 투자 위험은 높은 수익률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설명되지 않은 신뢰가 쌓이는 순간 커지기 시작한다. 배당 규모나 화려한 브랜드보다 중요한 것은 실제 수익 기반과 사업의 실체다. 투자 전 기본적인 확인 절차가 자산을 지키는 가장 현실적인 방어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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